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20년 주보

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2020년 9월 27일(가해)

모든 2 2020. 9. 28. 20:36

 

신평 원머리 성지

충남 당진시 신평면 한정리 233번지

원머리 성지는 '내포의 사도'이존총 루도비코 곤자가가 내포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1785년부터 조선 교회의 시작과 함께 교우촌이 형성된 아주 오래된 곳이다.

 

 

   +  마태오 복음 21,28-32

 

  <맏아들은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 있었는데,맏아들에게 가서 '얘야,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하고 대답하였지만,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이 둘 가운데 누가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였느냐?"

  그들이 "맏아들입니다."하고 대답하자,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 사실 요한이 너희에게 와서 의로운 길을 가르칠 때,너희는 그를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그를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고 끝내 그를 믿지 않았다."

 

 

  <말씀의 향기>

 

  주님의 기준을 기억하고 행하자   - 안성준 도미니코 이주사목부 대전모이세 전담

 

  개인적으로 저는 무슨 날이라는 기념일을 좋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념할 정도로 중요한 날이라면 매일매일의 삶이,순간순간의 생각과 판단이,기념일이 기억하고자하는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기념일은 세상살이에 지쳐,그저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그 가치를 떠오르게 하고, 타성에 젖어 잊혀진 그 가치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다시금 기념일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그에 맞갖은 선택을 하도록 이끌어 주기에,나약한 우리들에게 필요한 날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연중 제26주일이자 이민의 날입니다.

  공정과 정의가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 시대,무엇이 공정이고 무엇이 정의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과 정의는 과연 올바른 기준을 담고 있을까?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의 입을 통하여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주님의 길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집안아,들어보아라. 내길이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냐? 오히려 너희의 길이 공평하지 않는 것 아니냐?"

  세상 사람들은 주님이 공평하지 않다고 하지만 주님은 오히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합니다. 곧 적어도 믿는 이들에게 공정과 정의는 세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준이 아닌 하느님의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느님의 기준으로 판단할 때 당연하다 여겨왔던 세상의 기준들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이주민이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들 외국인들을 생각하지만,사실 하느님 나라를 떠나온 우리 모두가 이주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삶 안에서 여러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겪으면서도 하느님 나라에 참여하기 위해 주님이 보여 주신 삶의 모범을 기준으로 나약하더라도,주님의 사랑으로 천국본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런 희망을 담고 살아간다 한들,우리 중 어느 누구도 삶의 부정적 요소를 다시금 경험하고 싶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 이민의 날,특별히 낯선 문화와 환경과 언어 안에서 삶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부정적 요소보다는 긍정적 요소를 더 느낄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8년 세계 이미의 날 담화를 통해 "이민과 난민을 환대하고,보호하고,증진하고,통합하기"라는 네 가지 동사를 제시하셨고, 2020년 담화문을 통해,네 가지 동사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여섯 쌍의 동사를 제시하셨습니다. "이해하기 위하여 귀 기울이기" "성장하기 위하여 함께 나누기""발전하기 위하여 참여하기" "건설하기 위하여 협력하기".

  부디 우리 모두가 이 동사를 기억하고 행함으로써 내가 만나는 이주민들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듯 삶의 긍정적 요소를 느끼길 희망합니다.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 편찬-

 

81. 종교간 대화를 하면 선교를 할 필요가 없습니까?

 

  "비록 교회가 모든 사람을 비추는 진리를 반영하는 불교,힌두교,이슬람교의 종교 전통에서 발견되는,참되고 거룩한 것은 무엇이든 기꺼이 인정한다 하더라도,'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신'예수 그리스도교를 분명하게 선포하여야 할 임무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타 종교의 신봉자들이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통상적인 수단들과 별개로 하느님의 은총을 얻고 그리스도께 구원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바라시는 신앙과 세례로의 초대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교회의 선교사명」,55항)

 

  그리스도인은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이웃 종교인을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인류 가족으로 인정하며,모든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은 이웃 종교인들에게 복음을 알리는 동시에 이웃종교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고 증진하는 일을 병행합니다. 이웃종교인과 대화를 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에 대한 체험을 나누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과 삶을 증언하는 동시에 이웃 종교 안에 있는 참된고 귀한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며 촉진시키고 발전시킵니다.

 

  종교 간 대화는 이웃 종교인의 개종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그렇다고 선교 활동을 배재하지도 않습니다.

 

 

 

<사회와 교회를 잇는 길잡이>

 

꼭 한번 읽어 봅시다!

 

 

  최근 한 TV프로에 문과,이과 출신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차이,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주제로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이와 같이 일전에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화제가 되어 신학생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공통점은 같은 일이나 장면이라도 두 사람 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면서도,서로 간의 공존과 이해를 도모하여 마침내 공동선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인지 언제인지 모를 노트 한 켠에 이런 말을 써 두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긴장과 원망과 불화가 생겨난다.'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자신의 생각에 상대를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그 생각에서 시작된 생각의 고리들은 결국 일정한 사고의 형태로 고정되어 선입견과 편견을 갖는다. 그래서 세상 가운데,우리는 옳은 것도 옳지 않게,좋은 것도 좋지 않게 생각하고 바라보며,모두의 불협화음과 투쟁의 장만을 생각하기 일쑤다.

 

  나 역시 그렇지 않기를 바랬던가. 아래에는 마태오복음의 황금률을 써 두었다.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차별금지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6월 28일) 이 법안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어떤 누구도 특별한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곧 "차별금지 법안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는 내용으로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 총 57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연히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1조 1항)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에 기반을 둔 차별금지법안의 취지에는 교회는 공감한다. 교회는 언제나 '인간의 기본권에서 모든 형태의 차별,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또는 성별,인종,피부색,사회적 신분,언어,종교에 기인하는 차별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므로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한다."(사목 헌장 29항)고 가르쳐 왔다. 하지만 법안의 일부 조항들에 대한 교회의 우려가 있다.

 

  혹시 교구 홈페이지 알림(란)에 있는,혹은 교회의 신문들에서 읽어 본 적이 있는가?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성명서>라는 것. 꼭 한번 읽어 봅시다. 우리 모두 세상과 더불어 교회의 목소리에,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이영일 야고보 신부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대전교구 담당-

 

 

 

주님!

사랑이 필요한

날들입니다.

 

깊은 곳에

잠들었던 사랑을

일깨우기 좋은

날들

 

우리가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