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포공소(당진성당) /그림 안종찬(바오로),2023년
+ 마르코 복음 6, 7-13
<예수님께서 그들을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말씀의 향기>
길을 떠날 때, 가는 거야!! - 장동준 라파엘 보령동대동 주임
본당의 사목 표어를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로 정해 공동체 교우들과 깊은 일치감을 함께하고 있다. 성당 입구 게시판에도 표어를 디자인하여 잘 볼 수 있게 해두었다. 사목 표어가 있어 여러 가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본당 친교의 날에 파이팅을 위해 표어를 구호처럼 외치기도 하고 심지어 친교의 자리에서 함께 잔을 부딪치며 건배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본당의 사목 지표는 따로 있다. 올해 본당 사목의 지표는 교구의 사목 지침을 토대로 ‘미사의 은총 안에서 소공동체로 일치하는 본당 공동체’이다. 그 토대는 작년 성령 강림 대축일에 시작해서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이어갔던 ‘쉬는 교우 가족 찾기 운동’과 이어진다. 본당의 ‘쉬.찾.운’은 일정에 따라 구역별 교적 전수 조사, 1-3차의 구역별 고리기도, 금식기도, 성체 조배, 선교상황실 운영, 소식지 발행, 쉬는 교우 선물 준비, 사목 서신과 영상 편지 발송, 모든 미사와 모임 과 회의에 ‘쉬는 교우를 위해, 기도하자! 사랑하자! 찾아가자!’ 구호를 외치며 공동체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의를 가지며 ‘쉬.찾.운’의 여정을 함께하였다.
‘쉬.찾.운’의 대상은 교적 전수 조사를 통해 추려진 350여 명이 구체적인 대상이었다. 6개월간 이어진 ‘쉬.찾.운’은 본당 공동체에 놀라운 변화를 만들었고 폐막식이 있었던 그리스도왕 대축일에는 무려 70여 명의 ‘다시 돌아온 교우’들과 공동체 교우들이 함께 추수 감사 미사를 봉헌하는 기쁜 은총의 시간이 되었 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더 뜨거웠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복음 선포의 사명으로 부르시며 그들을 파견하신다. 주님 생명과 사랑의 길로, 회개와 구원의 길로, 믿음과 복음의 길로 사람들이 향하도록 그들을 보내신다. 예수님은 복음의 길을 가는데 그 어떤 것에도 연연하거나 미련을 두지 말고 가볍게 가게 하신다. 그저 길을 떠날 때 오직 지팡이 하나만 들게 하시면서.
저마다 다양한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가 있 다. N스포츠 브랜드의 ‘Just do it(그냥 해!)’ 그리고 B모터사이클 브랜드의 ‘make life a ride(인생을 달리게 만들자!)’, H모터사이클 브랜드의 ‘it’s time to ride(지금이 달릴 때!)’ 등이 인상적이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제안하시 는 듯하다. ‘주님의 길을 달립시다! 주님 사랑의 길을 달립시다! 복음의 길을 달립시다! 지금이 바로, 복음과 사랑의 길을 달릴 때입니다!’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서든… 어느 곳이든… (마태 6,10-11 참조)’ 예수님은 오직 우리가 ‘하느님의 힘’만을 의지하게 하시며 길을 떠나 복음의 길로 달려가게 하신다.
아직도, 여전히 또한 앞으로도 시노달리타스(25)
함께 걷는 시노드 여정의 동반자가 되게 하는 대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 안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시노드 정신은 하느님 나라를 향해 선교적으로 ‘나가는’ 복음화의 여정 안에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홀로 지내려 담장을 높게 쌓으려 하기보다 오히려 문을 활짝 열어두어 형제애와 우정을 나누는 여정의 동반자들(σύνοδοι)과 ‘함께’ 지내고 ‘함께’ 길을 걷는다. 이처럼 세상을 여정의 동반자로 여기고 받아들이는 교회는 쇄신의 길에서 대회가 지니는 가치와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는 교회인 것이다.
존중과 경청 그리고 상호이해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화는 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길’ 위에 멈춰 서 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대화는 교회 안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밖의 세상 속에 자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경청하며, 사람들을 통해 말씀하시는 성령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교회가 생각의 획일화와 이에 따른 절대화를 넘어서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담대함과 즐거움을 회복시켜 “자유롭고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서 […] 하느님 뜻에 더 부합”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68항)하여 조화와 일치를 이루도록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대화를 교회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모든 이가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복음화에는 대화의 길도 포함되어”(복음의 기쁨 238항)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진리를 전달하는 것 이상입니다. […] 말하는 기쁨에서 시작되고, 말을 매개로 하여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이 풍요로움은 […] 대화 안에서 서로를 주고받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42항).
이브 콩가르(Y. Congar)는 하느님 백성의 대화는 전혀 예상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던 ‘참신함’을 받아 들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이에게 열린 대화는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자기 확실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담자가 우리에게 보여줄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교회는 성령께서는 자신에게만 말씀하시지 않고 교회 밖에서도, 특별히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언제나 활동하시며 말씀하시기에 세상에 ‘해야 할’ 말을 지닐 뿐만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시노달리타스의 방식을 따르는 대화를 통해 교회는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겸손함으로 자신을 낮추어 온 세상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 삼아 오늘날의 다양한 문제들을 복음적으로 마주한다.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 가수원 주임-
전례 일반과 미사의 Q&A
5. 주일 미사에 대해서(2)
주일 미사 대신에 평일 미사를 참례해도 되나요?
지난 편에서 소개했듯이, 가톨릭 신자라면 매 주일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가톨릭 신자에게 주일은 매주 중요한 날입니다. 주일은 하느님께서 창조사업을 마치시고 쉬신 날을 기념하는 날이고,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 제물로 바치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을 거행하시면서 남기신 “너희는 나를 기억 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말씀을 지속해서 재현하고, 이 말씀에 따라 제자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에 함께 모여 부활의 기쁨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수 님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주일)”에 함께 모여 주님을 만나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을 지켜나가는 데 그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주일 미사에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 하고 있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질문을 던지십니 다. 왜 주일 미사에 가야 하냐고 말이죠. 이에 대한 교황님의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쾌합니다. 그리스도인 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주일 미사에 갑니다.
“주일은 주님께서 살아나신 날입니다. 주일은 살아 나신 주님께서 제자들과 이야기하신 날입니다. 주일은 주님께서 제자들과 음식을 잡수신 날입니다. 주일은 주님께서 성령을 보내주신 날입니다(2017년 12월 13 일, 프란치스코 교황 일반 알현 중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주일 미사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뜻입니다. 곧, 부활하신 주님과 만나지 못한 제자들의 처지가 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는 어떠한 희망도 용기도, 신뢰할 누구도 없을 뿐입니다.
“주일 미사 대신에 평일 미사를 참례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은 직장이나 생업으로 인해 또는 부득이한 상황들로 인해 주일 미사 봉헌이 어려운 분들께서 하시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난 편에 설명해 드린 대로, 부득이한 상황으로 인해 미사 봉헌이 어려울 때, 교회는 분명 법적인 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주일 미사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관점에서 자신의 신앙과 구원, 그리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 미사에 참여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일 미사를 봉헌하는 이 시간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지 깨닫는 것이 중 요합니다.
정리하자면, 주일 미사를 대신해서 평일 미사를 참례하는 것은 교리적으로는 불가합니다. 왜냐하면 주일 미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득이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교회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으니, 자신의 신앙생활을 위해 지혜로운 방법이 무엇인지 사목구 주임 신부님과의 면담을 통해 그 길을 모색해 보셨으면 합니다. 주일 미사 대신에 평일 미사를 참례해도 되나요?
궁금한 질문은 tjubo@djca.kr 메일 발송해 주세요!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 사목국 부국장-
성지를 걷다_해미순교자국제성지(2)
2. 교구성지에서 국제성지로 성지를 걷다
성지는 교구장이 선포한 교구성지, 주교회의가 선포한 국가성지, 교황청이 선포한 국제성지 세 종류가 있다. 2014년 아시아청년대회 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시아 추기경 · 주교들의 심금을 울린 해미순교성지의 국제성지 승격은 교황청 ‘새복음화 촉진 평의회’의 제안에 따라 2019년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승격을 요청하는 서한을 관련 부서에 보내면서 시작되었다. 2020년 교황청은 이 서한에 대한 답장에서 국제성지로의 승격에 필요한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하여 교구가 관련 자료를 두루 갖춰 보내고, 해미순교성지의 국제성지 승격 인준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도 보냈다. 관련 자료를 엄 격히 심사한 교황청은 2020년 11월 29일 마침내 교구성지인 해미순교성지의 국제성지 승격을 인준하는 교령을 선포했다. 해미성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국제성지이며 교황님이 허락하는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글·그림 해미순교자국제성지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22)
전주교구 군산 축동 천주교회 유리화 「신앙의 씨앗 2010-2」
•재료 엔틱글라스 (Antique Glass) 열성형유리 (Fused Glass))
•크기 465X4327X10mm 14개창
•제작의도
성당의 건축 설계 당시부터 제작된 14개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14처 기도를 위해 제작된 창입니다. 이 창문은 예수님의 고난과 희생을 깊이 묵상하도록 돕기 위해 디자인되었으며 예수님은 부족한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으셨습니다. 그분의 죽음 앞에 선 우리의 모습 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창문을 통해 우리는 신앙의 씨앗을 마련해주신 예수님의 죽음 앞에서 어떤 기 도를 바칠 수 있을까요?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신자들에게 신앙의 깊이를 더해 주는 영적인 통 로입니다. 색유리 조각들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 마치 하늘의 영광이 이 땅에 내려오는 듯한 경건 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성인들의 삶을 투영하는 이 창문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상징하며, 신자들에게는 깊은 영적 울림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이 성당 내부를 환하게 비춥니다. 그 빛은 영혼을 정화시키며 하늘의 빛이 성당을 가득 채울 때 다 같이 성령의 함께 하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손승희(손소벽 막달레나) 유리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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