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하느님께로」(2009),노승준 신부
+ 마태오 복음 22,15-21
그때에 바리사이들이 나가서,어떻게하면 말로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울까하고 의논하였다. 그리고는 저희 제자들을 헤로데 당원들과 함께 예수님께 보내어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시며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스승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악의를 아시고 말씀하셨다. "위선자들아,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세금으로 내는 돈을 나에게 보여라."그들이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말씀의 향기>
지금은 놀부시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 방경석 알로이시오.온양신정동 주임
얼마 전에 흥부식다이라는 곳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직접 가꾼 채소들로 식단을 꾸민 소박한 식당이었다. 흥부라는 말이 더욱 정감이 갔다. 대부분 알고 있듯이 흥부는 가난하였지만,착하고 진실하게 살아서 복을 받는다. 어렸을 때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은 흥부보다는 놀부가 더 중심이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거리를 가다 보면 놀부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간판들을 자주 보게 된다. 흥부에게 의미를 두는 시대는 지나고 놀부의 가치가 더욱 커진 시대가 되었다. 아마도 물질을 우선시 하는 가치관이 우리들 안에 자리잡게 된 모습일 것이다. 예전에는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고, 착하게 살면 하늘이 복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불안감에 충분히 행복하지 못한 시대가 된 것이다.
신앙을 갖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도 세상의 흐름대로 정신적인 것 보다 물질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신앙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가치를 두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신앙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딸로 불리운 참으로 소중한 존재들이다. 따라서 우리 안에서 첫째 자리는 항상 주님이 차지하셔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아야 한다.
성경에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두려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가진 것 중에 하느님의 것은 얼마나 될까? 신자들이 봉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주님께 너무 인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황제의 것,자신의 것은 잘 챙기면서 하느님의 것에는 너무 인색하다는 생각이다. 기도,자선,봉사도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모습들을 보면 안타깝다. 세상 일에는 철저하면서 그것 때문에 하느님의 일은 소홀히 하는 것은 신앙인다운 모습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만군의 주님이신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모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주님과 친한 관계로 있어야 한다. 가을은 주님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계절이다. 주님께 나에게 있는 것들을 활짝 열어 놓고 주님을 마음껏 느끼고,주님 안에서 행복 가득한 멋진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을 햇살이 창으로 가득 들어오듯이 조님의 따뜻한 사랑이 우리 마음에 가득 차기를 기도해 본다.
<세상 속 교회>
평화와 사회교리(1)
앞선 여섯 번의 연재를 통해 사회교리의 기원과 원천 그리고 원리들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 가르침을 구체적인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우리가 평화의 섬이라고 부르는 제주도의 강정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보자.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휴가나 여행으로 가고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을 제주도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산,해녀,바람과 돌 등은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대표한다. 더욱이 제주도는 유네스코에 생물권 보전지역,세계 자연유산,세계 지질공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보전 가치가 풍부한 섬이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의 섬이라고 부르는 제주도가 4년 넘게 해군기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에 속한 강정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물이 부족한 제주도의 다른 곳과는 달리 강정(강정)마을은 지명에도 나타나듯 물이 풍부한 마을이다. 서귀포 시민들에게는 식수원으로,은어들에게는 산란지로,천연기념물인 원앙들에게는 서식지로 자리를 지켜왔다. 또한 마을 앞에 있는 범섬 주변에는 천연기념물인 연산홍 군락지와 분홍맨드라미 등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범선 일대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다. 또한 이 곳에는 사람들이 '가장 풍경 좋은 코스'라고 격찬한 올레 7코스가 있는데,그 코스 한복판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세계가 인정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에,그래서 정부가 내년 이곳에 세계 자연보전 총회를 유치하려는 곳에 평화의 반대인 군비를 상징하는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정마을 주민들과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를 하고 있다.
이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너무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또한 해군기지를 반대했던 마을 주민들에 대한 고소와 고발,회유와 협박들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할 경우 최근 갈수록 심화되는 아시아에서의 미,중,일의 안보 경쟁 현실을 감안하며,제주도는 더 이상 평화의 섬이 아니라,동북아의 새로운 군사적 긴장이 전초기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제주의 해군기지가 미국을 위한 기지라는 다양한 보도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박상병 루도비꼬.전의 주님-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
감수성의 성주를 꿈꾸며
나이를 먹어갈수록 얼굴에서 웃음을 잃어 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즈음입니다. 출근하기 위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거울 속의 낯선 내자신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늘어난 주름이나 흰 머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어디론가 사라진 미소 때문입니다.
몇 층쯤인가에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 올 때 저는 또 한 번 놀랍니다. 그 타인의 얼굴이 나와 무척 닮아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짧은 침묵 속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모습은 달라도 그 표정만큼은 묘하게 닮아 있으니까요. 가을 햇살 화사하게 빛나는 아침인데도 우리들의 얼굴에서는 벌써 미소가 저물어 가는 걸 보니,구르는 낙엽에도 깔깔거렸던 그 풍부한 감성은 다 어디로 가고 완강한 무표정만이 남아 있는 걸까 서글퍼집니다.
주말이면 즐겨보는 개그 프로그램의 한 꼭지 이름이 '감수성'입니다. 남한산성,북한산성처럼 성곽이 있고 그 안에는 임금과 신하,그리고 장군들로 함께 살아가는 어느 시대 어디즘인지도 모를 곳에 설정된 '감수성'..이 성과 다른 성의 차이점이 있다면,성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감수성'이 유독 풍부하다는 것뿐입니다.
터프해 보이는 장군임에도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신분이 아무리 높은 왕이라도 상처를 준 것에 미안해하고,심지어 잡혀온 적군이라도 차마 모질게 대할 수 없는 이 사람들이 엉뚱한 반전에 사람들은 웃음보를 터뜨립니다. '감수성'이라는 단어에 딱 맞는 음악이 흘러나올 때즘이면 그들은 왕,장군,신하,적군이 아니라,그 순간 모두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합니다.
점점 삭막해져가고,점점 살벌해져가고,점점 이웃들과 멀어져가는 쓸쓸한 오늘의 가을..우리에게도 그들처럼 타인에게 상처를 준 것에 민감하게 반응 할 '감수성'의 성주가 될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봅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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