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5년 주보

연중 제 15주일2015년 7월 12일(나해)

모든 2 2015. 7. 12. 22:00

도룡동성당(대전북부지구)

 

 

+ 마르코 복음. 6,7-13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 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신발은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말씀의 향기>

 

신앙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이준석 사도요한 논산부창동 보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여 집으로 건강하게 돌아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과 준비를 갖출지라도 여행을 통해서 재충전되기는커녕 오히려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 못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의 신앙여행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복음선포여행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하신 것은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신 것입니다. 제자들의 신앙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계획과 물질적인 준비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도우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어서 나머지 필요한 준비물들은 최소한의 것만 챙기도록 당부하십니다. 하느님보다 인간의 계획과 물질에 의존하고 집착한다면 우리의 신앙여행은 좋은 여행이 되지 못할뿐더러 하느님께로 잘 돌아가야 하는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패키지여행 중인 사람이라면 여행에 투자한 비용보다 더 좋은 잠자리와 음식과 여행코스를 바라면서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무전여행 중인 사람은 불편함보다는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여행을 즐기게 됩니다. 그래서 패키지여행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몸과 마음이 재충전된 상태로 기쁘게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신앙여행도 내가 선택한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하느님께 거저 받은 공짜여행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짜여행답게 비교하고 불평하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하느님 뜻 안에서 다시 하느님께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모습을 충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 몸이 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며,신앙여행의 목적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보잘것없어도 그 안에 하느님의 뜻이 있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신앙여행을 잘 마칠 수 있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은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셔서 우리가 당신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고,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기 때문입니다.

 

   1독서의 아모스 예언자는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나무를 가꾸는 일이 본업인 사람이었지만 그는 그가 잘할 수 있는 일 대신 하느님의 뜻대로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가 인간적인 능력과 준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면 하느님의 뜻을 받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여행이 하느님의 선물이고 그분의 뜻대로 이루진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뜻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신앙여행을 잘 끝마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이러한 지향 안에서 기쁘고 행복한 주일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이충무의 행복나침반(69)>

 

우산끼리도 사랑했던 때

 

 

   장마철입니다. 이제 우산을 꼭 챙겨야 할 그런 때가 돌아왔습니다. 요맘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가끔 흥얼거리게 되는 아주 오래된 노래 한 곡이 있습니다. 부를수록 좁다랗던 학교길과 그 길을 함께 걷던 개구쟁이 친구들이 생각나는 '우산'이라는 동요 말입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우산 깜장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 길에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갑니다.

 

   요즘은 망가진 우산은 종종 있어도 찢어진 우산은 보기 힘듭니다. '쥐우산'이라고 불렀던 우산 혹시 기억 나세요?

대나무로 몸통과 살을 만들고 하늘이 훤하게 비치는 얇은 비닐로 우산 천을 대신했던 우산...

유난히 빗방울 소리가 후드득거리고 걸핏하면 찢어지곤 했었죠.

 

   하지만 파란 우산이면 어떻고,깜장 우산이면 어떻고,또 심지어 찢어진 우산이면 어떻습니까?

우산끼리 이마를 마주 대야만 할 정도로 서로 가까이 어울려 걸어가는 그 기쁨이 최고였는데...

짧지만 무척이나 정감어린 노랫말이 지금도 마을을 따뜻하게 합니다.

 

   요즘은 우산끼리 이마를 마주 대하며 걷는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찢어진 우산을 들었다면 아무도 그 우산과는 이마를 마주 대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우산 색깔과 모양이 어떻든 함께 어울리며 비를 피했던 사람들은 다 사라지고 각자 홀로 남은 오늘입니다.

 

   내리는 비를 멈출 수는 없어도 피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내리는 비도 우리 스스로 멈출 수 없습니다.

단지 피하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우산 하나씩 들고 인생길에 나서는 친구들인 셈입니다.

 

   그 길이 어린 시절처럼 즐겁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같은 색깔의 우산끼리만 어울려 걸어가는 오늘의 골목은 그저 씁쓸하고 어두워 보일 뿐입니다.

행여나 이마라도 닿을까봐 잔뜩 긴장한 채 우산 홀로 걸어가는 그 길은 한없이 삭막해 보일 뿐입니다

 

   찢어진 우산이라도 위태롭게 쓰고 길을 나설 때, 골목길이 좁다랗게 느껴지도록 이마를 맞대고 함께 걸어갈

그런 친구를 만난다면 그 길이 행복의 길입니다. 지금 주님은 그 길 위에 서 계십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빛으로 현현한 대지

생명을 찬미하며

내 오랜 기도

이제

긴 호흡으로

천천히 그를 향해 갑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산귀스 추기경의 비움

 

    2년 전 대만의 산귀스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90세를 넘긴 연세에 병원에서 투병하시며 깨달은 영적 체험을 나누고 싶어 글을 남겼습니다. "타이페이에서 나는 이틀 동안 대변을 보지 못했고 의사는 완화제를 줬다. 약효는 한밤중에 나타났다. 나를 돌보던 남자 간호사를 깨워 샤워실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샤워장으로 다 가기 전에,내 속이 비워졌다. 대변이 나와 바닥에 떨어졌고, 이 남자 간호사가 내 똥을 밟았다.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와 바닥을 닦으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내 똥 묻은 파자마를 벗기고 나를 화장실 변기에 앉혀 내 다리에 묻은 똥을 닦으며 어른이 아이를  꾸짖는 것처럼 나를 꾸짖었다.

 

  그는 "두세 발짝만 더 가면 변기였는데, 그것도 참지 못했느냐? 이것 때문에 내가 고생했다.

다음에는 더 일찍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는 내가 한 살짜리 어린애처럼 느껴졌다.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로 나에게 다가와 내가 90년 동안 갖고 있던 모든 존경과 명예, 직함,직위,권위,위엄을 난도질했다.

나를 씻기고 나서 그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바로 잠이 들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추기경에게 일어났습니다. 의사가 몸에 물을 빼기 위해 이뇨제를 처방한 것을 모르고

평소와 다름없이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독서 중에 화장실에 가야 했는데 가는 도중에 참지 못하고 오줌을 바닥에

흘렸습니다. 그의 모든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수녀와 의사, 간호사들 앞에서 숨을 곳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때도 과거에 사로 잡혀,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지 못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날 밤에도 간호사의 꾸중을 되새기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십자가를 쳐다보며 예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아무 잘못도 없이 큰 죄인처럼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비웃음과 모욕을 받으셨는데..그래도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위해

용서를 청하는 기도까지 하셨는데...

 

나는 노인이고 임종을 기다리는 병자로서, 내 자신의 현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옛날의 권위와 명예에 갇혀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기도하였습니다. 그후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아주 평화로운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랜만에 평온하고 마음의 기쁨을 새롭게 찾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 간호사는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은 것처럼 추기경을 정중하게 간호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추기경은 자신을 비우고,기쁨을 얻은 것이 은총의 힘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오랜 성직자 생활에서 영성수련,피정,기도,좋은 독서 등 수없이 많이 했지만 옛날의 권위나 명예를 내려놓지 못하고 현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나를 깨우쳤다. 우리의 인간성은 나약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진정한 목표를 잊고,평판과 권위를 높이고 사람들의

존경을 얻는데 집착하며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