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대전서부지구)
본당 설립:1991.8.13/주보성인:주님 탄생 예고
+ 마르코 복음,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그때에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셨다. 오고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말씀의 향기>
절망의 씨 뿌려 희망을 추수한다 - 강창원 마르티로 농민회 담당
오늘은 스무 살이 된 농민주일입니다.
이 땅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창조사업에 온몸과 마음으로 피땀 흘리는 농민들 모두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시길 두손 모아 봅니다. 농민주일이 어느덧 스무 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이십 년 전, 우리 농촌의 암울한 현실에 생명의 보금자리인 농촌을 향해서 교회가 더 이상 가만히 구경만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그때와 비교해 보면, 상황이 더 나아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실정입니다. 우루과이 라운드와 FTA 체결로 인한 외국농축산물의 수입개방과 4대강 사업등으로 인한 농지의 축소와 부적절한 농업정책으로 인해 농심은 지쳐 가고 거칠어지며 급기야는 농촌공동체가 해체 일로에 서 있는 것이 한국 농촌의 현주소입니다. 우선 식량자급률을 보면 22.6%에 불과합니다.(2012년 기준)
둘째로는 농가 인구의 감소:1990년 700만 명에서 2012년 291만 명, 전체 인구 대비 5.6%, 셋째, 농지면적 감소:2008년 176만 ha에서 2011년 169ha, 넷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입농산물:2014년 3.4분기 46억 6650만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36억 100만 달러에 비해 29.6% 증가.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일본, EU, 멕시코, 한국, 이집트 순입니다. 더 많은 안타까운 통계들이 있으나,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고통스럽습니다.
그러하기에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온 우주만물이 모두 아버지 하느님의 것이고, 저희 자녀들에게 상속으로 주신 이 생명의 보금자리들을 거두어 가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 욕심과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아름다운 생명의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이 농촌을 저희 손으로 다시 되살리겠나이다. 지금은 비록 아프고 어두운 절망의 터널이지만, 저희로 하여금 절망이라는 씨앗이 뿌려져 가는 이 땅에, 당신께서 주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도구로써 추수할 수 있는 은총을 사랑이라는 도구로써 추수할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아멘."
농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말씀과의 친교(5)>
말씀의 정점인 성사 - 총대리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
성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눈에 보이도록 드러내 주는 표지'입니다. 그래서 성사에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내려 주시는 '말씀'과 그 은총을 받도록 실행하는 '질료와 행위'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례성사는 예수님 공생활 초기에 친히 세례자 요한을 찾아가 받았고, 부활하신 뒤 제자들을 불러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마태 28,19)라는 말씀에 따라 교회가 행하는 죄 용서의 은총을 베푸는 성사인데, 물로 씻는 예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고해성사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라는 말씀에 따라 행하며, 사제가 십자성호와 사죄경을 염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죽음을 앞두고, 십자가 위에서 이루어질 은총의 사건 곧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의 죄가 죽고 우리는 주님의 생명을 받아 살게 되는 은총의 결정적인 성사입니다. 예수님 친히 빵과 포도주를 건네시며, 그것이 당신의 몸과 피라고 선언하시고 그 예시를 행하라고 명하셨습니다. 다른 성사들도 그러합니다. 예수님 친히 사도들을 뽑으셨고(성품성사), 병자들을 치유하시며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을 가르치셨으며(병자성사) 하느님께서 친히 맺어주신 부부의 끈을 사람이 풀 수 없다고 분명히 선언하셨습니다.(혼인성사) 그리고 제자들은 복음을 전하는 초기부터 세례 받은 이들이 성령의 은사로 신앙이 굳건해짐을 체험했습니다.(견진성사)
히브리서는 그 시작에 이렇게 선언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 그렇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데, 마지막에는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오셔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십자가 죽음으로 구원업적을 완전히 이루시고, 이후 교회가 그 일을 계속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친히 행하셨고 그분 말씀에 따라 교회가 세상 끝날까지 행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심에 바로 성사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성사들은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바오로 사도는 성체성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됩니다.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합니다. 주님의 몸을 분별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1 코린 11,26-29) 주님께 은총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성사를 제정해 주셨으니, 성사에 나아가기에 앞서 항상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안은 채로 겸손되어 그 은총을 믿도 청하면 됩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그분이 이미 잘 알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70)>
먼저 하면 할께요!
오늘도 중학교 2학년 예진이는 엄마와 아웅다웅 한 차례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엄마: 또 어딜 가?
예진: 엄마는 알거 없어.
엄마: 너 말버릇이 그게 뭐야?
예진: 엄마가 먼저 시비를 걸잖아.
엄마: 네가 항상 그런 식이니까 그러지.
예진: 엄마가 먼저 그런 식이니까 나도 짜증나.
엄마: 네가 행동을 잘하면 내가 그러겠어?
예진: 엄마가 나를 믿어 주면 내가 그러겠어?
엄마: 네가 믿게끔 해야지? 그 말투부터 고쳐.
예진: 엄마 잔소리부터 그만해, 그럼 고칠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두 사람 사이에 화해가 성립될까요? 누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이 장면이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될까요? 엄마가 먼저 예진이를 믿어 줘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예진이가 먼저 반성해야 하는 건가요?
두 사람 사이의 화해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조건부'반성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나도 그때 내 잘못을 인정해 보겠다는 단서로는 불편한 갈등 게임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너부터 잘하라고. 그럼 나도 잘 할 테니까"라는 식의 날 선 공방전의 끝엔 항상 더 큰 상처만이 남을 뿐입니다. 밤새도록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밝혀본들 명확한 결론이 나올까요?
진정한 화해는 설득이 아니라 용기의 문제입니다. 토론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입니다. 솔선수범은 좋은 일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갈등을 해결할 때에도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오늘따라 "내 탓이오, 내 탓이오"라며 가슴을 치며 미사를 시작하는 일이 참으로 '심쿵'합니다. 하느님은 남 앞에 먼저 모범을 보이는 사람보다, 남보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을 더 따뜻하게 안아 주실 것만 같기 때문입니다.
-이충무 바오로 /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어찌 그리 맑을까
이슬로 키웠는가.
망초꽃 하얀 언덕 위
청 보리 익어간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제20회 농민주일 담화문
'연대와 형제애'*로 농업과 농촌을 살립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스무 번째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과 도. 농 공동체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1. 우리 교회는 1994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실천 운동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는 '농민 주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996년 제1회 농민 주일을 시작으로, 하느님 창조사업에 꾸준히 협력하고 있는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과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고 실천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32) 노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와 농민을 비롯한 선의의 많은 분들이 귀농귀촌 운동, 도시농업 운동, 로컬푸드 운동, 생활협동조합 운동, 슬로푸드 운동, 식량주권운동, 식생활교육운동, 학교급식운동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농업. 농촌의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전면 수입을 유예해 온 쌀마저 올해부터 완전히 개방되었으며, 농산물 생산 대국민 미국, 유럽 등에 이어 지난해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과 함께 몇 년째 지속된 농산물 가격 하락, 빈번한 자연재해,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축 질병은 농업, 농촌의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이 계속되어도 '관세 및 보조금 감축과 철폐를 통한 농산물 시장의 자유화'를 목적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양자 간 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의 확대 등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기세가 시속되고,우리정부는 앞장서서 이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우리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농업 구조조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농촌 인구의 감소 농업 후계 인력의 부족,농가 소득 하락과 도농소득 격차의 확대 등의 농민 문제뿐만 아니라 식량의 해외 의존 심화,유전자 조작식품의 법람,환경오염의 심화 등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농업,농촌의 문제는 비단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교화는 농업, 농촌, 농민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교회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배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소외 없는 세계화"(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인류의 참된 선에 초점을 두는 세계화"(교황 베네딕토 16세, 2006년 사순시기 담화)를 강조하면서 "오늘날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삶의 짓누르는 무관심의 세계화에 맞서, 우리 모두 현대와 형제애의 세계화를 위한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라고 권고합니다. 세계화로 인해 삶의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손을 맞잡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국제연합(UN)은 식량과 자원의 문제, 기후변화에 주목하여 작년을 '세계 가족농의 해'로 정한 데 이어 올해는 '세계 흙의 해, 내년은 '세계 콩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3년 연속 기아와 빈곤 감소, 생물 다양성과 환경보전, 농촌 지역경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대하고 실천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3. 우리는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품목별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정해 법제화하고 이에 필요한 농지의 보전과 토지공개념 강화, 농업인력 확보 등 농업 기반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농민들이 농업을 통한 '행복 추구'가 가능하도록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반영한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농민들은 자치와 협동으로 순환과 상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등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며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스페인 몬드라공, 캐나나 퀘벡,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가톨릭교회의 공동체 정신이 그 배경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인 우리는 농민들과 힘을 합쳐 안전한 먹을거리가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되도록 '우리 농촌살리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본당에 '우리농생활공동체'를 설립하여 농촌 생산 공동체들과 결연을 추진하고, 농촌 체험, 일손 돕기와 같은 인적 교류, 생명농산믈, 직매장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이 '연대와 형제애'의 구체적 실천이며 우리와 후손들의 삶을 위해 '생명을 선택'(신명 30,19)하는 일입니다. "연대의 이러한 확신과 실천이 이루어질 때에 다른 구조적 변화의 길이 열리고 그러한 변화가 가능해집니다."(복음의 기쁨, 189항) 우리는 신앙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대로 생명을 일구는 농민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연대해야 합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애쓰는 농부가 소출의 첫 몫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2 티모 2,6)라는 성경 말씀대로 농민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우리 농업, 농촌이 되살아나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은'(창세 1,31) 세상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2015년 7월 19일 제20회 농민 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
*교황 프란치스코, 2015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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