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빛으로, 죽음에서 부활로」 이진욱 신부
"변화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부활을 희망합니다. 부활을 희망하며 오늘도 제 십자가를 집니다."
+ 마르코 복음 9,2-10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였다.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그들이 둘러보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예수님만 그들 곁에 계셨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그들은 이 말씀을 지켰다. 그러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저희끼리 서로 물어보았다.
<말씀의 향기>
거룩한변모 "고통의 쓴잔 그 후 영광!" -김명헌 미카엘 문화동 주임-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사도는 타볼산에서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된다. 예수님의 변모된 모습,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거룩한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그때 구약의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고 성부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모세는 구약시대 율법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엘리야는 모든 예언자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났다는 것은 예수님에게서 구약의 율법과 그동안의 모든 예언의 말씀들이 성취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하느님이 아들로서의 거룩하신 예수님의 본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신 것일까? 예수님은 자신이 장차 수난과 죽음을 당하실 것을 미리 아시고 연약하고 흔들리는 제자들에게 어떤 확신을 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그러한 예수님의 의도와는 달리 특유의 급하고 경솔한 행동을 보이다. 베드로는 겁에 질려서 엉겁결에 예수님께 말한다. "여기에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예수님을, 하나는 모세를, 하나는 엘리야를 모셨으면 합니다."하고 말한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변모된 모습이 너무나 황홀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서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이야기한 것이다.
베드로의 이 말에는 이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에 안주하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앞두고 계신다. 예수님은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고난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지금의 이 영광에 그냥 머물고 싶었으며 예수님이 가실 수난의 길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드로의 이 말에는 이 황홀하고 행복한 순간에 안주하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앞두고 계신다. 예수님은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 전에 받드시 고난의 길을 걸어가셔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지금의 이 영광에 그냥 머물고 싶었으며 예수님의 가실 수난의 길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드로의 이런 심정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고통과 인내의 시간보다는 영광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부자가 되길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선을 다해서 일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꺼려하면서도 영광의 시간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부활은 반드시 수난과 십자가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영광은 반드시 고통의 쓴 잔을 마신 사람에게 돌아온다.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는 죽음의 길로 들어 가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달콤하고도 황홀한 위로이다. 믿음이 부족한 우리에게도 그런 위로를 달라고 청해 보면 어떨까?
<시니어 컬럼(5)>
노년기 우울증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행동이나 가치관을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로 주어진 사회적 역할이나 상황에 적응을 하면서 죽을 때까지 변한다고 합니다. 나이 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변화는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내 품 안에 있던 자녀들이 결혼이나 직장을 찾아 떠나게 되는 일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갈 일이 없어졌고, 애지중지 키웠던 아이들마저 떠나 엄마 노릇을 할 일도 없어졌으니 그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사실 그런 변화도 큰 충격인데 나이 들수록 내 몸은 여기저기 아프고, 친했던 친구가 먼저 죽게 되고, 나중에는 50년 이상을 동고동락하던 배우자마저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슬픔을 겪다보면 젊었을 때는 명랑하고 활달하게 지내시던 분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한 가운데 사로잡히게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우울증에 시달리는 인구는 노년층에서 가장 많아 전체 노인 중 약 25%라고 합니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고,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 않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게 없고, 어떤 농담을 들어도 재미있지가 않고, 누가 찾아오는 것도 귀찮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 싫고, 나를 두고 먼저 간 배우자가 야속하고, 이렇게 사느니 빨리 죽고 싶은 생각만 든다면 우울증이 확실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럴 때 밖에 나가 쇼핑도 하고 친구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운동이나 영화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지만 어르신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히 사시는 어르신에게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필요합니다. 하루 세끼 식사는 잘 챙겨서 드시는지, 집안 청소는 하고 사시는지, 옷은 깨끗하게 빨아서 입으시는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울증은 기분이나 정서적인 장애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그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어르신 자신이 노력을 해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르신 스스로는 젊었을 때 좋아했던 일을 해보시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을 하신다거나 대화를 나누시는 것도 좋고, 동네 근처에 개업한 음식점을 가보시는 것도 기분전환에 도움이 됩니다. 가족들은 어르신 혼자 계시는 시간을 되도록 줄여드리기 위해 자주 찾아 대화를 하고, 집 밖으로 모시고 나오는 일을 일부러라도 만들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려야 합니다.
사람은 혼자 살더라도 누군가로부터 관심과 도움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람들 안에서 사는 보람을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족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부모님께는 사랑하는 자녀의 관심과 애정이 최고의 보약임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임송은 헬레나. 대전보건대학 노인보건복지과 교수-
<미사 속 숨은 보화>
가끔 미사 때 분향을 하던데, 그 의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분향을 하면 주변의 나쁜 냄새를 없애 깨끗하게 하고, 향기롭기까지 해 줍니다. 이처럼 초기 교회 때부터 미사 드리는 공간을 정화하고 향기롭게 하기 위해 분향을 했습니다. 그리고 성직자나 성상,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제대에 존경의 표시로 향을 피웠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복음서에 분향함으로써 복음의 좋은 향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봉헌할 때에도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아버지께 올려드린다는 뜻으로 분향하고 있습니다. 분향할 때 피어오르는 향을 따라 우리의 마음을 주님이 계신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9) 김정환 신부. 내포교회사연구소장
하늘과 우리를 이어주는 中人 : 최창현(요한)과 최필공(토마스)
최창현(요한) | 1759년 한양 출생 1801년 4월 8일 한양 서소문밖에서 참수 |
최필공(토마스) | 1744년 한양 출생 1801년 4월 8일 한양 서소문밖에서 참수 |
서로 먼 친척 관계인 최창현과 최필공은 중인(中人) 집안의 사람들로 한양에서 출생했다. 중인은 양반 다음 가는 신분층으로 서울의 중앙부에 거주 지역을 삼는데서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전통이나 교양 편에서 보면 양반 못지않았으나 높은 벼슬에는 오르지 못하고 당시로서는 소소한 것으로 여겼던 의술, 역관 등의 기술직에 종사했다. 이러한 신분적 특성 때문에 조선에 천주교가 알려졌을 때 중인에 속한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통역을 담당하던 역관들은 북경을 왕래하며 새로운 문물을 자주 접하는 이들인 데다가,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담고 있는 천주교의 교리에 자연스럽게 매력을 갖게 되었다.
역관 집안에서 태어난 최창현(요한)은 천주교회가 조선에 설립된 첫해인 1784년 겨울에 입교했다. 글을 잘 알았던 그는 한문으로 된 교회 서적을 한글로 번역하여 한문을 잘 모르는 교우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쉬운 말로 사람들을 직접 가르쳤으며 덕망도 뛰어나 모든 교우들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초기 교회의 총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자기 집 아랫방에 비단으로 된 휘장을 치고 촛불을 밝혀 전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해 정기적인 모임을 했다.
한양의 의원 집안에서 태어난 최필공(토마스)은 최창현에게 교리를 배워 입교했다. 그는 비교적 늦게 영세 했음에도 불구하고 열성이 대단하여 길가는 사람들에게도 "하늘과 땅의 왕이신 분을 반드시 섬겨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전교도 했다. 아직 공식적인 박해가 시작되지 않은 때의 행동이기는 하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행동이었다. 이러한 적극성 때문에 그는 양근의 권칠신, 충청도의 이존창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손꼽히게 되어 박해가 시작되자 곧 체포되었다.
공교롭게도 최창현과 최필공은 한 때 마음이 나약해져 배교 의사를 밝혔으나 다시 신앙을 고백하고 형장으로 나아가 1801년 4월 8일 같은 날 함께 순교했다. 이 세상에서 中人이었던 그들은 이제 하늘과 우리 사이에서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는 中人으로 거듭나 진정한 중인이 되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추운 겨울 새싹을 준비하듯
우리도 믿음을
준비합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의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주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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