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7년 주보

연중 제 32주일 2017년 11월 12일(가해)

모든 2 2017. 11. 13. 10:59

복수동성당(대전남부지구)

본당 설립: 2010.1.13/주보 성인:예수 성심

 

+ 마태 복음25,1-13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자.>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에게 '우리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주인님,문을 열어 주십시오.'하고 청하였지만,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말씀의 향기>

 

주님을 희망하고,실천하는 지혜를 살자 - 연광흠 바오로 봉산동 주임

 

 

  오늘도 하늘나라를 꿈꾸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해 하늘나라를 뜻하는 혼인잔치에 잘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들이 갖추어야 할 조건과 태도를 마태오 복음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제시하고 있다.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깨어 준비하는 것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재능을 성실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것,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여기에서 오늘 복음은 다섯 처녀들이 지혜롭게도 지금 밝혀진 등에 앞으로 필요할 때에 쓰여질 기름을 준비함으로써 슬기로운 이들임을 전하고 있다.

 

   슬기로운 처녀들로 인정받은 이들은,미련한 처녀들과는 달리 기다리며 밝히고 있던 등을 위해 기다림의 변수에 대비한 기름을 준비한 것이고,그것이 바로 주님의 때를 가리키는 신랑이 오는 시간까지 등을 밝힐수 있게 하는 지혜로운 삶임을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르치며,그런 준비하는 깨어 있는 삶을 살도록 요청하시는 말씀이다.

 

   신앙은 현재만을 소중히 여기고 집착하며 안일하게 살아가면 세속적이거나 이기적인 삶이 될 수 있다. 우리 신앙은,이미 시작되었지만 삶의 자리에서 회개를 시작으로 성화되는 가운데 주님의 뜻을 살아가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끊임없이 희망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신앙은 하느님 가치의 소중함을 알고 그분을 희망하며 합당한 준비를 통해 희망하는 삶의 결실을 맺기 위해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내일의 결실을 희망하는 사람이 합당한 준비도 하지 않고 오늘에만 안주하고 집착한다면 오늘만 살고자 하는 어리석고 미련한 자로 남을 것이다. 그런 이에게 내일은 보장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기에 슬기로운 처녀들처럼 우리 신앙인들은 하늘나라를 향한 기다림 속에서 기름과 같은 준비의 깨어 있는 삶이 필요하다. 그것은 주님의 뜻과 가르침을 알고, 그 앎을 살아내는 실천의 삶이 아닌가 싶다. 주님의 뜻은 말씀 안에 담겨 있고, 아버지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시며,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와서 보시오'하듯 보여 주신 예수님의 삶에는 온통 실천적인 삶으로 열매 맺기를 요구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와 전례,성사와 봉사를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나라에 들어가 구원 받기를 희망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주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들로 주님의 뜻을 아는 지혜를 마음에 품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조화롭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깨어 있는 분들 되시길 바랍니다.

 

 

<이충무의 행복나침반(186)>

 

충동,노동,감동

 

 

  가슴 깊은 감동에 이르는 길목엔 반드시 거쳐야 할 두개의 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문은 '충동'의 문이고, 두번째의 문은 '노동'의 문입니다.

 

  충동의 문은 쉽게 열립니다. 짜릿한 자극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문득 배우가 되고 싶다거나,맛있는 음식을 먹다가 셰프가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인 노동의 문은 생각보다 통과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충동의 에너지만으로 그 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충동은 우리를 들뜨게 하고 신나게 하지만,노동은 우리에게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과정을 견뎌야 하고, 아주 조금씩 성장하는 느림의 순간을 버텨야 합니다.

 

   재능과 의욕이 많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빨리 그 재능을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충동만으로 그 재능을 꽃피우려 조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힘들고 지쳐서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주님을 만나려는 충동이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 충동만으로는 주님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부지런히 성경을 읽고,묵상 속에서 기도도 해야 하며,이웃을 위한 봉사 모임에도 참여해야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사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기도 해야 합니다.

 

   설렘이 사랑의 시작일 수는 있지만,그것만으로 사랑이 완성될 수 없습니다. 주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으로 주님을 사랑할 순 있지만, 주님과 함께하려는 기쁜 노동의 시간이 없다면 그 사랑은 나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날 것입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그의 숨결이

그의 발길이

 

이 등불을 밝혀야 하는

이유였으면 좋겠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