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쌍용동성당(천안 서부지구)
본당 설립: 1995.2.6/주보성인:성 김대건 안드레아
+ 루카 복음. 10,38-42
<마르타는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말씀의 향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강창원 마르티노 대전 가톨릭농민회 담당
오늘은 스물한 번째 맞이하는 농민주일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생명을 일구는 온 세상의 모든 농민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축복이 충만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우리는 무슨 기념일이나 생일이면 축하를 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 농민주일을 지내면 지낼수록 축하할 수 없고, 깊은 한숨과 탄식이 흘러나오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루카 12,29)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분의 자녀라고 불리우는 우리는 나약하고 자신만 아는 욕망과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눈이 멀어, 이제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마셔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모든 열악한 환경-우루과이 라운드와 FTA 체결로 인한 외국 농축산물의 수입개방과 4대 강 사업 등으로 인한 농지의 축소와 식량자급률 23.8%에 불과(2014년 기준)
둘째로는 농가인구의 감소 1990년 700만 명에서 2012년 291만 명, 전체 인구 대비 5.6%
셋째, 농지면적 감소 2008년 176만 ha에서 2011년 169ha
넷째,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수입농산물: 2014년 3.4분기 46억 6650만 달러, 2015년 302억 달러(약 35조 원), 세계 5대 식량 수입국: 일본, EU, 멕시코, 한국, 이집트 순입니다. GMO 수입세계 1위국은 둘째로 더 큰 문제는 먹을거리의 해외의존과 상품화가 심화됨에 따라 안전한 먹을거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수입 유전자 조작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 GMO)의 피해는 심각함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유전자 조작 식품의 섭취로 인해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나타나는 비만, 당뇨, 아토피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t ; ADHD)와 자폐, 불임, 각종 암 유발 등 각종 유해 식품의 범람과 식생활 습관에 따른 유병률(油餠率)의 증가를 우리 모두는 간과해서는 안 되는 현실입니다.
하느님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의 땅을 더 풍요로운 보금자리로 지키지 못해서, 하느님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소중한 거리를 후손에게 전해주지 못해서,하느님 죄송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생명을 저희 욕심으로 인해 점점 소멸시키는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함을...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렵니다. 당신께서 죄 많고 어리석은 저희를 포기하지 않으셨듯이 저희도 당신께서 주신 이 생명의 땅에서 이 생명들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땅의 농민들과 함께!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7)
공주 국실 순교자들
"등장인물은 많은데 내용이 없는 책" 옛날에 전화번호부를 우스갯소리로 이르는 말이었다. 오늘 소개하는 공주 국실 순교자들이 이와 같았다. 한 동네에서 수십 명이 순교하였는데 각자에 대한 구체적 기록이 없어 이름만, 혹은 그마저도 없이 숫자만 알려져 있을 뿐이니까.
공주 국실(충남 공주시 반포면 국곡리)은 신자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으로 옹기를 구워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산골 마을이었다.
1810년대 이전에 형성된 꽤 오래된 교우촌이었는데도 병인박해 이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해가 일어나면서 1866년까지 3년 동안 최소 53명 이상이 공주로 끌려가 순교하였다. 한국 교회 역사상 가장 많은 분들이 한 동네에서 순교한 사례인데도 기록이 적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기록들을 보면 이렇다.
"병인 4월에 공주 국실에서 27인이 공주 포교 김명보,이치문에게 잡혔는데.. 박성일 등 합 19인이 공주서 교하여 치명하니, 그때 이 서방은 신문교우(새 신자)로 영문에서 추열할 때 삼종기도 첫 조목을 외우고 옥에 내려가 19인에게 세례를 받고 치명하니.."
"공주 국실에 살 때에 동네 교우 대개 30명이 정묘 4월 초5일에 잡혀 공주에서 갇힌지라. 이에 김 예로니모와, 김용소와, 이정심과, 함선 일과, 최 첨지와, 박광자와, 김치명, 합 여덟 사람이 한 가지로 치명하니.."
이분들의 순교를 증언하고 기록해준 사람마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박해를 받았기에 기록이 적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짧게나마 작성된 기록의 조각들을 모아보면 그들이 어떻게 순교의 시간을 맞이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국실 교우들은 공주 감옥 안에서 서로 격려하며 십자가의 길을 갔다. 1867년에 함께 갇힌 이들이 경우 먹을 것이 없어 옥족들이 돼지 밥통에서 술지게미 찌꺼기를 가져다주자 그것도 감사하며 서로 나누어 먹었다. 다소 부유했던 김군심이란 교우는 아내가 개를 잡아 몰래 옥으로 들여보내자 교우들에게 나누어주고 자기는 조금만 먹었다. 또한 저녁때가 되면 교우들은 날마다 큰 소리로 만과(저녁기도)를 기쁜 마음으로 합송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공주 국실 순교자들은 대부분 이름만 알려지거나 때로는 숫자로만 나열되어 있다. 그럼에도 전화번호부처럼 '내용이 없지 않은'이유는 짧은 기록 안에서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와 음악이 길다고 좋은 작품이 아니듯이, 간결하게 늘어선 그분들의 이름 안에서 믿음의 깊이가 느껴진다.
-김정환 신부. 내포교회사연구소-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118)>
소리없는 응시에 응답하다.
사랑의 시선, 최고의 박수
두 달 넘게 열심히 연극 연습을 하고 배우들이 드디어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하루하루가 가슴 설레는 날이었고,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 그들의 가슴에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했음에도 객석에 빈자리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어느 날인가는 관객이 겨우 두 명밖에 오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공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바로 배우들이었습니다.
객석에 달랑 두 명이 앉아 있는 걸 보고, 배우들은 분장실에 모여 긴급히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관객이 둘 뿐인 이 공연을 과연 해야 할 것인지 말아야 할 것인지 결론을 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온 관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공연은 무리야. 우리나 관객이나 서로 어색할 테니 관람료를 돌려주고 양해를 구하는 게 좋겠어!"
"그래도 여기까지 시간을 내서 온 분들인데, 우리가 평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서로 다른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어쩌면 우리는 위와 같은 고민에 빠진 배우들이 되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느낄 때, 삶의 의욕은 사라져 버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 없어도, 인생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거대한 인생극장의 객석에서 단 한 분,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앉아 계신 주님을 느낄 때입니다.
여전히 서툰 인생 초보 배우, 오늘도 변함없이 인생무대에 오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지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부족함 많은 저를 지긋이 바라보시는 주님만을 생각하렵니다. 그 소리 없는 응시가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박수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꽃
들에 피어야
그대로의 맛이다.
바람에 흔들려야
꽃향기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생명의 밥상을 차립시다.
제21회 농민주일 담화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생명농업으로 하느님 창조 질서 보전에 힘쓰고 계시는 농민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시길 빕니다. 또한 지난해 11월 14일, 쌀값 인상을 요구하다 공권력에 의해 의식을 잃고 있는 백남기(임마누엘) 형제의 조속한 쾌유를 빌며, 정부의 책임 이는 처신을 촉구합니다.
"귀를 기울여 내 소리를 들어라. 농부가 씨를 뿌리려고 날마다 발만 갈겠느냐? 줄줄이 밀을 심고 적당한 자리에 보리를, 가장자리에는 귀리를 심지 않느냐? 이렇게 하느님께서 그에게 법칙을 일러 주시고 그를 가르쳐 주신다."(이사 28,23-26 참조)
하느님은 이렇게 살아갈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농민은 이런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인간과 자연이 협력하여 하느님 창조질서에 가장 친밀하게 동참하는 생명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러나 전면적인 농산물 시장 개방과 세계화의 진행으로 농촌 공동체는 파괴되고, 농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2014년 현재 농가인구는 전체 국민의 5.3%인 275만 명으로 줄었고, 이마저도 69%가 60세 이상입니다.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은 1.5ha에 불과하고, 연간 농업소득은 1천만 원가량으로 영세 소농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도. 농간 소득격차가 큼 폭으로 확대되어 도시근로자 가구 대비 농가소득을 57%로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또한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농업의 근간인 쌀까지 지난해부터 관세화를 통해 완전 개방되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농사는 고되고 소득은 적고 전망이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느님이 가르쳐 주신 대로 살아왔는데, 농민의 살길은 점점 막막해져 갑니다. 생명을 가꾸는 고귀한 일에 동참하라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선포하는 교회의 입장에서, 농민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국가와 사회가 경제논리로 농업을 희생하여 다른 산업을 키워갈 때 교회가 힘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변형식품(GMO)으로 국민과 자연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데도 (「찬미받으소서」,134항 참조) 우리의 인식과 대처가 부족했음을 반성합니다.
그래도 농민들은 묵묵히 밀과 쌀보리를 심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이름으로 농민들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해 1994년 주교회의 충계 정기총회의 결정으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시작하였으며,이듬해엔 '농민주일'을 제정하여 농촌과 농민들을 위해 함께 기도와 실천운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교구별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생명농산물 직매장을 운영하며 다양한 도. 동 교류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교회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여 농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우리가 희망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밭이 되어 주고, 우리가 땅이 되어 주면 농민들은 우리를 희망 삼아서 밀과 쌀보리를 기쁘게 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농촌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농산물을 정직하게 생산하는 농민들이 아지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라도 생명 존중과 형제적 연대를 바탕으로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습니다. 우선적으로는 가정에서부터 교회의 모든 기관과 시설,사제관과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밥상 차리기'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청합니다. 또한 교우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위해 식생활 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본당의 생명농산물 직매장도 더 많이 개설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특별히 쌀값 하락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농민 형제자매들을 위해 교회 공동체의 행사에 우리 쌀로 만든 떡이나 빵, 음료 이용하기, 아침밥 먹기 등 쌀 소비 촉진에도 적극 동참해 주시기 당부드립니다. 농민들이 생산한 밀과 쌀을 감사히 먹어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교회 속에서 새롭게 희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농부를 사랑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축복이 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2016년 7월 17일 제21회 농민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
자연스럽고 거룩한 평화 -소갈 린포체
나는 명상을 가르칠 때 종종 이런 말로 시작한다. <여러분의 마음을 고향으로 이끌어봅시다. 그리고 마음을 내려놓읍시다. 그리고 마음을 쉬게 합시다.>
명상 수행에는 세 가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마음을 고향으로 이끌기, 마음을 내려놓기, 마음을 쉬게 하기, 이 세 가지는 수많은 차원으로 울려퍼져 나가는 의미들을 포함하고 있다.
<마음을 고향으로 이끌기>는 수행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가장 깊은 의미에서, 마음을 고향으로 이끄는 것은 당신 마음을 안쪽으로 되돌려 마음의 본성에서 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수준 높은 명상이다.
<마음을 내려놓기>는 마음을 집착이라는 감옥에서 풀어주는 것을 뜻한다. 모든 고통과 공포와 고뇌는 집착하는 마음의 갈망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다. 마음의 본성에 대한 이해가 확대됨에 따라 생겨나는 깨달음과 확신을 통해 심오하고도 자연스럽게 관용의 정신이 고취된다. 당신은 모든 집착에서 풀려나며, 자유로워지고 명상의 감동 속에서 황홀함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쉬게 하기>는 마음을 널찍하게 확장하는 것, 마음속 긴장을 푸는 것을 뜻한다. 더 깊은 의미는 마음의 진정한 본성인 리그파 상태에서 쉬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일깨우는 티베트 어에는 <리그파에서 마음을 쉰다>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것은 편편한 바닥에 모래 한 줌을 쏟아붓는 것과 같다. 그러면 각각의 모래 알갱이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잡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생각과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가라앉혀 마음의 본성에 녹아들어 가게 함으로써 당신의 참된 본성 속에서 마음을 쉬게 하는 방법이다.
-티베트의 지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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