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겨울 산행 /민병도

모든 2 2023. 5. 1. 13:37

 

민병도 작

 

겨울 산행 /민병도

 

내려올 줄 알면서도 다시금 산을 오르네

흔들리는 마음덜미 들키지 않으려고

드러난 빈자리마다 울음으로 채우는 산

 

뜨겁던 몸부림은 눈 속에 하마 묻었나

미쳐 감추지 못한 그리움은 바람되어

아직도 삭히지 못한 분노를 게우는데

 

그렇지, 견딤이란 내 안에 나를 가두는 일

절룩절룩 따라오던 물소리도 뒤쳐지고

마침내 정상에 서면 산은 거기 없었네

 

아, 정녕 내가 오른 것은 산이 아니었네

새들마저 떠나보내고 언 땅에 얼굴을 묻은

아흔에 아홉 번을 읽어 더욱 먼 밀경密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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