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쓰여진 신앙 이야기

성거산 성지(2)

모든 2 2020. 8. 16. 18:45

 

성거산 성지 제1줄무덤

 

 

성거산 성지 제2줄무덤

 

 

성거산 성지(2)

박해시대 형성된 교우촌,선교사들의 사목중심지

 

1866년 11월 16일 (양력)에는 최천여 베드로와 최종여 라자로 형제와 채씨 며느리 등이 체포되었다. 최천여 베드로와 최종여 라자로는 교우촌에서 열심히 묵상기도와 염경기도를 바치며 늘 치명의 뜻을 가지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옥에 갇혀 갖은 고문과 박해를 받았지만,끝가지 신앙을 지켰다. 최천여 베드로는 심한 고문에 못 이겨 배교한 교우들을 찾아다니면서 '금세는 잠깐이요,후세의 세계는 영원이니 어찌 잠시 살기 위해 배반하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설득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는 동생 최종여 라자로를 비롯한 다른 신자들과 함께 12월 14일(양력)공주 진영에서 순교하였다. 이들과 함께 공주에서 같은 날 순교하였지만 치명일기에 성씨만 나와 있는 채씨 며느리는 순교자 최천여 베드로의 며느리로 보고 있다. 이 다섯 분의 시신은 당시 청주 절골에 사는 최천여 베드로의 사돈뻘 되는 강치운이 소학골에 묻었다고 한다.

 

  공주 감영에서 순교한 최천여 베드로,최종여 라자로,배문호 베드로,고의진 요셉,채씨 며느리는 성거산 성지 제1줄무덤에 안치되어 있다. 현제 제1줄무덤에 총 38기,제2줄무덤에 총 36기의 묘봉이 있는데,시신들이 겹쳐 묻혀 있어 실제 이곳에 안장된 순교자의 수는 훨씬 더 많다고 한다. 1959년 미군의 공군기지가 성거산 정상에 건설되면서 도로를 개설할 때 도로상에 있었던 묘봉수가 총 107기였다고 이장 작업에 참여한 6인의 증언이 있었다. 따라서 이곳은 병인박해 때 내포지방이나 경기 남부지역에 살다가 천주교 신자라는 이유로 순교를 당한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안식처이기도 한 것이다.

 

  그동안 오가는 사람도 없이 벌과 나비와 짐승들만 함께했던 성거산 성지의 무명 순교자들은 침묵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과 진리를 위해,그리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자신의 목숨으로 증거한 순교자들의 신앙은 오늘날 한국 교회를 탄생시킨 원동력이 되고 못자리가 되었다. 현재 성지는 제1줄무덤에서 제2줄무덤까지 가는 길에 십자가의 길 14처가 조성되어 있고,넓은 성모광장에는 야외제대와 신자석이 마련되어 있어 야외미사를 봉헌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제2줄무덤부터 시작하는 2.1km 거리의 '순교자의 길'에는 순교자와 관련된 조각품과 한국의 103위 성인과 성거산 소학골 출신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55개의 대형 호롱등이 설치되어 있어 조용히 기도하며 전구를 청할 수 있는 장소이다. 달이 바뀔 때마다 주위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야생화는 마치 우리 순교자들과 신앙 선조들이 하느님과 신앙 때문에 흘린 피를 상징하듯이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자들을 반기고 있다. 특별히 봄과 가을에는 들꽃과 단풍으로,여름과 겨울에는 울창한 숲과 환상적인 설경으로 장관을 이루어 찾아온 순례자들을 감탄케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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