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 한승구
고요하던 산중이 거센비바람으로 휘젖고 간 지금
어느 곳에선가 거칠게 쏟아져 내리는 물소리로 가득하다.
자연의 일도 사람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고 보면
들숨과 날숨의 사이에 일어날 일을 알 수가 없다.
누가 알겠는가.
우주의 관점으로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자연 앞에 나약하고 초라한 모든 생명들과 무생물들 마저도
흔적도 없이 허망하게 사라져 갈 것이라는 사실을.
그런 결론 앞에서도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반목과 살육이 끊이지 않음은
인간이 영속의 삶을 누릴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에서
비롯됨을 깨닫지 못한 때문이며 그로인해
인간이 겪어야 할 고통과 비극의 상황은 영원히 되풀이 될 것이다.
한 방울의 물과 부드러운 바람결 앞에서 조차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초라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능력만을 키워 가고 있는 우매함이라니.
스스로 영리하고 위대한 존재라는 착각 속에서 행하고 있는
근시안적 행위에 만족하는
어리석음을 볼 줄 아는 지혜의 눈을 떠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누르고 지배하려는 것은 저급함이자 오만함이며 극단적 이기심 탓이다.
인간이란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대해 속 미생물 하나의 의미 보다 못한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면
나의 삶은 진정한 자유 속에서 열락을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