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22년 주보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2022년 7월 24일(나해)

모든 2 2022. 7. 26. 11:48

신평성당 새터공소

충청남도 당진시 새터길 13-4(신평면 매신리 273-1)

 

 

+ 루카복음 11,1-13

 

<청하여라,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그러면 그 사람이 안에서,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하고 대답할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말씀의 향기>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 김용덕 야고보 진산성지 주임

 

  오늘 복음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를 묻 는 내용이다. 우리는 흔 히 기도는 나의 소원을 말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기도는 흐름을 바 꾸기 위한 시도이다. 나 를 내려놓고 전체의 시선 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 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진인사 대천명’이 기도의 자세이다. 기도는 깨어 있 기 위한 방법이자 수단이다. 항상 우리는 잠들어 살고, 취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느님과의 끈이 끊겨 있다는 말이다. 기도는 다 내려놓고 하느님과 소통하 는 것이다.

 

  그러면 다 내려놓았을 때 나오는 것이 무엇인가? 그 것은 웃음이다. 웃음은 비운 만큼 나온다. 두 아이의 엄마로 36세에 이혼녀가 된 노사카란 일 본 여성의 책에 “웃음은 빙산도 녹인다.”라는 내용이 있다. 매일같이 힘들다, 괴롭다, 싫다는 말을 달고 살 던 그녀가 세일즈맨으로 나선 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 이 아주 재밌다.

 

  삶은 긴장의 연속이다. 어느 누가 해를 끼칠지도 모 르고 잘못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그 원인이다. 이 런 긴장은 성공하기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웃음은 성공했을 때 나오는 얼굴 표정이다. 그러므로 긴장의 반대가 웃음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카 여사도 성공한 사람들의 표정인 웃음을 얻으 려고 노력한 것이 그 성과를 본 것이다.

 

  어떤 이유 때문에 감사하거나 웃는다면 이는 참되다 고 할 수 없다.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감사하며 언제든지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야말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결국 감사와 웃음이란 “성령이 주인이 되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하느님과 하나되어 있을 때” 비롯된다. 웃음은 삶의 활력소이자 제대로 살고 있 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웃음이란 머리를 굴리고 사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심각하게 사는 사람에게 도 그렇다. 나는 웃음을 잃고 살거나 잊고 사는 사람이 제일 안쓰럽다.

 

  오늘 독서를 보면,

  아브라함이 하느님과 흥정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그 만큼 지복의 삶을 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밖에서 모든 것을 추구하고 노예적인 만족을 사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는,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묻는다.

  일흔이 넘도록 일을 놓지 않으면서도 맑은 눈과 잔 잔한 미소로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한 할머니에게 기 도를 어떻게 하느냐고 여쭈니,

“아침에 일어나서는 ‘아버지 오늘도 당신 뜻대로 하 소서!’ 하고요, 밤에 잠자리에 들어서는 ‘아버지 오늘 제가 아버지 마음에 들었나요? 내일은 더 아버지의 뜻 대로 살겠습니다. 아멘!’ 하고 자는 것이 전부요.” 하십 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2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담화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시편 92[91],15)

 

 

 

  사랑하는 여러분,

  “늙어서도 열매 맺으리라”(시편 92[91],15). 시편 저자의 이 말은 기쁜 소식, 곧 제2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모든 이에게 선포할 수 있는 참된 ‘복음’입니다.

 

  ……

  노년은 항해를 포기하고 돛을 접어야 하는 때가 아니라 여전히 열매 맺는 시기입니다. 새로운 사명이 우리를 기다리며 미래를 바 라보라고 부릅니다. “인간미가 흐르게 하는 관심과 생각과 사랑에 관한 우리 노인들의 특별한 감수성이 다시 한번 많은 이들의 소명 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노인들의 젊은 세대들을 향한 사랑 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이는 “온유함의 혁명”, 곧 영적이고 비폭 력적인 혁명을 위한 우리 노인들 나름의 헌신이 될 것입니다. 사랑 하는 조부모와 노인 여러분, 이러한 혁명 안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십시오.

 

    ……

  사랑하는 조부모와 노인 여러분,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온유함의 혁명을 이루는 장인이 되라고 부름받았습니다! 우리가 지닌 가장 소중한 도구이며 참으로 우리 나이에 가장 어울리는 일인 기도를 더욱더 자주 언제나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배움으로써 이 혁명을 이루어 갑시다. “이를테면 기도의 시인이 됩시다. 우리 고유의 말을 찾아 나가는 데에 맛들입시다. 하느님 말씀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잘 받아들입시다.” 우리가 신뢰로써 바치는 기도는 큰 몫을 할 수 있습니다. 고통받는 이들과 그 아픔의 절규를 기도로 함께하고, 마음의 변화를 기도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

  우리가 함께 이 세상을 고독의 그늘과 전쟁의 마수에서 해방시킬 수 있도록, 온유한 사랑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우리 모두를 온유함의 혁명을 이루는 장인이 되게 해 달라고 청합시다. <담화 중>

 

 

 

 

[특집] 제2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

제1회 할아버지,할머니가 들려주는 신앙이야기

 

송을선 소피아/주교좌 대흥동본당

 

  +찬미예수님

  달콤한 신앙의 꿀맛에 취해 살아온 할매 이야기 를 들어볼래?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은 할배 할매 가 뭐라고 하면 라떼 꼰대라면서 싫어하잖아. 그래 도 어쩔 수 없이 지나온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면 라떼 꼰대가 되어야 하지. 꼰대스러워도 이해하 고 들어 줘.

 

  나는 대흥동 본당 할머니 성가대(쌍투스)에서 찬 미가를 바치고 있어. 그리 짧지 않은 내 인생 여정 을 뒤돌아보니 참 잘한 일 두 가지가 있어. 젊은 이 여러분께 자랑삼아 이야기해주고 싶어. 첫 번째 는 천주교란 신앙을 갖게 된 일과 두 번째는 성가 대에 입단해 4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찬미가를 부를 수 있게 된 일이야. 물론 다른 단체에서도 봉사활 동도 했지만 성가대에 입단하여 그 이듬해 사제 서 품식에서 성가를 부르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올라. 신부님들이 바닥에 엎드려 계실 때 “파란 풀밭에 이 몸 뉘어주시고~”하며 성가를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지. 그때 사제 서 품을 받으신 신부님들이 지금은 원로가 되시고 주 교님도 계시고 교황청 장관님 되시고…. 나를 보고 웃으시며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실 때 이 길을 참 잘 선택했구나 싶어 마음이 뿌듯하지.

 

  성가대에서 찬미가를 부르며 보내는 시간들이 너 무도 행복하고 좋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성가를 부르고 싶어. 천국에 가서도 부를 수 있으면 좋겠어.

 

  신앙생활이란 본인 자신이 참맛을 느끼지 못하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어느 단체에 속해 봉사하고 서 로 사랑을 나누다보면 연륜이 쌓이며 참 신앙의 꿀 맛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 나도 어찌어찌 사랑 속 에서 꿀맛에 취해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우리 쌍투스 성가대는 65세 이상의 꽃 할매들로 구성되어 올해로 15년째가 되었어. 다들 지금을 인 생의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봉사 하고 주일 3시 미사에 찬미가를 바치고 있어. 또 지 난해 대흥동 본당 100주년 기념 잔치에 우리 쌍투스 성가대가 멋지게 합창을 부를 수 있게 되었어. 그리 고 얼마 전 5월 성모님의 밤 행사에서도 성모님께 바 치는 찬미가를 불렀지.

 

  어때! 할매가 자랑할만한가요? 라떼 꼰대 이야기 듣느라 수고했어요. 감사합니다.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에페 5,19)

 

손옥예 체칠리아/논산부창동본당

 

  사랑하는 나의 껌딱지 우진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꽃 우진이를 우리 가정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어제만 같은 애기였던 우진이가 하느님이 지어주신 안토니오로 새로 태어나서 영성 생활을 그런대로 잘 하고 있으니 할머니로서 항상 고맙고 자랑스럽다.

 

  첫영성체 후 복사단 입단 30일 미사 출석에 잘 참 여해주어서 고마웠다. 특히 새벽미사 시간에 깊은 잠에서도 ‘우진아’ 하면 금방 일어나서 할머니 손을 잡고 미사성제에 참석한 것, 할머니는 너무너무 자 랑스러웠다. 하얀 복사복을 입고 주님 제대에 촛불 을 켜고 종소리를 울릴 때마다 할머니는 감사의 눈 물이 나더라. 그저 모든 것 하느님께 감사.

 

  안토니오야 할머니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식들 에게 남겨줄 유산, 어떠한 물질보다 신앙의 유산이 최고이며 첫째란 걸 느끼며 체험했단다.

 

  우진이가 계룡 성모유치원에 입학할 때 그때는 유 치원에 들어가기가 좀 힘이 들었다. 본당 신부님 추 천서와 제비뽑기를 하니깐 어렵지. 아빠랑 엄마가 서로 떠넘기더니 하느님께 기도 많이 하는 할머니가 뽑으라고…. 좀 떨렸지만 하느님이 합당한 일들은 꼭 들어주시는 분이니 할머니가 자신 있게 손을 함 속에 넣었더니 ‘축하합니다.’라는 쪽지가 나왔더라. 그때도 많이 기뻤다. 하느님이 우리와 항상 함께 계 시니 우진이가 미사에 꼭 참례하고 주님 말씀 실천 하며 살자.

 

  우리 본당 100주년 때 신부님께서 각자 성구를 만들 어 주셨잖아. 우진이 성구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 지.” 이 성구를 하루에 한 번씩 이래로 꼭 기억하고.

 

  며칠 전 우진이가 학교 갔다 오니 할머니가 성난 얼굴이 우진이를 슬프게 했나 봐. 우진이가 할머니 에게 한 말이 생각할수록 할머니 정신을 번쩍이게 한다. “할머니, 우리가 좀 잘못했어도 할머니가 온유 한 마음으로 용서하면 안 되나?” 어떻게 어린애 입 에서 그런 말이 나올까?

 

  할머니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더라. 우진아 맨날 사랑을 가르쳐주신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지 못하고 또 잘못을 했으니 반성 많이 했다.

 

  할머니 소망과 청원은 우진아 우리 가족이 항상 주님 사랑 안에 머물며 믿음의 유산을 남기는 가정 이 되는 것. 이 가정은 작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우진아! 안토야! 신앙 안에서 착한 어린이로 잘 자 라도록 할머니는 오늘도 하느님께 청원의 기도를 드 린다. ‘우진이에게 건강과 믿음의 축복을 주십시오.’ 라고.

 

  편지를 쓰려니 참 쑥스럽다. 노인 대학의 숙제란 다. 글씨도 엉망이고 말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우진이가 잘 되새겨 읽어라.

 

 

임상순 안젤라/유성본당

 

  사랑하는 나의 손자 라파엘아

  할머니가 어떻게 하느님을 만났을까.

 

   할머니는 50년 전쯤에 장로교회를 다니다가 쉬고 있었지. 그러다 우리 손주 라파엘이 첫 돌 무렵 성당 에서 유아세례 받는다고 하여 처음으로 성당이라는 곳에 들어가서 유아세례 받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지더구나. 그땐 그 뭉클하고 벅찬 느낌이 무 엇인지 몰랐었지. 그런데도 장로교회에 다녔어서 우 리 손자가 유아세례를 받았어도 선뜻 성당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왜냐하면 장로교회에 등 돌리는 것이 하느님께 등 돌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 운 마음이 들어서였단다.

 

  나와 함께 살아가던 사랑하는 라파엘이 첫영성체 를 받고 성당에서 복사라는 것을 선다는데 ‘무엇이 저리 좋아 한번도 빠짐없이 잘도 다닐까?’하는 호기 심도 들고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가 다시 궁금해지더 구나.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수녀님을 통해 대세를 받으시고 너의 엄마가 성당에 다니자고 권유를 해도 마음이 통 동하지가 않더라. 그 후 할아버지가 하늘 나라에 가시고 황망하던 때에 성당에서 할아버지를 위하여 함께 기도해주시고 그 가시는 길을 돌보아주 시는 모습에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더라. 할 아버지가 곁에 계시지 않아 헛헛하던 차에 저녁 운 동 겸 산책을 나갔다가 지금의 대모님을 만나 다시 권유를 받아 성당에 마음을 두었는데 너의 엄마가 다시 함께 성당에 나가자고 하는 말에 교리도 받고 성당의 하느님을 마음에 모시게 되었지.

 

  성당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의 모습을 보며 주님의 사랑이 할머니의 마음 안에 가득 담겨 세례를 통해 너의 엄마와 나의 사랑하는 손자 라파엘과 성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구나.

 

  성당에 다니면서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들을 보 면 늘 감사한 마음이 들고 10여 년 꾸준히 복사를 서 던 나의 손자의 모습에 그 쪼그마하던 손주가 이제 청년이 되어 청년회에 들어가서 즐겁게 주송까지 하 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고 사랑스러운지…. 할머니 마음에 네가 이렇게 이쁜데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이쁘실까? 성당에서 하느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 뭉 클함 먹먹함이 하느님의 은총이었구나 알게 되었단 다. 나의 사랑하는 손자 라파엘이 덕분에 하느님의 품으로 들어와 성가정이 되어 주님을 찬미하며 살아 가도록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너의 엄마 랑 사랑하는 손주 라파엘이 변함없이 한 걸음 한 걸 음 주님께 나아가도록 노력하자. 할머니 많이 도와 줄거지? 나의 사랑하는 천사 라파엘아~

 

김경숙 안나/대천본당

 

 

  아우구스티노, 임마누엘. 내 예쁜 손자들에게.

 

  할머니는 너희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고 기쁘 다. 갓난아기였을 때는 이제나 저제나 “할머니!”하고 불러줄 날을 기다렸고, 어떤 음식을 좋아할까 어떤 꿈을 꾸는 아이가 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며 많이 설륽다.

 

  초등학교 다니고부터 둘이 나란히 복사를 서는 모 습을 보았을 때는 더 바랄 게 없다는 생각도 하였단 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걱정도 생겼구나. 험한 세상 어찌 헤치며 살아갈까 생각하느라 잠 못 이루는 밤도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하 느님께 기도드린다. 우리 손자들의 앞길에 울퉁불퉁 걸림돌이 많겠지만, 그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힘 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십사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아우구스티노, 임마누엘. 너희는 세상에 둘도 없 는 형제란다. 가끔 둘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면 할머 니가 야단을 치기도 하지만 너희가 결국은 서로 배 려하는 마음을 배워나갈 것을 믿고 있기에 큰 걱정 은 하지 않는단다.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형제는 선택할 수 없잖니. 그렇기에 형제는 일생을 두고 가 까이하면서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지. 그렇 게 주고받는 것 속에 항상 좋은 것만 있을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단다. 성가심과 짜증, 질투와 경쟁심, 미움 과 갈등도 생길 수밖에 없어.

 

  성경에도 사이좋은 형제자매의 이야기만 나오지 는 않아. 하느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동생 아벨을 질투한 형 카인은 동생을 죽였고, 야곱은 늙은 아버 지 이사악을 속여 형 에사우의 몫이었던 축복을 가 로챘지. 성경 속의 많은 형제들이 경쟁하고, 질투하 고, 의심하고, 원망하고, 때론 잘못된 선택으로 비극 을 맞이하기도 해. 그 형제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 는 각자의 삶에 깃들어있는 하느님의 깊은 뜻을 찾 을 수 있단다. 에사우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은 에사 우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긴 세월 고된 타향살이를 했어. 그 세월을 보내며 많은 것을 깨닫고 변화한 야곱은 에사우를 찾아 일곱 번 엎드려 절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어. 그 모습을 본 에사우는 야곱에게 달려가 껴안고 입을 맞추었 지. 에사우 역시 야곱이 일방적으로 축복을 가로챈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가 죽 한 그릇에 축복을 팔 아먹은 거였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뉘우치고 있 었을 거야.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그리워하 고 있었겠지.

 

  형제는 이처럼 서로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자신 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이기도 해. 서로 돕고 양보하다보면 저절로 다른 사 람과 협력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도 배우게 된단 다. 늘 웃는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갈등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법, 의견을 분명하 게 말하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법, 타인을 배 려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법 등을 배우는 것이란다.

 

  형제는 바로 이런 것들을 어릴 때부터 배우고 터 득할 수 있게 하는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야. 형제 자매가 화목하게 지내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혼자 라는 느낌을 덜 받고 힘든 순간이 와도 더 잘 회복 할 수 있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야곱과 에 사우의 삶 속에는 언제나 하느님이 계셨단다. 야곱 이 에사우를 두려워하며 나아가지 못하고 있던 밤, 하느님은 씨름을 통해 가르침을 주셨지. 그 치열한 시간을 보내며 야곱은 겸손하고 정직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거란다. 야곱이 변화하 자 에사우도 동생을 사랑하는 형으로 한순간에 변 화할 수 있었지. 그러니 너희도 언제나 믿음 안에 서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며 세상에 나아가길 바란 다. 어려움이 닥치면 감사기도와 청원기도를 드리 렴. 참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기도를 저버리 지 않으실 것이다.

 

  아우구스티노에게 할아버지의 본명을 주면서 참 많이 감사했었다. 할아버지가 계셨더라면 우리 손자 들을 참으로 귀하고 소중하게 아껴주셨을 거라는 걸 알기에 안타까운 마음도 있단다. 너희는 할아버지 할머니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다. 너희를 귀히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너희 자신을 스스로 귀하게 대하길, 그리고 하느님 안에 서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스테인드 글라스 이야기⑨

 

 

아래스카 앵커리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

「빛의 영광」

•재료 : 판석유리 (Dalle de verre)

•크기 : 중앙 285 x 118 x 15 (cm), 좌·우 180 x 570 x 10 (cm)

•제작 : 2009년

 

제작의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적 의미의 빛으로 표현하였다. 은혜로이 내리는 빛 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담고 하느님의 씨앗인 우리의 모습을 알래스카의 상징이자 보석과 같은 빙하로 은유적 표현을 하였다. 겨울이면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춥고 척박한 겨울의 알래스카에서 뜨거운 신심으로 신앙생활을 하시는 교우들의 모습이 참으로 보석 같았다. 

손승희(손소벽 막달레나) 유리화 작가

 

 

 

* 교구 내 공소

 

신평성당 새터공소

  새터(매산리)공소는 1883년 두세 신부의 사목담당 공소로 72명의 신자가 있었다. 처음 공소건물은 1917년 최양호 회장이 부지와 건축비를 희사하여 한식목구조 초가 4×2칸 규 모로 건축되었다. 현 공소는 200m 떨어진 곳에 시멘트벽돌조(연면적 127.8㎡)로 건립되 어 1960년 원 라리보 주교의 집전으로 봉헌되었다. 뒤쪽의 부속 건물은 구 공소를 해체한 목재를 사용하여 2칸을 축소한 3×2칸(회의실, 주방) 규모로 건축되었다. 공소에는 안쪽 상부에 중2층을 만들고 중앙에 계단을 설치한 점이 특이하다. 부속 건물은 보와 서까래가 내부에 노출되어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교구 내 근대산업 시기에 건축된 공소로 보존 해야할 가치가 있는 건물이다. 현재 69여 세대 중 62명이 신평성당 미사에 참여하고 있다.

 

 

 

 

 

 

해외 선교지 페루, 그곳은

 

 

 

 

 

저희 집 감자도 밟아 주세요

  이곳 안데스의 5월, 6월은 수확의 계절입니다. 해발이 높아서 감자, 귀리, 밀, 보리 농사만 가능한데 특별히 이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식인 감자를 수확해서, 추뇨(Chuño)를 만드는 때이기도 합니다. 츄뇨를 만드는 방법은 먼저 수확한 감자를 밖에 내놓습니다. 그러면 큰 일교차 때문에 밤에는 얼고 낮에는 강한 햇빛으로 녹아서 감자 껍질과 감자 사이에 수분이 생기게 됩 니다. 그러면 그 감자를 발로 밟아서 터트려 수분을 빼고, 밤에 또 얼렸다가 낮에 녹였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러면 감자가 아주 작게 변합니다. 츄뇨를 만드는 이유는 감자를 최대 5년까지 보관해서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츄뇨는 외국인인 저에게 쉬운 음식은 아닙니다. 츄뇨 특유의 향이 있고 감자와 식감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소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신자분들이 감자를 밟고 있으면 차에서 내려 저도 양말을 벗고 함께 감자를 밟곤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외국인 신부가 추뇨를 만들기 위해 맨발로 감자를 밟고 있는 모습을 신자분들이 너무 즐거워하시 기 때문입니다. “신부님, 저희 집 감자도 좀 밟아 주세 요.”라는 요청을 정말 많이 듣곤 합니다. 그리고 본당에 돌아와 양말을 벗어보면 감자물이 빨갛게 든 제 발을 보고 저도 웃곤 합니다.

 

  선교사로 살면서 이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것처럼, 저도 부족하지만 이분들의 삶에 깊게 녹아들고 싶다는 청을 하느님께 드리곤 합 니다. 언어도 문화도 생활방식도 모두 다르지만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느낍니다. 그분들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나아갈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면서 오늘도 신자분들과 미사뿐만 아니라 삶을 나누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박상호 라파엘 신부 해외 선교(성골롬반외방선교회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