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2년 주보

연중 제21주일 2012년 8월 26일(나해)

모든 2 2021. 4. 20. 00:05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김택민 신부(2012, 신리성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68)

 

+  요한 복음 6,60-69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에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말하였다. "이 말씀은 듣기가 너무 거북하다. 누가 듣고 있을 수 있겠는가?"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두고 투덜거리는 것을 속으로 아시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 말이 너희 귀에 거슬리느냐?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그러나 너희 가운데에는 믿지 않는 자들이 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믿지 않는 자들이 누구이며 또 당신을 팔아넘길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이어서 또 말씀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너희에게 말한 것이다."

이 일이 일어난 뒤로, 제자들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고 더 이상 예수님과 함께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말씀의 향기>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생명을 주는 말씀 - 김찬용 베드로 공세리 성지. 성당 주임

 

    우리는 몇 주 동안 요한복음 중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문을 계속해서 들었습니다. 오늘이 맨 끝부분(결론)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생명의 빵에 대해 말씀하셨을 때 이 말씀을 이해하지 못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곁을 하나둘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제자들이 떠나게 되자 예수님께서는 오늘 12제자들에게도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하고 물으십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고, 어디론가 그냥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순간순간 내려놓고, 쉬고 싶고 떠나고 싶은 유혹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정해진 기도도 때로는 귀찮게 여기고 도중 포기하고 싶은가 하면 본당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크고 작은 상처를 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본당 공동체에 소홀해지고 때로는 직책이나 모임, 단체에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때론 실제로 멈추고, 떠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생각할 때 떠나면, 내려놓으면 뭔가 해결될 것 같고, 해방될 것 같고,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떠남과 내려놓은 뒤에 더 허망하고, 허무하고, 공허한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떠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떠나야 하고,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쩌면 인생은 떠남의 연속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보내도 우리가 정작 내려놓지 말아야 할 것, 떠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사도가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분명 베드로 사도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절대로 떠나지 말아야 할 분이 누구신지?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어르신 진료 일기(4)>

 

돌미나리가 나인가?

 

  가정의학 진료에서 노년기 건강 상담의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가 어르신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합과 죽음에 대한 대비'라는 과제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저녁나절 '빠가사리나 잡아볼까?'하고 부여 장암리 금천 수로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주변을 보니, 파릇파릇 돋아난 돌미나리가 예쁘다. 향을 맡아보니 정말 좋다. 낚시가 늘 그렇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물고기 대신에 돌미나리 몇 뿌리를 캐어 집에 가져오니, 아내가 하얀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베란다에서 키우며 먹고 싶을 때마다 뜯는다.

 

  '내가 이 미나리를 먹으면 미나리는 없어지고 나의 몸 속에서 무언가 다른 물질로 변하겠지.. 결국 미나리가 인간으로 변하는 거네!'라는 생각이 든다. '이 미나리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무기물?, 유기물?, 햇살?, 물?, 공기?, 흙? 참으로 신비롭다. 공기, 햇빛, 물 흙이라는 동일한 지구의 환경 조건에서 미나리, 소나무, 강아지, 소, 인간.. 저렇게 여러 가지 모습의 존재들이 나타나다니.., 무언가 본질이 있어서 환경 여건에 따라 모습을 흙, 물, 공기, 미나리.. 계속 바꾸는 것인데 그것의 진정한 본질은 무엇일까?

 

  누구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바쁘게 살다보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인생을 정리하는 시점에는 이 세상과의 '이별'이라는 주제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죽음'이라는 주제와 '나의 본질'이라는 주제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의 본질은 무엇일까?

 

  의학적으로 육체의 본질은 물이 60%일 뿐이다. 흙과 물로 돌아가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육체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아등바등 많은 갈등을 느끼고 살아가는가? 인간은 물질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적인 존재, 문화적인 존재,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영적인 존재로서의 인간 본질을 탐구해야 한다.

 

  동양에서 인간의 본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글자에 나타난다. 사람 인(人) 자는 '둘'이라는 뜻으로, 두 사람이 만나 가까운 관계를 맺고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라는 것이다. 또한 가장 귀중한 가치로 여기는 어질 인(仁) 자는 '넷'을 의미하며, 가까운 사람만 사랑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동양 사상의 큰 봉우리인 퇴계 선생님은 "선비들이 어질 인(仁) 자에 대해 사랑을 떼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였다.

 

  주님께서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라고 하신 대로 우리 삶의 영적 본질인 사랑을 잘 실현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공감은 함께 기뻐하고(慈) 함께 신음하는(悲)'자비'이다. 전 국민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 영화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님은 '사랑의 기준은 일치이다. 너와 내가 일치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고 온몸으로 공감을 말한다.

 

  그동안 좋은 글을 집필해주신

김종성 요셉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종성 요셉. 충남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미사 속 숨은 보화>

 

말씀 전례:

④말씀전례의 구조는 어떻게 되나요?

 

말씀전례는 하느님께서 미사에 모인 공동체에게 말씀하시고, 공동체는 그 말씀에 화답하는 전례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독서와 복음, 그리고 그 말씀에 화답하는 화답송과 복음 환호송이 말씀전례의 핵심이며, 강론과 신앙고백,보편지향기도로써 마무리됩니다. 이 구조를 통해 우리는 말씀전례의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이 현존하시면서 말씀하시면(독서. 복음) 공동체는 그 말씀을 듣고 응답하고(화답송. 복음 환호 송), 하느님의 대리자인 사제가 말씀을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주면(강론) 공도체는 말씀의 씨앗으로 자라난 신앙을 새롭게 하며(신앙고백), 하느님의 뜻에 따라 교회와 세상 구원을 위하여 기도합니다.(보편지향 기도)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34) 김정한 신부. 내포교회사연구소장

 

세상 만물은 사다리와 같으니:

김진후(비오), 김종한(안드레아),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

김진후
(비오)
1739년 충청도 솔뫼 출생
1814년 해미에서 옥사(75세)
김종한
(안드레아)
청청도 솔뫼 출생
1816년 대구에서 참수(나이미상)
김윤덕
(아가타 막달레나)
경상도 상주 출생
1815년 대구에서 장사(약50세)

  솔뫼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지로 너무 잘 알려져 있어 오히려 주변의 것들을 못 보기도 한다. 김대건 신부님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대대로 솔뫼에서 살며 신앙을 받아들인 조상들의 몸을 빌려 세상에 나왔다. 예수님조차도 성모님의 몸을 빌려 탄생하지 않으셨던가!

 

  김진후(비오)는 김대건 신부님의 증조할아버지로 솔뫼에서 태어나 아들들이 먼저 알고 전해준 신앙을 받아들였다. 처음에는 주저하다가 점차 굳건한 신앙인이 되었는데 이로 인해 받아야 하는 대가는 혹독하였다. 1791년 신해박해가 일어난 후에는 여러 차례 끌려가 심문을 받았고 유배형도 받았다가 갇혔고 그곳에서 10년간 옥살이를 하던 중 75살이 되던 해에 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김종한(아드레아)은 김진후의 셋째 아들로 김대건 신부님의 작은 아버지이다. 그가 먼저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한 후 아버지와 가족들에게 신앙을 전해 주어 온 가족이 신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해미에서 옥살이를 하는 동안 집안은 뿔뿔이 흩어졌고, 김종한은 경상도 영양의 우련밭(경북 봉화군)으로 가서 살았다. 거기서 복음을 전파하며 살다가 1815년 을해박해가 일어나자 체포되어 안동을 거쳐 대구로 이송되었다. 그가 옥중에서 형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세상의 만물은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것이라. 그것은 잘 사용하면 선한 것이고 나쁘게 사용하면 악한 것이다. 마치 사다리와 같아서 그것을 타고 올라갈 수도 내려올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는 끝가지 올라가는 길을 택하여 1816년 12월 19일 대구에서 참수되었다.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은 김대건 신부님의 집안과 아무 관련 없는 인물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경상도 상주에서 태어나 신앙생활을 하던 그녀는 1815년 체포되어 경주에서 심문을 받았다. 그녀는 "아무리 비천하고 무식하다고 하더라도 조물주이신 천주님의 은혜를 몰라보고 그분을 배반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며 굳건히 신앙을 고백하였다.

 

  김윤덕은 대구로 압송된 이후 마음이 약해져 배교하고 풀려나가던 중 대구로 막 이송되어오는 김종한을 만나게 되었다. 김종한이 그녀에게 '이처럼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권면하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관장 앞으로 뛰어 들어가 "원하시면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진실한 신자입니다.'라며 다시 신앙을 고백하였다. 결국 그녀는 모진 매를 맞고 옥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녀도 김종한과 함께 같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것이다.

 

 

 

생활에서

늘 부족한 것은

그만큼 채워지기 위한

징조입니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