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감춰진 그 마음]

화가의 시선

모든 2 2023. 3. 18. 04:34

 

 

 

화가의 시선 / 한승구

 

좌절과 절망과

분노라는

거대한 격랑에 휩쓸리는 동안

 

감성의 창을 걸어 잠근 채 지내온 날들이

너무도 길었다.

 

먼지가 쌓인 채로

널부러진 화구들.

 

예측할 수 없는 자화상을 꿈꾸며

화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백색의 캔버스.

 

익숙한 크레핀 향은 사라지고

통한을 머금고 뿜어 낸 담배 냄새로

켜켜이 쌓인 공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단순한 진리에

기대고 있는 사람들과 나.

이제 모두 지쳐가고 있다.

 

오랜만에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시련을 이겨낸

초록의 물결이 찬연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련 없는 성장은 없다.'라며

 

위안으로 삼을

그 무엇도 없어

붓질이 멈추어 버린 적막한 화실 공간에서

혼자 되뇌어 본다.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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