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민병도
내려올 줄 알면서도 다시금 산을 오르네
흔들리는 마음덜미 들키지 않으려고
드러난 빈자리마다 울음으로 채우는 산
뜨겁던 몸부림은 눈 속에 하마 묻었나
미쳐 감추지 못한 그리움은 바람되어
아직도 삭히지 못한 분노를 게우는데
그렇지, 견딤이란 내 안에 나를 가두는 일
절룩절룩 따라오던 물소리도 뒤쳐지고
마침내 정상에 서면 산은 거기 없었네
아, 정녕 내가 오른 것은 산이 아니었네
새들마저 떠나보내고 언 땅에 얼굴을 묻은
아흔에 아홉 번을 읽어 더욱 먼 밀경密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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