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0년 주보

사순 제1주일 2010년 2월 21일(다해)

모든 2 2021. 8. 21. 05:29

예수님께서는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광야의 예수 그리스도」

IVan Nikolaevich Kramskoy, 1873

 

+ 루카복음 4,1-13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유혹을 받으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 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 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 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말씀의 향기>

 

준비, 땅!!! -최병규 안드레아 성환 보좌

 

  하늘엔 만국기가 걸려 있고, 잡음 섞여 나오는 확성기에서는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 퍼지던 날.. 운동장 어귀에는 번데기나 솜사탕, 아이스크림과 화약총을 파는 좌판이 즐비했고, 저마다 노란색 혹은 파란색 머리띠를 하고 운동장을 돌아다녔던 날,일년 중 몇 안되는 맛있는 김밥을 먹을 수 있었던 날, 그날은 바로 운동회 날이었습니다.

  운동회의 백미를 꼽으라면 저마다 다르겠지만,제게는 100미터 달리기였습니다. 석회가루로 그려진 달리기선 오른편에는 어머니와 가족들이 숨죽이며 날 쳐다보고 있고, 일렬횡대로 늘어선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출발선 앞에 서서 어깨를 들이밀던 순간의 적막, '준비 땅' 출발 소리에 귀 기울이던 그 순간의 긴장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다시금 성공적으로 달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엔 100미터를 달리는 게 아니라, 40일을 달리는 것입니다. 출발 신호 '준비, 땅!'은 지난 재의 수요일을 기해 이미 울려 퍼졌습니다. 이제는 대여섯 명이 뛰는 것이 아니라, 10억 명이 넘는 전 세계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이 하느님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이 풍경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운 광경이겠습니까?

 

  출발선 옆에는 어머니와 가족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수호천사와 하늘의 성인들, 무엇보다도 주님께서 숨죽인 채 날 바라보고 계십니다.

 

  힘껏 뛰라고, 그래서 내 품에 안기라고...

  그렇습니다. 사순시기는 두 팔을 벌려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기간입니다. 주님만을 바라보고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하는 기간이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간교한 악마에게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말씀하시며 단식하신 그리스도의 희생을, "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기라" 하신 그리스도의 겸손을,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 고 하신 그리스도의 믿음을 기억하며, 기도와 단식과 자선으로 주님께 나아가는 기간입니다.

 

  온 힘을 다해 주님께로 나아간 40일 동안의 달리기가 끝나면,주님께서는 우리 손목에 1,2,3, 등이 새겨진 서열 도장을 찍어 주시는 게 아니라, 이미 우리 영혼에 새겨져 있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의 인호를 보시고 '참 잘했다'고 꼭 끌어안아 주실 것입니다.

 

 

<시니어 칼럼>

 

노화 피부에 잘 생기는 질환  -김윤성 요한비안네. 킴벨 가톨릭피부과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환이 지루각화증(검버섯)입니다. 흔히 검은색의 반점이 얼굴에 생기면 그냥 검버섯이라고 합니다만, 실제는 표피 각질형성세포로 구성된 갈색 색소를 보이는 사마귀 모양의 피부양성 종양입니다. 보통 40대 이후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일광 노출과 관계된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으며 얼굴 이외에도 몸통, 목, 팔, 다리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만성적이고 자연 치유가 되지 않으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많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악성 변화는 일으키지 않으나 아주 드물게 피부기저세포암이 발생된 보고가 있습니다. 치료는 냉동요법, 전기 건조 술, 레이저 시술 등으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성인에서 갑자기 가려움을 동반한 지루각화증의 수가 증가하면 내부장기의 악성종양 발생과 관계 있을 수가 있으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버섯과 혼동되는 것이 일광흑색점입니다. 양성종양이며 햇볕에 오랫동안 노출된 얼굴이나 손등에 갈색 반점이 생기므로 노인성 흑색점이라고도 합니다. 냉동요법이나 색소병변 레이저로 쉽게 치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많이 생기는 경우 악성흑색종의 초기 병변과 유사하므로 조직검사로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피부암은 기저세포암인데 과도한 자외선 노출이 주된 원인입니다. 주로 얼굴에 발생하는데 초기 병변은 검버섯과 유사한 모양을 가지나 여러 가지 모양을 보입니다. 전이도가 낮아 조기에 치료하면 근치시킬 수 있습니다.

 

  매우 위험한 피부암은 편평세포암과 악성흑색종입니다. 평편세포암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과도한 자외선 노출이 주원인이고 얼굴에 주로 생깁니다. 악성 흑색종은 보통 60-70대 노인의 얼굴, 코와 뺨에 갈색반점으로 시작해서 수년에 걸쳐 주변으로 퍼집니다. 이 종류의 피부암은 치료후 재발율과 전이율이 높아 위험하므로 정확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기 위한 첫 단추 중의 하나가 건강한 피부를 간직하는 것이니 자외선 차단, 영양섭취와 휴식 등의 피부건강 수칙을 잘 지켜나갑시다.

 

<함께 만드는 이야기 마당>

 

사모(思母)의 마음  -오정훈 바오로. 만년동 성당

 

  다음달이면 돌아가신 어머니의 17주년 되는 기일이 된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표현 외에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어머니는 다르다. 표현에 앞서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에 한편의 서운함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어 이리도 불편하고 마음이 무거운가보다.

 

   이제는 30년도 넘는 얘기다. 고등학교 시절 한철에 배추 값이 폭등하여 김치를 "금치"라고 할 정도로 비싸서 아이 들 도시락 반찬에 두서너 명 외에는 김치 반찬을 볼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어느 날 저녁, 어머니와 대흥동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하고 곧바로 중앙 시장으로 갔다. 장사를 마친 시장의 채소 가게 앞에는 너덜거리고, 상해서 떠어버린 배추 겉껍데기가 주변에 널려있었다. 어머니는 가축의 사료로 쓴다면 허락을 받고, 나는 눈치를 보고 있다가 준비해 간 자루에 재발리 주워 담았다. 다음날에는 "금치"를 먹을 수 있었다.

 

  공고에 입학한 나는 쉽게 적음을 못했다. 쉴틈 없이 주. 야로 강행되는 기능실습은 어린마음을 자꾸 외롭게 만들었다. 어느 날 "엄마, 나 신부님 되고 싶어요."라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당시에는 말씀을 안 하셨는데,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어머니는 나도 잊어버린 그때의 답변을 어느 골목의 모퉁이에 서서 말씀하셨다. "그때 너를 신학대학에 보냈어야 했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거동을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 참례를 하셨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각기 개성들이 별난 육남매가 살다보니 늘 시끄럽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런 어머니에게 미사참례는 답답한 심정을 주님께 맡기고 평화를 구하는 귀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던하지 못하신 성품은 당신을 넘어뜨리고 일어나면 다시 넘어뜨리기를 반복하였을 것이다.

 

  어느 겨울 저녁 성당에서의 일이다. 미사 시작 전 맨 앞줄에 앉은 아주머니에 눈이 멈췄다. 흰 머리가 많이 섞인 굵은 파마, 머리에 두툼한 코트의 허리띠를 꾹 둘러맨 모습, 어머니의 뒷모습과 똑같아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다 이내 중얼거리고 만다. "그럴 리는 없지, 나도 참!"

 

  내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실까 궁금하다. 매달 어머니의 영혼을 위하여 연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제를 통하여 바치는 제사와 나의 작은 기도를 사랑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즐거이 받아 주고 계시리라 믿는다.

 

 

오늘

꿈을 꿀 수 있는 것은

깨어날 수 있는

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이충무의 행복나침반>

 

내려놓는 건 거꾸로 많이 주는 것, 그것이 사랑....

 

버리는 게 어렵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그 순간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줄까 골몰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선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죠.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어떤 종류의 음식을 즐겨 먹는지, 또 어느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특히 좋아하며, 주로 어떤 경향의 책을 읽는지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러한 것들에 대해 일단 알고 나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의 사랑을 얻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되죠. 그 사람이 행복해 할 순간을 상상하며 깜짝 선물도 준비하고, 우연을 가장한 감동의 이벤트를 연출하기 위해 바빠집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 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믿음으로 모든 피곤함을 이겨내는 거죠.

 

  하지만, 무엇을 해줄까하는 마음으로 일관 되는 사랑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종종 지친 마음으로 상대방을 원망하며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시켜 주는 것은 '무엇을 해줄까' 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하는지'를 깨닫고 그것을 실천해 옮기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을 해 줄까 하는 것은 그 해준 걱만큼의 기대를 동반하는 내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기에 사랑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사랑을 유지하는 에너지일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사랑은 무엇을 해줄까하는 즐거운 고민으로 출발해 결국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고마운 여행입니다. 인생의 길에서 사람들은 더 많은 걸 주려다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곤 합니다.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그 사람 중심으로 나를 비운다면 채우지 않아도 행복해지는 신비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의 길에 끝이란 없습니다. 단지 그것이 욕심이라면 막다른 길의 끝이 보일 뿐입니다. 당신이 가고 계신 길에서는 무엇이 보이는지요?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