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 복음 2,1-12
며칠 뒤에 예수님께서는 다시 카파르나움으로 들어가셨다. 그분께서 집에 계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문 앞까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음 말씀을 전하셨다. 그때에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부을 벗시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율법 학자 몇 사람이 거기에 앉아 있다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이자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그들이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을 당신 영으로 아시고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느냐? 중풍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하고 말하는 것과 '일어나 네 들것을 가지고 걸어가라.'하고 말한 것 가운데에서 어느 쪽이 더 쉬우냐?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그러자 그는 일어나 곧바로 들것을 가지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말하였다.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말씀의 향기>
우리의 믿음으로 생명을 살리자! - 김대건 베드로 솔뫼성지 전담 보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떤 중풍병자를 고쳐주시면서 그의 죄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신을 직접 찾아와 도움을 청한 나병환자를 치유해 주신 지난주 복음말씀과는 달리 중풍병자를 들것에 들고 와서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아래로 내려 보낸 네 사람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중풍병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제 투병생활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새 사제 때 종합검진을 받은 결과, "중증 근무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흉선종"제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36회 받았습니다 그러는 도중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중환자실에서 보름정도 지내며, 하루가 천년과 같은 시간의 멈춤 속에서 사경을 헤맸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서 고생을 하다가 차츰 회복되면서 입원한 지 넉 달 만에 퇴원하여 1년 반 동안 요양을 했습니다.
이런 저의 작은 체험을 바탕으로 볼 때,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견디기 어려운 커다란 고통에 직면하게 되면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어지고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동안 감추어졌던 자신의 본능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육체적,정신적,영적인 질병이나 시련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절망하거나 좌절하기 쉽습니다. 이러한 때에 좌절과 절망 속에 있는 사람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려면 자신이 결코 이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지 않음을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중풍병자를 들것에 들고 와 예수님께 인도해주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그들이 믿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중풍병자의 병을 치유해 주었고, 그 병자가 예수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을 수 있었듯이 공동체가 베푸는 작은 사랑의 실천과 기도가 죽어가는 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고통에 신음하면서 좌절하고 절망했던 순간에도 제 대신에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신 분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듯이 저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지인 이곳 솔뫼 성지에서 제게 맡겨진 소임에 충실하며 육체적,정신적,영적으로 가장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살고자 희망합니다. 이것이 제가 받은 사람에 보답하는 길이며 하느님의 뜻이라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총체적인 시대의 아픔 속에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과 기도 안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여러분! 주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용기와 힘을 내십시오.
<임기선 신부와 함께 하는 소공동체(4)>
소공동체의 4가지 요소
마리아 : 신부님,안녕하세요?
신부님 : 안녕하세요? 오늘 마리아씨 얼굴 표정이 밝은데요. 무슨 좋은 일이 있습니까?
마리아 : 네, 신부님, 이번 주에 저희 집에서 소공동체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반원들에게 식사도 대접할 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성당에서 모임을 하려고요.
신부님 : 마리아씨 댁에서 모임을 하시는게 좋으신가 봐요. 소공동체 모임은 집에서 하고 끝나면 식사를 하러 나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리아 : 왜요? 신부님, 성당에서 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분위기도 좋을 것 같은데요.
신부님 : 아, 소공동체 모임은 복음을 살아가고 선포해야 하는 삶의 현장에서 모입니다. 즉 집이나 직장에서 모임을 갖게 됩니다. 소공동체는 본당의 단체가 아니라 교회이기 때문이지요.
마리아 : 신부님, 그럼 소공동체가 갖추어야 할 것들이 있나요?
신부님 : 네, 소공동체 모임에는 4가지 기본적인 요소가 있어야 해요.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첫째는 삶의 현장에서 모입니다.
마리아 : 초대교회 신자들이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방문하여 모임을 가졌던 것처럼요?
신부님 : 네, 맞습니다. 둘째, 소공동체 모임에는 반드시 복음 나누기를 하셔야 합니다. 복음나누기는 소공동체의 기초가 됩니다. 복음나누기는 우리에게 살아계신 주님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해주고, 서로를 깊은 친교로 이끌어줍니다. 우리는 복음나누기를 통해 생활화하고 체험된 신앙을 가지고 거룩한 주일미사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리아 : 소공동체 모임에서 복음 나누기가 없으면 '앙꼬없는 찐빵'이겠네요. 호호
신부님 : 하하하,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복음나누기가 없다면 소공동체는 친목단체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셋째로 소공동체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신앙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직접 병들고 가난한 이웃에게 가까이 가셔서 만나시고 어루만지시며 치유해 주셨듯이, 소공동체는 그 지역 안에서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부터 시작하여 말씀을 실천하는 활동을 해야 합니다. 활동이 없으면 본당의 기도모임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 : 지금까지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더 있나요? 신부님.
신부님 : 이제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공공체는 보편교회와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리아 : 역시 마지막이라 그런지 조금 어렵네요.
신부님 : 어렵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면, 소공동체는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이기 때문에 항상 본당과 일치를 이루고 교구와 보편교회와 일치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치가 없다면 복음 나누기와 활동을 하고 보편교회와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신부님 : 아주 잘 이해하셨습니다.
<환경과 생명>
너두 좋아? 나두 좋아!
언제부턴가 윈 윈(Win Win)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이루어질 때 윈 윈이라고 하죠. 그 반대라고 하면 속고 속이는 세상쯤 되려나요? 속지 않으려고 눈 크게 떠도 속고,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 소리 듣기도 합니다.
도시 생활자들이 농민에게 송아지를 한 마리를 사 줍니다. 송아지 값은 도시 생활자가 부담합니다. 그러니까 농민은 송아지 한 마리가 공짜로 생기게 됩니다. 농민은 송아지에게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들어간 수입사료는 먹이지 않고 키웁니다. 농사 지으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먹이고 소에게 먹일 사료 농사도 얼마간 따로 짓습니다.
농민은 소의 배설물을 모아서 퇴비를 만듭니다. 그 퇴비를 논농사와 밭농사에 사용합니다. 물론 농약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비싼 유기퇴비를 구입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으니까 생산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농산물은 더 안전해집니다. 농민은 이미 윈(Win) 했습니다.
도시 생활자들은 목돈을 모아서 농민에게 송아지를 넣어줍니다. 무엇을 바라고 그랬을까요? 그 송아지가 자라서 새끼를 두 번 낳고 난 다음에 소고기가 되어서 도시로 돌아옵니다. 송아지 비용으로 암소 한 마리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수입사료 먹여서 키운 소고기가 아니라 유기축산으로 키운 소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퇴비 넣어서 안전하게 생산한 농산물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도시 생활자도 윈(Win)합니다.
도시 생활자들은 송아지 값을 미리 지불하는 것에 불안해하지 않고 농민은 애써 키운 소를 그냥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소가 자라는 동안에 공동체 간의 믿음도 자라나기 때문입니다. 소가 새끼를 낳는 동안에 공동체 간의 사랑도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가톨릭 농민회에서 도시 공동체와 같이 하는 소 입식 사업입니다. 농민도 좋고 도시민도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하는 공동체와 안전한 농축산물을 원하는 공동체가 모두 윈 윈 하는 방식입니다.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정직하게 농사짓고 정직하게 소비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면 소가 낳은 새끼는 어떻게 할까요? 가톨릭 우리농을 통해서 매달 우리농 회원에게 분양합니다.
-대전 가톨릭 환경회의(042-626-3211)-
하늘은
이슬과 대기, 호흡을 열어
생명의 섭리를 내었습니다.
그 생명은
우리들의 소중한
믿음입니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문화 바이러스>
거두절미하고
불이 번졌다. 2009년 2월 9일(음력 정월 대보름 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의 화왕산은 불바다였다. 이곳에 불이 나야 풍년이 들고, 가정이 평안하다는 전설이 있다. 1995년부터 창녕군 주최로 산 정상에서 억새 태우기 행사를 시작했다. 불길은 강풍으로 인해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졌다. 185,000㎡를 태우고 4명이 사망했으며 6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만 5천 명에서 3만 명가량의 등산객들을 위해 배치된 안전요원(400명 정도)이나 소화 장비(150여 개의 등짐 물 펌프와 휴대용 소화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불이 났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재개발 철거민들의 점거농성이 있었다. 농성자들은 한강로 2가 남일단 빌딩 옥상 망루에서 시너를 뿌리고, 화염병을 던졌다. 경찰이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건물에 불이 나 6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었다.
그리고 불을 냈다. 2008년 2월 10일,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 없어졌다. 69세의 방화자는 토지 보상에 따른 불만 때문에 불을 질렀다. 2012년까지 복원할 예정인 숭례문에 들 복원비용은 약 200억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건들의 성격은 달랐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화재위험의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었다. 극심한 가뭄으로 바짝 말라 있는 억새에 불 붙이기, 시너와 화염병, 국보 1호 건물임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화재 경비,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안전 불감증과 무책임함이다.
창덕궁 문화재 내병조 건물 일부가 구내식당으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액화석유가스(LPG) 버너 사용으로 인한 화재의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다. 직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싼 가격으로 점심을 제공하기 위한 구내식당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문화재청 내부 규정상 목조문화재가 있는 사적지 안에서는 불을 피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음식물 반입도 금지돼 있다. 문화재청이 규정을 어기면, 문화재는 누가 책임지나?
영인 [eisvo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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