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0년 주보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2010년 1월 31일(다해)

모든 2 2021. 8. 20. 13:36

 

희망으로 끓이는 죽 한 그릇의 만찬

 

배급받은 곡식가루로 죽을 끓이며

소녀는 마음속의 소원을 풀어 넣습니다.

'엄마의 병이 하루 빨리 나으시길'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길'

'어린 동생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이제 곧 죽이 완성되면

온 가족은 희망이 녹아있는

만찬을 나눌 것입니다.

소녀와 가족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나눔으로 희마을 실천합시다!

 

 

+ 루카 복음 4,21-30

 

<예수님께서는 엘리야와 엘리사처럼 유다인들에게만 파견되신 것이 아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그러자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 그러면서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틀림없이 '의사야,네 병이나 고쳐라.' 하는 속담을 들며, '네가 카파르나움에서 하였다고 우리가 들은 그 일들을 여기 네 고향에서도 해 보아라.' 할 것이다."그리고 계속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삼 년 육 개월 동안 하늘이 닫혀 온 땅에 큰 기근이 들었던 엘리야 때에,이스라엘에 과부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엘리야는 그들 가운데 아무에게도 파견되지 않고, 시돈 지방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 되었다. 또 엘리사 예어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 환자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다."

 

  회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화가 잔뜩 났다. 그래서 그들은 들고 일어나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 고을은 산 위에 지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예수님을 그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말씀의 향기>

 

남거나 모자라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 박진용 F.하비에르 사회사목국장

 

  신학생 시절 사회정의에 대한 갈등과 때론 목마름 때문에 동료들과 끝나지도 않을 그 질긴 토론에 각을 새웠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고 사제가 되면서 그 사회정의는 하느님의 공평함 안에서 우리 사회와 교회가 끌어안아야 하는 '공동선'의 문제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선'이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온 세상을 위한 선이다.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하신 하느님의 이 말씀은 바로 '공동선'을 향한 당신의 의지였으며 인류가 받아들여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고백이었다. 우리 교회는 오늘 '해외 원조 주일'을 맞이하여 그렇게 하느님 백성에 대한 구원과 공동선에 대한 의지를 구체적 실천을 통하여 세상에 증거하는 것이다.

 

  한국가톨릭교회는 1993년부터 2009년까지 전 세계 85개국에서 실시된 548개의 사업에 약 220억 원을 지원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지구촌은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전쟁과 기아,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의 피해 속에서 우리 한국가톨릭교회의 손길을 여기저기에 필요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지난 시간동안 해외로부터 수많은 원조를 받아가면서 가난의 아픔을 극복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 기억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로써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성찬례의 핵심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지난 시간동안 '구호물품'을 통하여 우리 민족과 함께 하셨음을 고백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우리는 '해외 원조'를 통하여 군군가에게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고 계심을 증거해야 하고, 그 일이 우리민족의 신앙고백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지구촌이 참 심란하다. 어느 곳은 폭설과 폭우에, 어느 곳은 가뭄과 기아에,어느 곳은 잔인한 인간의 욕망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가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어느 곳은 남아서 버리는 아픔과 어느 곳은 모자라서 통곡하는 아픔을 살아가는 이 현실은 우리의 사랑으로, 우리의 나눔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이 '해외 원조 주일'이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하느님의 또 다른 '은총의 시간'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아이티의 지진 피해를 위한 긴급 구호를 요청합니다.

 

  사랑하는 사제,수도자,형제자매님들,

  금년은 강추위로 새해를 시작하였습니다. 늘 평안하시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 속에서 은혜로운 해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특별히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하면서 덕으로 나아가는 삶이 되시길 빕니다.

 

    지난 1월 12일 중앙아메리카의 가난하고 작은 나라 아이티에 진도 7.2의 지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7km 쯤 떨어진 곳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이 나라의 통신, 식수, 전력,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고 대통령 궁을 비롯한 관공서, 국제연합(UN) 사무소, 성당, 호텔 등 주요 건물들이 파괴되었습니다. 건물의 붕괴로 매몰된 수많은 시체들이 길거리에 널려 있거나 아직 건물 잔해 밑에 깔려있어 사상자 집게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도로가 유실되어 피해지역의 접근이 어렵고, 병원이 거의 다 파괴되어 부상자들에 대한 치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마실 물과 실료품도 부족합니다. 긴급구호 시설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10만 명의 시신을 찾았고, 총 사망자는 10만에서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의 수는 수백만에 달합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붕괴로 포르토프랭스 대교구장인 Joseph Serge Miot 대주교님께서 생명을 잃으셨으며 100명 이상의 사제, 남녀 수도자, 신학생들이 사망하였고, 많은 성당들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아이티의 지진에 대하여 큰 슬픔을 표하시면서 많은 기도를 부탁하셨고, "사회복지평의회"(Cor Unum)를 중심으로 긴급 구호와 복구를 위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호소하셨습니다.

 

  제 자신도 날벼락과 같은 재난을 접하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종과 국적을 구별하지 않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임무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면서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지혜를 배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생명을 잃은 영혼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한 특별 기도를 드려주시고, 큰 피해를 입고 실의에 빠진 형제들을 돕기 위한 특별 헌금을 부탁드립니다.

 

아이티 돕기 계좌번호를 안내해 드립니다.

1. 농       협  301-0042-4809-41 대전가톨릭 사회복지회(대전 카리타스 해외원조)

2. 하나은행  654-910014-95204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대전카리타스 해외원조)

3. 국민은행 740937-01-003670  대전가톨릭 사회복지회(해외)

 

2010년 1월 18일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함께 만드는 이야기 마당>

 

예수님께 드리는 어머니의 선물 - 조현옥 프란체스카. 홍성성당

 

  어머니는 육십 년 넘게 미신을 믿었다. 일 년이면 두 번은 집에서 굿을 했고 산신이며 용왕님이며 여러 신을 섬겼다. 집에는 이곳저곳 부적이며 절 모양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십년 전 하느님의 은총으로 내가 천주교에 입교하여 세례를 받았고, 가끔씩 친정에 가서 할머니와 부모님을 뵐 때마다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으나 성당에 나가자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과 기도하는 모습, 성경 읽는 모습, 자주 다퉜던 우리 부부가 화해하고 충실한 가정을 꾸미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위중하셔서 그동안 말씀드리던 하느님을 좀 더 설명해 드리고 예전에 드렸던 묵주를 늘 손에 쥐고 계시길 말씀드리며 대세를 드렸다. 할머니는 삼 일 후 예수부활 대축일 아침에 하느님 품으로 가시고 부모님께서는 할머니가 대세를 받았으니 천주교 신자이므로 천주교 식으로 장례를 모시겠다고 말씀하셨고 장례 후 49제를 하지 않고 천주교식으로 미사 봉헌을 하셨다.

 

  얼마 후 '부처님 오신 날'부터 어머니는 절집에 가지 않았고 천주교로 개종을 하기 위해 일 년 동안 고민하고 병도 나고 뜸을 들이셨다. 다시 할머니의 제사를 부활절 미사로 봉헌하면서 하느님의 축복을 많이 받으셨다. 우리 가족은 성모상과 십자고상을 모시고 친정을 방문했다.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처럼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어머니는 날 보고 여기저기 붙어 있는 부적들을 떼어 달라 청했고 나는 성수를 뿌리면서 정성껏 친정집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어머니는 변하셨다. 새벽 네 시면 일어나서 가톨릭 기도서 반 권을 읽으신다. 기도할 줄 모르니 처음 성호경부터 죽 큰 소리로 읽는 것이다. 성모송, 사도신경, 주님의 기도를 외워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시더니 나를 만날 때마다 정성 어린 봉헌에 대해 묻는가 하면 심도 깊은 신앙적 질문을 막 해대신다. 섬에서 사시기 때문에 여객선과 버스를 번갈아 타고 오천 성당에 가야 하는 어려움에 있어 자주 미사 참례를 못하지만, 대축일 미사에는 꼭 참석하신다.

 

  얼마 전 성탄 전야미사를 봉헌하러 홍성에 오셨다.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신문에 쌓여진 뭉텅이 하나를 내놓으신다. "얘, 성경책 읽을 때 마다 백 원씩 넣었다가 가져왔는데 이거 예수님 드려도 되겠니?" 어머니는 무릎수술 예정이어서 작은 고동을 잡아다가 식당에 팔아 만원을 만들어 오셨다. "동전은 아기 예수님 경배 예물로 드리고 만원은 봉헌 때 헌금하세요."이렇게 일러드리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 서는 가슴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평화!"

 

 

 

주님!

일상에서

죽은 물고기처럼

아래로 흘러가게 두지 마시고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같은

삶의 용기를 주세요.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이충무의 행복나침반>

 

거기 계시는 당신 때문에 전 행복합니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영화 '왕의 남자'를 보면서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장면 가운데 하나는 광대 '장생'과 '공길'이가 눈을 가리고 서로를 찾아내는 놀이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들은 손을 뻗어 서로의 존재를 느끼려 애쓰며 이렇게 노래했지요.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거기 있지 않다면 그것은 공허함이며 외로움입니다. 연산군도 거기 계셔야 할 어머니가 없었기에 그렇게 무너져갔고, '장생'도 거기 있어야할 자신의 단짝 '공길'이가 없어 절망해야 했습니다. 나만 있어도 안되고, 너만 있어도 안 되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믿어야만 비로소 행복해지는 우리의 삶.

 

  그 어느 때보다 세대와 세대, 이념과 이념,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같은 현실을 접할 때마다 광대 '장생의 눈동자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너희들이 땅도 아니고 하늘도 아닌 반 허공 속의 줄타기의 아름다움을 아느냐고, 조화와 균형의 지혜만이 죽음에서 우리를 구하는 짜릿한 구원의 열쇠라는 것을 아느냐고 빈정거리는 것 같은 그의 시선이 참으로 따갑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보기에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놀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나와 줄 사이의 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나는 여기 있는데 너는 거기 없다면 그건 얼마나 쓸쓸한 사회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조화를 모색하는 지혜로 좀 더 성숙해지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바로 하느님이 원하시는 모습입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