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윤용식 신부(2012)
"저 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귀먹은 아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아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마르7,37)
+ 마르코 복음 7,31-37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데칼롤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레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에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한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말씀의 향기>
에파타 '귀를 열고..' -이상욱 요셉 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올해 연말이 되면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큰 일꾼을 뽑는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국민을 위해 온전히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후보자들의 포부를 들어보면 든든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 켠에서는 얼마나 그 말들의 '진성성'이 담겨 있을까 하는 염려도 됩니다. 큰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훌륭한 자질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의 소리를 잘 알아듣고 그 뜻을 제대로 새기며 격려와 힘이 되는 말로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뽑히는 지도자는 독불장군처럼 '나를 따르시오'라고 외치며 홀로 나아가는 불통의 모습이 아니라,국민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모습이길 바랍니다.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진 사람은 온전히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귀먹은 반벙어리 치유 이야기는 단순히 육체적인 질병의 치유만으로 알기보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들의 고집스런 틀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시는 깨우침의 말씀으로 알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사람들에게 선포하셨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적인 기대와 계산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은 곧 있을 빵의 기적이 뜻하는 바를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그래서 예수님을 떠나가 버립니다.(요한6,60 66)
"에파타",곧 "열려라"라고 외치시는 예수님의 그 말씀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나는 오늘 생명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귀가 열려있고 깨어 있을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누군가를 살리는 생명의 말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죽음의 말일까?
우리는 하루 동안에도 참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말하며 생활합니다. 그 가운데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며(마르7,35)살아가는 온전한 '깨어있음'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되돌아 봅니다. 매일매일을 바삐 살아가면서도 정작 진정한 기쁨과 평화 안에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귀먹은 반벙어리에게 하신 예수님의 그 말씀은 다시 울려퍼집니다. "에파타!"
<노년에 관한 단상(2)>
노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보니 노년ㄴ기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걱정과 관심이 지대하다. 노년기를 일종의 재난처럼 대비해야 되는 생애단계로 간주하는 분위기로 느껴질 정도다. 케이블 채널들과 주요 신문의 광고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할 수 있다는 노인대상 민간 의료보험과 상조보험 광고가 넘치고 있다. 심지어 명품 치매보험으로 이름 붙인 보험상춤도 있어 명품과 치매라는 단어의 무조화가 시선을 끈다.
우리나라의 현재 노년 세대는 격동의 우리 역사를 전면으로 체험하면서 살아온 특별한 세대라 할 수 있다. 식민시대 혹은 해방 직후에 태어나 억압적인 사회에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보냈고, 한국전쟁과 4.19,5,16이라는 정치적,사회적 격변을 겪었으며,60년대와 70년대에 사회에 진출하거나 핵심 인력으로 경제개발에 기여한 세대다. 다른 나라가 2백년,3백년 걸린 산업화를 50년만에 달성한 압축성장의 1세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로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경제대국을 자부하고 있지만 노인 빈곤율은 전체 노인인구의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현 세대 노인들은 우리나라에 제도적으로 노인인구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적절하게 확립되기 이전에 노년기에 진입한 연령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준비없이 노년을 맞이한 세대가 되었다.
차세대 노인들의 경우도 노후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간주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성인들의 노후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평균 55.2점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부영역별 점수를 보면 건강한 생활습관 68.2점,사회적 관계63.9점,여가 활동 준비 48.1전,소득과 자산 40.5점으로 특히 경제적 측며의 노후준비와 여가생활 준비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 세대 노인인구에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35-64세 연령대의 노후준비 성적표가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지만 재정적,의료적 측면의 노후준비만이 아닌 정신적,사회적 측면의 노후준비도 필요하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그 시사점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내적으로 삶의 보람이나 희망,기쁨을 느끼지 못하거나 주변에 무관심한 채 긴 노년기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고통일 것이다. 또한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소외되었을 때 인간다운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가 어렵다. 노년기에 정신적,사회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준비가 아니다. 그 준비를 적절하게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최해경 안나.충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미사 속 숨은 보화>
말씀전례:
⑥독서자는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교회에서는 독서할 수 있는 자격으로 독서직을 수여합니다. 그러나 본당에는 독서직 수여자가 없기 때문에 평신도가 성경 봉독을 하게 됩니다. 독서자란 말씀전례에서 성경을 봉독해 미사에 참여한 사라들로 하여금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자는 말씀을 봉독하기에 앞서 충분히 읽고,이해하고,묵상하여 말씀 선포자로서의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신자들이 거룩한 독서를 들으면서 성경에 맛들이고 마음 속에 살아있는 감동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경이란 글자 그대로 거룩한 말씀이기에 거룩한 책을 읽는 사람 또는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36) 김정환 신부 . 내포교회사연구소장
사위,그리고 장인과 장모:
최봉한(프란치스코),서석봉(안드레아),구성열(바르바라)
최봉한 (프란치스코) |
충남 청양 다락골 출생 1815년 5월 대구에서 옥사 |
서석봉 (안드레아) |
1815년 말 대구에서 옥사 |
구성열 (바르바라) |
충남 덕산 한내장벌 출생 1816년 12월 대구에서 참수(약 40세) |
오늘 소개할 세 분은 신앙생활을 위해 전국을 떠돌다가 서로 만나 사위,장인과 장모 사이가 되어 일생을 함께한 분들이다.
최봉한(프란치스코)은 최양업 신부님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청양 다락골 출신이다. 어려서 아버지에게 배워 신앙생활을 시작했는데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누나와 함께 살았다. 공주 무성산으로 이사하여 살다가 중국인 주문모 신부님이 조선에 입국하였다는 말을 듣고 가족이 함께 서울로 찾아갔다. 거기서 어머니는 고해성사와 종부성사(병사성사)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이후 최봉한은 시골로 내려와 살다가 서석봉의 딸과 결혼하여 장인과 장모를 모시고 살았다.
장모 구성열(바르바라)은 덕산 한내장벌(충남 예산군 고덕면 대천리)에서 태어나 1801년 신유박해 이전부터 신앙생활을 하였다. 미모가 뛰어나고 덕행도 남달라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니 미인박복(美人薄福)이라고 첫 남편을 일찍 여의어서 평생 '서 과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살았다. 그녀는 서석봉(안드레아)에게 재가하여 딸을 낳아 길러 최봉한을 사위로 얻었다. 이렇게 만나 새 가정을 이룬 후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 경상도의 노래산(경북 청송군 안덕면 노래2동)의 교우촌으로 들어가 살았다.
이들이 체포된 것은 1815년 부활절이었다. 노래산에 사는 교우들이 모여 부활대축일을 기뻐하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밀고자를 앞세운 포졸들이 와서 모두 체포되어 경주로 압송하였다. 거기에 있을 때 장모 구성열이 마음이 약해져 신앙을 버리고 목숨을 건지려하자 사위 최봉한이 권면하여 위기를 잘 넘겼다.
이들은 모두 대구로 이송되었고 거기서 차례로 순교의 길을 갔다. 사위 최봉한이 제일 먼저 1815년 5월경에 매를 맞은 여독으로 옥에서 숨을 거두었고, 장인 서석봉 역시 그해 말에 옥중에서 사위의 뒤를 따랐다. 장모 구성열은 17개월이 넘는 감옥생활 끝에 1816년 12월 19일 참수 당하였다. 그녀는 지난주에 소개한 이시임(안나)과 함께 처형되었는데,남자 교우들이 먼저 처형된 후 구성열에게도 "너희는 남자들과 다르므로 지금이라도 신앙을 버리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하자 그녀는 "예수 마리아께서 저를 부르시고 그들과 함께 빨리 하늘로 올라오라고 초대하시는데,어떻게 제가 덧없는 이 목숨을 보존하고자 배교를 하여 하늘의 영복을 잃겠습니까?"하며 끝까지 신앙을 기켰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고 말씀하셨다. 이 세상에서 사위와 장인,장모의 관계로 살았던 세 분은 지금은 어떤 관계로 살아가시는지 알 수 없으나 그분들이 믿었던 부활의 영광을 얻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믿음과 신앙의 관계)
거친 태풍 속엔 고요가
고요한 정적 속엔
휘몰아치는
광풍이 있음에...
-글.그림 이순구 (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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