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니무스 보스「성 안토니오 은수자의 유혹」(부분),1505~06,리스본,국립고대박물관
+ 요한복음 4,5-42
<솟아 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야곱이 자기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시카르라는 사마리아의 한 고을에 이르셨다.
그곳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룰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하고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고을에 가 있었다.
사마리아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은 어떻게 유다 사람이시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저에게 마실 물을 청하십니까?"
사실 유다인들은 사마리아인들과 상종하지 않았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두레박도 가지고 계시지 않고 우물도 깊은데, 어디에서 그 생수를 마련하시렵니까? 선생님이 저희 조상 야곱보다 더 훌륭한 분이시라는 말씀입니까? 그분께선 저희에게 이 우물을 주셨습니다. 그분은 물론 그분의 자녀들과 가축들도 이 우물물을 마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이르셨다.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목마르지도 않고 , 또 그 물을 길으러 이리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가서 네 남편을 불러 이리 함께 오너라."하고 말씀하셨다.
그 여자가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는 남편이 없습니다.'한 것은 맞는 말이다. 너는 남편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지금 함께 사는 남자도 남편이 아니니,너는 바른대로 말하였다."
여자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시군요. 저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네는 예배를 드려야 하는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너희는 알지도 못하는 분께 예배를 드리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는 분께 예배를 드린다. 구원은 유다인들에게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 여자가 예수님께, "저는 그리스도라고도 하는 메시아께서 오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분께서 오시면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시겠지요."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말하고 있는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바로 그때에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서 여자와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아무도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또는 "저 여자와 무슨 이야기를 하십니까?"하고 묻지 않았다.
그 여자는 물동이를 버려두고 고을로 가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사람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그리하여 그들이 고을에서 나와 예수님께 모여 왔다.
그러는 동안 제자들은 예수님께 "스승님,잡수시시오"하고 권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하시자, 제자들은 서로 "누가 스승님께 잡수실 것을 갖다 드리기라도 하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너희는 '아직도 넉 달이 지나야 수확 때가 온다.'하고 말하지 않느냐? 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눈을 들어 저 밭들을 보아라. 곡식이 익어 수확 때가 되었다. 이미 수확하는 이가 삵을 받고,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알곡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리하여 씨 뿌리는 이도 수확하는 이와 함께 기뻐하게 되었다.
과연 '씨 뿌리는 이가 다르고 수확하는 이가 다르다'는 말이 옳다. 나는 너희가 애쓰지 않은 것을 수확하려고 너희를 보냈다. 사실 수고는 다른 이들이 하였는데,너희가 그 수고의 열매를 거두는 것이다."
그 고을에 사는 많은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여자가 "저분은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혔습니다."하고 증언하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 사마리아인들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들과 함께 머무르시기를 청하자,그분께서는 거기에서 이틀을 머무르셨다.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이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게 되었다.
그들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믿는 것은 이제 당신이 한 말 때문이 아니오 우리가 직접 듣고 이분께서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 알게 되었소."
<말씀의 향기>
믿음,믿는 자인가 믿음을 받는 자인가 -강진영 요셉 청년성서 전담-
오늘 들은 말씀들의 공통된 주제는 '믿음'입니다. 제1독서 탈출기의 '마싸와 므리바의 물'이야기는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를,심지어 하느님을 원망해서라도 얻고자 하는 그것을,하느님께서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해결해 주시는 장면이죠. 앞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고픔'을 해결해 주신 하느님을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하느님께서는 똑같은 자비를 베풀어 주십니다. 이 장면을 상상하면 저도 괜히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괘씸한 마음이 들지만,이집트에서 그들을 건져내신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더 믿고 기다려 주십니다.
복음에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시는 예수님에게서도 같은 모습이 보입니다. 해갈을 위해 이스라엘 자손과 모세와 하느님께서 대화하신 것처럼,이 이방인 여인과 예수님은 문답을 해 가며 여인의 믿음이 예수님에 대한 호칭에서부터 커 가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여인에게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 보면,'내 믿음을 성장시키기 위해 예수님과 대화를 자주 그리고 많이 해야겠다'는, 어찌 보면 또 힘겨운 결심을 해야 될 것 같지만,예수님께로 시선을 조금 옮기면 든든한 마음이 듭니다. 여인에게 물을 먼저 청한 것도,대화를 더 깊이 이어 가는 것도 예수님이시기 때문이죠.
사도직 안에서 만난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믿음이 완전하여 흔들림 없기를 바란다는 것에 내심 놀랐습니다. 예상한 것보다 '믿음'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고 더욱이 그것이 견고하길 바란다는 것 때문이죠. 젊은이들이 믿으에 대한 성장을 돕기 위해 동행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우리가 지나치게 '내가 믿는 것'에만 집주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건강한 믿음은 믿음을 주고받는 둘 이상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인데,나의 믿음을 받으시고 또 그보다 먼저 나를 믿어 주시는,'나에 대한 하느님의 믿음'에 대해서는 미처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의 약함을 본 것이었죠.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심지어 우리가 죄인일 때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증명하신,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찬양합니다. 우리가 끼얹은 것이 아닌,우리에게 "부어진"사랑이죠,사순 시기를 보내며 자주 흔들리는 내 믿음을 탓하지만 말고,그런 나를 먼저 믿어 주시는 하느님께 우리 마음을 되돌려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믿는 사람이기 전에,그분께 믿음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교회를 잇는 길잡이 사잇길>
대전교구 가톨릭 기후행동에 초대합니다
햇빛이 쨍쨍한 날 행주를 삶아 빨고,툭툭 털어 그 햇빛에 바짝 말리고 싶어 중학교 교사를 명퇴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 쨍쨍한 햇빛을 볼 수가 없습니다.
지구는 더워지고 있지만 또, 그렇게 빛나는 햇빛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빛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구가 시름시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주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신 이 피조물들이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언급한 공동의 집을 보호하기 위해 2015년 1월 전 세계 가톨릭 단체들이 연대하여 세계가톨릭 기후행동(GCCM. The Global Catholic Climate Movement)을 조직하였고,활동에 대한 지침,교육 활동 및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900개 이상의 단체와 100만 명에 이르는 천주교 신자와 국제환경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2019년 9월 5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2020년 1월 20일 한국가톨릭 기후행동 출범미사를 하고 국내외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천주교 대전교구에서도 가톨릭 기후행동과 한 울타리 안에서 지역적 연대를 이루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사회교리와 회칙 '찬미 받으소서'를 통해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고,국내의 기후 위기 비상행동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생태적 회개 운동을 확산해 나가고 있습니다. 기후 피해지역의 난민과 선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협력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에서도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기후 비상행동에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고 함께 행동하고자 합니다. 우선 '생태적 회개'라는 회칙 '찬미 받으소서'의 정신에 따라 하느님과 피조물 그리고 가난한 이들과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회복하기 위한 내적 기도생활이 필요합니다. 또 개인의 일상생활 안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화석연료 대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개인의 실천만이 아니라 기후정의를 파괴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치행동을 통해 과감한 온실 가스 감축과 기후정의에 입각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에 요구해 나가야 합니다. 지구의 울부짖는 소리를 알아듣고 우리 대전교구 가톨릭신자들이 앞장서 모범적 실천 행동과 가톨릭기후행동에 적극 참여합시다.
-최경해 마리아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맑은 물로
입술을 적시고
낮은 마음으로
매일매일 기도하는
그대가
하나의 성소(聖所)입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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