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 복음 1,39-56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시고,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그러자 마리아가 말하였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비칩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어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마리아는 석 달가량 엘리사벳과 함께 지내다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2023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여인이시여,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요한 19,26)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광복 78주년과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순교로 신앙을 지켰던 조선 초대 교회의 절박한 상황에서 성모님께 교회를 봉헌하며 이 나라를 성모님의 간구에 맡겼던 역사를 돌아보면, 매년 성모 승천 대축일과 조국의 광복을 함께 경축하는 것은 하느님의 섭리로 다가옵니다. 성모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완성하시고 오늘 조국의 광복을 함께 기념하도록 허락 하신 하느님을 온 마음으로 함께 찬미합시다.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님은 사도적 헌장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Munificentissimus Deus)≫ 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셨습니다.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셨던 하느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상의 생애를 마치신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의 영광에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
이렇게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의 믿을 교리입니 다. 성모님께서는 일생을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시어 참된 믿음의 삶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어떤 상을 받게 되는지 보여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처녀의 몸으로 아들을 가질 때부터 십자가에 달린 아들을 바라볼 때까지 성모님의 삶은 오로지 주님을 향해 있었습니다. 말구유에서 아기 예수님을 낳으실 때, 목동들이 몰려와 천사의 말을 전하자 성모님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그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고 합니다. 성모님은 성전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힘들게 되찾았을 때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라는 어린 예수의 말에도 똑같은 태도를 지니셨습니다. 성모님은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다르고 그래서 당 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하느님의 말씀에 항상 열려 있던 분이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뜻이 사람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늘 마음에 간직하면서, 온 생애를 주님께 봉헌하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신 성모님께서 완전한 구원의 은총을 누리신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성모님의 승천은 바로 이렇게 주님을 온전히 따랐던 성모님이 천상의 영광에로 들어 올림을 받았고, 우리 역시도 그 길에 불림을 받았다는 가르침이고 표지입니다. 그런데 성모님은 단지 믿음의 길을 잘 가셨고 그 래서 완전한 구원에 이르신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 께서 뱀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쫓으실 때 구원의 약속을 하셨습니다.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창세 3,15).
여자의 후손 곧 뱀의 머리를 짓밟아 부술 인물은 당연히 메시아 곧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악의 세력을 부술 메시아를 약속하시는 이 말씀에서 한 여인을 언급하십니다. 그 여인 역시 악의 세력에 대적하는 인물이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이 여인은 단연코 마리아 성모님이십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태초에 약속하신 인류 구원의 계획에서 성모님은 하느님의 안배에 따라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신앙의 모범이시며 하느님 구원 계획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실 성모님을 십자가 위에서 사도의 어머니로 정해주셨습니다. 성모님은 사도들의 어머니이시고 교회의 어머니이시고 믿는 이들의 어머니이십니다. 회개와 믿음의 세례로 다시 태어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성모님의 자녀 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바로 이 자녀들의 공동체 입니다. 교회 안에서 각자가 받은 직무는 다르지만, 모두 성령께 받은 직무이며 우리 모두는 형제 입니다. 이미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형제라고 부르셨고, 종이 아니라 벗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성모님을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오늘 교회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시노드 교회입니다. 시노드 정신의 가장 근본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존재이며, 하느님의 자녀이고, 성모님의 자녀라는 사실 입니다. 구약성경의 긴 역사가 절정에 이르고 완성 된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입니다. 그 리고 이 결정적인 구원의 은총은 교회 안에서 성사로 표현됩니다. 우리 가운데 어떤 이들은 주님의 몸이 되어 성사의 은총을 베풀고, 어떤 이들은 성사의 충만한 은총을 받고 복음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세상의 힘을 복음화하는 데에 힘씁니다. 또 어떤 이들은 주님의 자비에 감동되어 하느님 나라의 형제애를 살아가고자 공동체를 이루고, 어떤 이 들은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하시고 함께하시겠다는 주님 말씀에 힘입어 세상 오지를 찾아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기쁨과 고뇌와 꿈을 말할 수 있고 기쁘게 들어주는 공동체가 주님께서 원하시는 교회이고, 시노드는 진정한 형제애로 이렇게 살아 가는 여정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이며 성모님의 자녀로서 존중받는 공동체가 교회이며 하느님 나라입니다. 우리 함께 주님께서 원하시고 성모님께서 도와주시는 교회 공동체를 건설해 나 갑시다. 형제자매 여러분 항상 기도 안에서 여러 분을 기억하며 주님의 강복을 전합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2023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대전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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