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성 바르톨로메오[45]

모든 2 2020. 6. 8. 13:38

미켈란젤로「최후의 심판」537~41,12.7×12.2cm,바티간,시스티나 경당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성 바르톨로메오

 

 

  성 바르톨로메오에 관해서는 <신약성경>에서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언급이 있을 뿐 그 이상의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승에 따르면 바르톨로메오는 인도로 건너가 하느님 나라를 알렸고, 인도의 왕과 공주를 비롯하여 그곳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 시키다가 살가죽이 벗겨지는 참혹한 형벌로 순교했다고 전해진다. 

 

  바르톨로메오가 등장하는 대표적인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종말의 날 그리스도가 인류를 심판하기 위해 구름을 타고 등장한다. 예수님의 오른쪽에는 성모님이 계시고 좌,우에 12사도와 많은 성인들을 비롯하여 천국에 오른 영혼들이 그려져 있다. 그 아래쪽에는 천사들이 나팔을 불며 심판자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알리고 있으며 그 아래쪽에는 천사들이 나팔 소리를 듣고 죽은 이들이 심판을 받기 위해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 천사들의 오른편에는 심판을 받고 지옥으로 떨어지는 영혼들이,그 왼쪽에는 천국으로 오르는 영혼들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아래쪽 오른편에는 죽음의 강을 건너 저승에 내동댕이쳐지는 버림받은 영혼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지옥이다.

 

  건물의 5,6층 정도 되는 높이 14미터의 이 거대한 그림에는 400명 이상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예수님과 가까이 있는 가장 눈에 띄는 성인은 베드로,바오로,라우렌시오 그리고 바르톨로메오다. 미켈란젤로는 이들 주요 성인 가운데 바르톨로메오를 포함시킴으로써 그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켈란젤로「최후의 심판 중 살가죽을 들고 있는 성 바르톨로메오」(부분),1537~41,바티칸,시스티나 경당

 

  관객이 성 바르톨로메오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들고 있는 살가죽이 바로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이었기 때문이다. 성 바르톨로메오가 들고 있는 인피에 작가의 모습을 그려놓은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30대 초반에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에 <천지 창조>를 그림으로써 인류의 시작을 알리는 그림을 그렸는데,그로부터 30년 후 같은 장소에 <최후의 심판>을 그림으로써 인류의 마지막 순간도 그리게 되었다. 교황청의 상징이자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는 가톨릭의 심장부에 인류의 시작과 끝을 그린 것이다. 바티칸 교황청은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일 년 내내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티칸의 그 넓은 궁 전체가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이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시스티나 경당이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인류의 종말의 날 인간이 죽음에서 깨어나 자신이 생전에 쌓은 행업에 따라 예수님의 심판을 받고 선행한 자들은 천국으로 올라가 구원을 얻고 악행한 자들은 지옥으로 떨어져 영원한 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가 60세가 넘은 1537년에 착수하여 1541년에 완성했다. 이 그림이 완성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자 당시 로마의 고위성직자들과 시민들은 놀라움으로 떠들썩했다. 이 위대한 미술가의 걸작에 찬사를 보내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전라(全裸)로 표현된 인물들이 마치 목욕탕을 연상시킨다며 당장 없애야 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1564년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나자마자 바로 그해에 교황청은 미켈란젤로의 제자를 시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졌던 나체의 중요한 부분을 지금의 모습으로 살짝살짝 가려놓았다. 하마터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걸작이 완전히 사라질 뻔했으나 가칠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보존된 것은 그나마 큰 다행이다.

 

 

    -고종희 마리아 /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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