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적」 김택민 신부(2012년)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 요한복음. 2,1-11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그때에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말하였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었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된다.
<말씀의 향기>
하느님 바라보기 "바라봄은 곧 기도" -권세진 알베르토 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
혼인잔치의 기적을 소개하고 있는 오늘 복음 안에서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제자들 서로가 어떤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혼주가 마련한 잔칫상에 포도주가 떨어진 곤란한 상황을 본 성모님은 그 상황 자체에 빠져 당황해하지 않고 곧바로 시선을 예수님께 돌리면서 사정을 아룁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이어 성모님은 예수님의 눈길 속에서 비록 당신의 때가 오지는 않았다고 말씀하시지만 난처함에 빠진 혼주의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간청을 허락하시겠다는 뜻을 알아보십니다. 이제 예수님의 뜻을 확인한 성모님은 확신 속에서 일꾼들에게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말씀하시면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놀라운 기적의 현장을 늘 그러하셨듯이 조용히 그러나 신비롭게 지켜보십니다. 제자들 또한 스승이신 예수님과 성모님과의 대화, 그 이후 벌어진 일련의 모든 광경을 목격합니다. 이 바라봄 안에서 그들은 내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주님을 향한 눈길 속에서 성모님은 주님 탄생 예고의 순간부터 지속되어 온 당신 아드님을 통해 이루어질 구원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제자들은 스승에 대한 신뢰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스승이신 주님과 함께하겠다는 결의를 다집니다.
주님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그들의 내면 안에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을 향한 예수님의 눈길, 즉 주님께서 자신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가 중요할 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상황들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습니다. 주님의 눈길 안에서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판단들은 그분의 뜻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덜합니다. 이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삶에서 하느님께서 주도하시는 삶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뜻합니다. 하느님이 가장 중요한 분으로 자신의 삶에 자리합니다. 인격이 온 우주 안에서 가장 완전한 것을 의미(참조: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1부 29문 3항)한다고 할 때, 최고로 완전하시기에 하느님을 가장 소중한 분으로 모시는 삶이야말로 바로 주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맺는 삶이요 신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카나의 혼주처럼 많은 문제들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문제들에 빠져 자신을 자책하거나 또는 남에게 그 탓을 돌리면서 분노 하기보다는 우리의 시선을 주님께 돌려 그분이 어떤 눈길로 나를 보시는지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바라봄(곧 기도) 안에 많은 문제들을 끌어안되 그 문제들에 매몰되지 않는 내적인 간격과 초월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물이 포도주로 변화하듯이 하느님께서 내 삶을 주도하시는 신앙의 삶으로 점차 변화할 것입니다.
<청소년 바로보기(8)>
이 시대 아파하는 청소년③
지난주에 이어서 음식의 비에 관해서 계속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를테면 가정에서 어머니가 영양소가 가득 담긴 음식을 아무리 맛있게 만드셨다 하더라도, 그 음식에 대한 평가는 그 음식을 만든 어머니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가족들이 하는 것이죠. 청소년에게 다가서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칭찬이나 관심, 선물, 배려를 베푸는 입장에서는 그 안에 사랑을 담았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이를 받아들이는 청소년이 하는 것입니다. 그 유명한 돈 보스코 성인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청소년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어야 합니다."라고요 멜라니 크리인(Melanie Klein)의 이론 속에도 이런 개념이 들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개의 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두 개의 방 중에 하나는 자신이 좋다고 인식되는 것을 쌓아두는 방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판단할 때 나쁘다고 인식되는 것을 쌓아두는 방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은 자신의 입장에서 주변 사람들의 표현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스스로 좋다고 인식되는 것은 '좋다 방(?)'에 쌓아두고, 나쁘다고 인식되는 것은 '나쁘다 방(?)'에 쌓아둔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에 이렇게 쌓인 것들에 대해 5-6년에 한 번씩 스스로 정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좋다 방(?)에 쌓인 것이 더 많으며 스스로를 좋은 사람의 이미지로 인식을 하고, '나쁘다 방(?)'에 쌓인 것이 더 많으면 스스로를 나쁜 사람의 이미지로 인식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근거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청소년들의 자아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대체 음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예를 들어 만일 우리가 영화에서처럼 전쟁의 폐허 속에 오랫동안 놓여 있다고 할 때, 먹을 것이 없으면 대체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이를테면 나무뿌리나 개구리 같은 것을 먹으며 그 배고픔을 이겨내려 하겠죠.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음식에서는 제대로 된 영양소를 얻을 수가 없습니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판단할 때,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오랫동안 체험하지 못하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그 사랑을 얻으려고 합니다. 돌출 행동이나 비난을 받는 행위를 일부러 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을 얻지 못하면 미움이라도 얻으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얻으려는 일종의 살기 위한 몸부림의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그런 행위가 자신의 입맛이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날 청소년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여기서 만나봅니다.
-박진홍 신부. 청소년사목국장-
<미사 속 숨은 보화>
예물 봉헌: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성 변화될 빵과 포도주의 봉헌
빵과 포도주는 사제의 강복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성 변화됩니다. 이 성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빵과 포도주가 봉헌되어야 하는데 이를 '예물 봉헌'이라고 합니다. 이 예식은 최후만찬 때 그리스도께서 당신 손에 드셨던 빵과 포도주와 물을 제대로 가져가는 행위에서 점차로 발전했는데, 초세기에는 교우들이 빵과 포도주와 물을 가져와 봉헌했지만 후에 미사에 쓰일 빵과 포도주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돕고 교회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예물들이 봉헌되었고, 후에 화폐제도가 발달하면서 예물 봉헌이 헌금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금전으로 예물이 봉헌되기 시작하면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될 빵과 포도주의 봉헌이라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었지만, 우리가 헌금할 때마다 이 예물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거룩하게 변화된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정성된 마음으로 봉헌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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