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0년 주보

성모승천 대축일 2010년 8월 15일(다해)

모든 2 2021. 8. 28. 16:05

 

+ 루카복음 1,39-56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의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마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어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 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네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말씀의 향기>

 

구원과 승리에 참여하는 비결  - 조장윤 베르나르도 병원사목

 

  오늘 독서들은 그리스도의 나라에 대하여 말한다. 묵시록은 알아듣기가 좀 어렵지만 예수님께서 죽으시고 승리하여 하늘나라에 계신 것을 말한다. 둘째 독서인 코린토 1서에서 그리스도께서는 세상 모든 것을 다스리신다고 한다. 복음에서 마리아는 하느님께서는 권세있는 자들을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들어 높이신다고 노래한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스리시고 승리를 안겨주신다는 말씀이다.

 

  그리스도의 승리와 구원에 제일 가까이 있는 분은 누구보다도 성모 마리아이시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구원과 승리에 참여하시며 하늘나라에 계신다는 것을 오늘 대축일에 경축한다. 마리아가 그렇게 되신 것은 엘리사벳의 말대로 하느님의 말씀하신 것을 믿으셨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느님이 우리를 위하여 마련하시는 구원에 참여하는 비결이다.

 

  우리는 성모송을 바치면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하고 기도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성모송이 뜻을 가지는 것은 주님과 함께 하셨다는 말씀 때문이다. 마리아는 주님과 일생을 오롯이 함께 하셨다. 예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도 성모님이 하신 것은 그분의 나라를 희망하는 것이었다. 온전히 주님께로 향하며 주님을 누리는 것이 성모님의 삶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모님은 승리하시며 하늘나라의 영광에 드신 것이다. 이제 영원히 주님과 함께 하신다. 오늘 우리는 이것을 경축하며 우리도 성모님과 같은 승리와 영광에 참여하도록 은총을 주시는 것을 받아들이자.

 

  우리 신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기도가 묵주기도이다. 초등학생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다. 묵주기도를 하루에 300단을 바치는 분도 있다. 성당을 짓기 위하여 몇 백만 단을 바치기도 한다. 그런 목적으로 바치는 것은 꼭 탐탁지는 않다. 묵주기도를 기계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모송을 바칠 때나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구원의 활동을 관상하며, 그리스도의 승리와 구원에 우리도 참여한다는 희망을 가지며 바치기로 하자.

 

 

<이충무의 행복나침반>

 

아기가 아이가 되어도 천사의 날개를 꺾을 순 없습니다.

 

 

자장가를 잊은 합창단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에 그저 깨지 않고 잘 지길 바랐던 거 기억나세요? 작은 숨결로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게 바로 최고의 행복이다. 저절로 감탄하셨던 것도 기억하시죠? 그럼. 혹여 아기가 잠 못 들어 보채기라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왔던 그 자장가 또한 기억하고 계시겠네요?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기!"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의 배를 가만히 토닥이며 나직하게 속삭여 주시던 그 자장가는 분명 아기가 세상에서 최초로 들었을 감미로운 멜로디였을 겁니다. 요즘도 혹시 그 자장가를 들려주시는지요?  늦은 밤, 아이가 잠도 안 자고 책상에 앉아 있으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 자장가를 들려주시는지요?

 

  '아기들'이 자라서 '아이들'이 되면 신기하게도  엄마들은 더 이상 자장가를 부르지 않습니다. 오리려 잠이 들까 걱정하며 아무 리듬 없이 반복되는 잔소리를 들려줍니다. 결코 잠들어서 안 된다는, 그렇게 잠이 많으면 어떻게 좋은 대학 가겠냐는 후렴구가 아이들의 귀청을 울리고 아이들은 오늘도 늦은 밤 쏟아지는 잠과 싸우며 버텨야 합니다. 이겨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일은 전적으로 엄마들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엄마들은 단지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초대형 합창단의 일부 단원들일 뿐이니까요. 자장가가 사라진 지 오래된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의 질주가 자꾸만 섬뜩해집니다.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고, 눈이 빨개지도록 버티며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는 자만이 성공할 거라는 그 무지막지한 환상이 두렵습니다.

 

  하느님은 오래 전부터 우리를 위해 평화의 자장가를 불러 주시는데, 오늘도 성당에 나와 어떻게 하면 잠들지 않고 승자가 될 지 그 노래를 부른다면 불행의 불면증만 키울 뿐입니다.

 

-이충무 바오로 /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2010년 성모승천 대축일 메시지

 

일치의 성모마리아님,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좋으신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로 불러 올리신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아 여러분과 가정, 하시는 일에 주님의 은총이 풍성하게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하늘로 불러 올림을 받으신 축일에 우리나라는 해방과 광복을 맞이하였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겨레에 베푸시는 크신 사랑을 실감하면서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또 성모님의 신앙과 사랑을 본받겠다고 다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1)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1,26-56)한 사실을 감동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요셉이라는 청년과 약혼한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대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요청하십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1,28)라고 마리아에게 인사합니다. 마리아는 이 말에 몹시 놀랐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런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가브리엘 대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1,30-31) 대천사의 말에 당황한 마리아가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1ㅡ34)하고 천사에게 말합니다. 그러자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1,35-37)라고 말합니다. 대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라고 대답하십니다. 마리아의 "네"라는 대답으로 구약에서 예언되고 준비되었던 구세주께서 마리아의 태중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께서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뜻에 "네"하고 대답하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인간은 빈손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빈손으로 하느님께로 돌아갑니다.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을 직접 만나 뵈올 때에 하느님께서는 세상에서의 덕(德)만을 계산해 주십니다.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도록 하느님께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재물, 시간, 재능, 경험 등의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특별히 나 자신을 하느님 앞에 놓고 하느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획을 세워 모든 일들을 실행에 옮기지만, 그 일을 실천에 옮기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면..."하고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물어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최고의 계획을 세웠었지만, 가브리엘 대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신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2. 인도 뉴델리에 있는 간디의 무덤 입구에는 간디가 예언하셨던 "일곱 가지의 사회악"이라는 글이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흔히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의 사회악'으로도 불리는 그 내용은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입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하고 답답해져 옵니다.

 

  우리 각자가 말하는 행복은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느끼고,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만나는 사람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의 하느님이십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늘 서로 통하는 사랑의 관계를 이루고 계시는 공동체의 하느님, 친교의 하느님, 관계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도 이웃과 공동체 안에서 친교적인 관계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나 혼자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고, 교회를 이루면서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하늘의 성삼위적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라고 하시며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가르쳐 주신 유일한 기도인 "주의 기도"(우리 아버지)를 주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므로,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들입니다. 형제자매들은 한 아버지를 모시고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며 지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예수님 탄생 2000년을 감사하며 기념하는 대희년을 끝내시면서 「새천년기」라는 교서를 통하여 새로 시작한 천 년대를 교회가 살아야 할 길로 제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막 시작된 천년기에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입니다."(43항)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모든 구조나 조직은 물론이고, 교회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고, 사람들, 사이에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형제를 사랑하면서 하느님께 가장 빠른 지름길로 나아갑니다.

 

  3. 우리 대전교구는 "말씀을 증거하는"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이라는 5년 동안의 장기적 사목방향을 설정하였고,금년에는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지난해에 시작한 봉사자 양성 교육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말씀을 중심으로 서로의 복음적인 삶을 나눌 때에 이웃과의 친교가 자라면서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금년부터 시작한 순교영성교육을 통하여 장한 선조들의 신앙과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전교구의 관할 지역인 청청도는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서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고, 나라를 위한 위인들이 많이 나오셨습니다. 현재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전교구는 이런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유산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비춰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그분들이 지닌셨던 마음을 오늘의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여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물질만등과 세속주의의 팽창 등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살기에 매우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중심으로 참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말씀을 살고, 말씀이 중심이 되는 교회 동동체를 꾸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속한 본당 공동체는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로 변화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주교인 저를 포함해서 모든 신부님들과 우리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이웃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친교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성령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드리는 온전한 신뢰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듯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성모님을 닮은 모습으로 이 사회를 구원하는데 앞장서도록 합시다.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0년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 유 라자로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