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복음.21,1-9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지고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말달레나가 무덤에 가서보니,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알렐루아,알렐루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사랑하셔서,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우리 신앙의 뿌리이며,삶의 희망이고 행복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이 세상 모든 이에게,특별히 대전교구 구성원 한 분 한 분에게 풍성하게 내리시기 기도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실직자의 수와 먹을 것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생계형 범죄가 증가하고,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입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본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부의 눈물과 자식처럼 키운 닥,오리를 땅에 묻는 축산농가의 깊은 좌절과 한숨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실의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점점 메말라가는 청소년들의 각박하고 불안한 정서를 통해 어둠의 그림자를 봅니다. 눈물의 골짜기에서 헤메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느님께서 아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
그리스도교 신앙은 부활만의 신앙이 아닙니다.우리 신앙은 죽음과 부활의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살기 위하여 먼저 죽어야 합니다. 다른 길이 없습니다. 만약 죽지 않아도 되는 다른 길이 있었다면 좋으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을 것입니다. 죽음을 통하여만 살 수 있는 길이 너무도 어려우므로 당신 아들을 보내셔서 먼저 죽으셨다가 부활하시면서 우리들에게 직접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따르는 우리도 생활 안에서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굳은 믿음은 우리가 만나는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하는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나이와 신분과 계급을 초월하여 우리 모두를 한 가정의 형제자매로 만들어 줍니다. 형제자매를 위하여 함께 웃고 울고, 내 이웃을 구체적으로 존중하는 삶을 사는 것은 부활의 신앙 안에서 자신을 죽이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불의와 아픔을 분노로만 대응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죽음만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라는 지평에서 세상의 고통을 보는 우리는 먼저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며 조용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믿음과 생활이 일치하는 참된 신앙의 실천은 보음으로 무장하여 욕심을 줄이고,돈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회심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내가 만나는 이웃들의 어려움과 배고픔을 알아보니 나의 모든 재능과 가진 것을 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고 봉사하는 데 사용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분쟁이 있는 곳에 평화를 이끌며,경쟁과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실과 사랑을 삶으로 증거하며,슬픔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삶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처럼,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대전 교구 가족 여러분,
세상이 어렵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세상은 밝아지지 않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태우면서 작은 빛을 비출 때에 세상은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이로써 우리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누룩이 될 것입니다.그리스도 신앙인드로서 믿음과 생활이 일치된 삶만이 많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교회와 사회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복음적인 대답입니다. 신앙과 생활이 일치된 복음적 삶을 살 때,"주어라,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 6,38)라는 말씀과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20,35)는 말씀의 의미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실천하신 예를 순교자에게서 봅니다.신앙의 빛으로 조명된 순교자들은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노비를 해방시키고 그들을 형제자매로 대했습니다. 천국의 영광만 기다리기보다 구체적인 삶의 모든 순간에서 행하는 신앙 실천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에게 보여주신 길입니다. 순교자들은 우리가 본받을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존재이며, 영원한 삶의 아름다움을 미리 보여주는 분들이십니다.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에게 "너희가 우리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님께서도 우리를 보시고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루카 19,17)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2014년, 우리 교회는 기적과 같은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인과 교회의 사랑을 받으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제 6회 아시아 청년대회'와 '제 3회 한국 청년대회'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내한하시는 교황님께서 4일 간의 방문 중 2일을 대전교구에 머무십니다. 교황님께서는 또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 순교자'시복식을 주례하시고,남북으로 갈라진 우리나라의 화해와 평화를 위하여 하느님의 큰 은총을 청하는 미사를 봉헌하실 것입니다.이 모두가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께서 전구해 주신 기도의 열매라고 믿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복음에서 말하는 슬기로운 처녀의 모습처럼,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는 자세를 지닌 모습으로 기다립시다(마태 25,1-13참조) 우리 각자가 죽음과 부활의 신앙을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삶에서 이를 실천할 때 교황님의 메시지가 우리에게 더 큰 은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땀을 흘리며 수고해야 더 많은 수확을 낼 수 있으며,노력한 만큼 결실을 가져오고,순금은 높은 온도의 제련를 통하여만 얻을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제외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르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데 지쳐 버리곤 합니다(「복음의 기쁨」2항 참조)우리는 때때로 많은 조건이갖추어져야만 행복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핑계와 불평거리를 찾으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한 사람,즉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에서 새로운 희망과 기쁨을 보게 됩니다.(「복음의 기쁨」7항 참조) 이 기쁨과 희망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때 비로소 우리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빛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교구장으로서 한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는 8월 18까지 정오 삼종기도 후에 '주님의 기도,성모송,영광송'을 교황님,청년대회,시복식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치며 마음을 모아주시길 권고합니다! 함께 기도하며 은총의 빛으로 나아갑시다.
2014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신앙 안에서 다시 태어나 삶의 매 순간을 신앙의 빛으로 비추고 신앙을 증거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순교자의 후예로서 선조들이 걸어가신 길을 따라 두려움 없이 나아갑시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2014년 4월 20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유 자라로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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