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1년 주보

부활 제5주일 2011년 5월 22일 (가해)

모든 2 2021. 4. 6. 15:19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주님과 함께」(2008),노승준 신부

 

  +  요한 복음 14,1-1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기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 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말씀의 향기>

 

보는 신앙에서 보여주는 신앙으로  -김수겸 프란치스코.모산 주임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드러내보여 주시기 위하여 인간을 당신의 모상에 따라 창조하십니다. 인간 안에 이미 당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주신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인간 안에서 드러나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 안에 사시며,그 인간 안에서 드러나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이름은 항상 인간의 곁을 떠나지 않으시는 "있는 나"(탈출 3,14)이시며,"임마누엘"(마태 1,23 '하느님께서 우리와 같이 계시다')이십니다.

 

  이와 같이 언제나 인간과 함께 계시며 인간 안에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향하여 "온 세상에 나와 같은 신이 없음을 네가 알게 하겠다."(탈출9,14) 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당신 자신을 알게 하는 역사,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역사인 동시에 그대로 이스라엘의 신앙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신앙은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하느님을 자신들의 역사 안에서 체험하며 하느님을 올바로 아는 것입니다.

 

  이러한 하느님을 향한 신앙 안에서 중요한 것은,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먼저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주시는 것이며,인간은 삶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함으로써 자신들의 하느님이심을 알아보고,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곧 하느님을 알아보는 것은 하느님의 체험으로부터 오는 것이며,하느님의 체럼은 바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앙은 근본적으로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이며,하느님을 우리 안에서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주님,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하는 필립보에게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하고 말씀하시며 믿음을 거듭거듭 강조하여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을 보기 위하여 믿는 것이 아니라,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고 우리 안에서 드러나 보이기 위하여 믿는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단순히 하느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함께 계심을 체험하며,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에 우리도 함께 머무르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눔살이 풍경>

 

기억의 나눔

 

  어르신들을 모시고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안나 할머니께서 맛있는 것 먹고 구경 잘 했다고 고맙다 하셨습니다. 2시간 후, "안나 할머니 소풍 다녀 오셔서 오늘 잘 주무시겠네요?" 어르신이 대답하십니다. "무슨 소리야? 난 안 갔어. 나만 빼놓고 갔다 왔구나." 어르신이 대답하십니다. "누구여,처음보는 얼굴인디?" 따님이 원망스런 눈빛으로 한참동안 어머니를 바라봅니다.

 

  치매,많은 분들이 두려워하고 원망스러워하는 이름입니다. 뇌기능 장애로 인해 지적능력이 점점 떨어져 정신과 몸이 자기통제가 되지 않는 병입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약 500만명인데 그 중 47만명의 노인분이 치매로 고생하고 계십니다. 치매는 본인뿐 아니라 치매어르신 가족들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일반 어르신보다  훨씬 더 큽니다. 따라서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가족의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어르신을 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돌보고자는 취지로 2001년 황용연 신부님(현 법동주임)께서 저번 주에 소개한 '전의요셉의 집'앞에 '성요셉치매센터'를 설립하셨습니다. 이후 '전의요셉의 집'은 치매가 아닌 어르신,'성요셉치매센터'는 치매 어르신만을 모시게 되면서 다른 노인요양원과 명확한 차별성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둘을 합쳐 요셉의 마을이 됩니다.

 

 어르신들의 몸과 기억이 황혼에 접어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욥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욥 1,21)

 

  아기로 태어나서 몸이 성장하고 수많은 기억들을 쌓아오다가 몸이 쇠하면서 기억도 함께 사그러져 가는 것을 보면 어르신들이 다시 아기와 같아짐을 느낍니다. 실제로 모두가 아기와 같이 연약하고,아기와 같이 심통부리고,아기와 같이 귀여우십니다. 안아드리면 너무너무 좋아하십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치매라는 병 앞에서 하느님을 참미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바로 '성요셉치매센터'의 목표입니다. 어르신을 만나고 모시게 된 것을 찬미드리고,삶을 함께 나누게 됨을 찬미드리고, 더 많은 사랑을 쏟을 수 있는 분을 주신 것에 찬미드립니다. 어르신의 입은 그 마릉 못하시지만 직원들의 손발과 마음과 정성을 통해서 그렇게 하려 합니다.

 

   저희가 모시는 75분의 어르신들에게 한 가지 작은 바람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잊으시더라도 당신을 돌보던 사랑 어린 손길을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결구 다 잊으실 겁니다. 그래서 웃으시고, 만족해 하시고, 편안한 표정의 그 찰나를 저희가 대신 기억해 드리려 합니다.원망하고,우시고,실수하신 순간도 다 포함한 사랑의 기억을,'성요셉치매센터' 40명 직원들이 함께 나누어 가지려 합니다.

 

  그 기억을 나눔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성요셉치매센터(041)868-5001-2 http://www.joseph5001.or.kr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

 

 

날아라 새들아,진짜 새들처럼...

 

손잡고 달려야 비로소

하늘을 날 수 있음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5월은 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어린 시절 5월만 되면 지겨도록 들려오던 어린이 날 공식 지정곡.. 가사만 봐도 벌써 귓가에 그 익숙한 멜로디가 울려 퍼지는 듯합니다.그래도 어린 시절 그 노래를 부를 때에는 정말 푸른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신바람 나기도 했었는데...

 

  오늘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에 상상의 날개를 펴야할 그 아이들이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갔나요? 날아 보자 하면 그러자고 따라 나올 아이들이,달려 보자 하면 그래 함께 달려가자 따라 올 아이들은 어디에 있나요?

 

  조그만 모니터 앞에 앉아 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수십 명이 죽어 나가는 게임에 몰두하고, 손바닥만한 휴대폰 화면에 열중하느라 온종일 고개를 땅을 향해 떨구고 있어야 하는 2011년 5월의 어린 아이들..그들에게 어린이날 노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구닥다리 촌스러움의 극치일 뿐일까요?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 행복임을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 준 적 있나요? 서로 정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나 홀로 승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일이라는 걸 우리 어른들이 그들에게 가르쳐 준 적은 있었나요? 남보다 빠리 가고 앞서기 위해,아이들이 호기라도 푸른하늘과 벌판에 한 눈이라도 팔까봐 노심초사 하진 않나요? 5월은 참으로 싱그럽다는 사실조차 망각할 디도 모를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 부끄럽지 않은 5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거기

계시나이까

 

여기 있나이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