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1년 주보

연중 제5주일 2011년 2월 6일(가해)

모든 2 2021. 4. 1. 21:40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2007),노승준 신부

"나를 따른 이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  마태오 복음 5,13-16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 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말씀의 향기>

 

  소금과 빛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세상을 비추는 삶"  -이상호 세례자요한.용전동 주임

 

  예수님의 교육방법은 다양했습니다. 어떤 때는 말로 가르치고, 침묵으로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가르치셨습니다. 경전 말씀을 들어 깨우쳐 주기도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잠언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잠언은 짧으면서도 외우기 좋게 항상 명심하고 실천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특징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3-14)

  이 두 말씀은 같은 내용을 다른 표현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다 같이 신앙인의 본질에 대하여 세상을 향한 신앙인의 책임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소금과 같이 되라.'하지 않으시고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신앙인의 위치,책임,역할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소금이 물 속에 녹아들어가 물을 변화시키듯이 신앙인은 세상 속에 녹아들어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하신 말씀은 빛이 높은 곳에서 세상을 비추듯이 고고한 자세로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말씀입니다.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맨 처음 빛을 창조하셨습니다. 그 빛은 모든 창조의 근원입니다. 요한복음을 통하여 예수님은 친히 당신 자신이 세상의 빛임을 밝히시며,그러니 너희도 세상의 빛이 되라 하십니다.

  우리는 눈은 떴어도 빛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달이 빛을 받아 반사하듯이 신앙인의 삶은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세상을 비추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빛은 영광이요, 소금은 희생입니다. 마르 9,50을 보면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하실 뿐, 빛이 되라는 말씀은 생략하십니다. 우리 자신이 소금처럼 살면 빛은 저절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빛이다."

 

 

<시복시성을 준비하며>

 

초창기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③

 

  시복시성 관련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아주 간단한 것에도 혼동한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라고 하면 윤지충을 포함하여 총 124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간혹 뒤의 숫자만 보고 그 인원을 123명으로 잘못 알기도 한다.

 오늘은 시복시성 대상자 124위 중 몇몇 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윤지충 바오로는 124위 중 대표 순교자이다. 이유는 그분이 한국 교회 최초의 순교자로 가장 먼저 피로써 하느님을 증거한 분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사도행전에 나오는 스테파노 성인에 비길 수 있는 분인데 윤지충의 행적을 읽어 보면 스테파노의 삶을 200년 전 우리나라로 옮겨놓은 듯 닮아 있다. 윤지충은 외종사촌 권상연 야고보와 함께 "천주를 큰 부모로 삼았으니,천주의 명을 따르지 않는다면 이는 결코 그분을 흠숭하는 뜻이 될 수 없습니다."라고 밝히며 죽기까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던 효자 중의 효자였다.

  충청도 내포 출신의 강완숙 골롬바는 여성 대표 순교자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본래 불교 신자였던 그녀는 신앙 서적을 읽어보고 '천주는 하늘과 땅의 주인이시고, 그 종교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올바르니 그 도리가 반드시 참될 것이다."라고 하며 입교한 이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간직하였다. 신앙생활을 위해 서울로 이사와 살면서 당시 여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할로 교회의 한기둥이 되었다. 신유박해가 일어나 형벌을 받을 때에 어찌나 꿋꿋하던지 포졸들이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고 할 정도였다.

  강완숙과 더불어 또 하나의 기둥 역할을 한 인물이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다. 정하상 바오로 성인의 아버지이며 다산 정약용의 형으로 잘 알려진 정약종은 한때 도교에 심취해 있었다. 초창기 교우들은 세례명을 그 인물됨을 보고 지었는데 그에게 주어진 '아우구스티노'라는 세례명은 그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다른 이들에 비해 늦게 입문하여 '늦게 서야 주님을 깨달은'정약종은 그의 학식과 명망을 바탕으로 알기 쉬운 교리서를 저술하여 사람들을 깨우쳐주고 수많은 사람들을 신앙으로 인도했다.

  마지막으로 주문모 야고보 신부님을 기억했으면 한다. 한국 교회 신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첫 사제인 주 신부님은 중국 사람이다. 우리 교회는 자기 지역 순교자가 아니면 소홀히 다루는 경향이 있다 보니 외국인인 주 신부님은 어디에도 끼지 못한다.지역 이기주의의 폐습이 이런 데에서도 나타난다.

 

내포교회사 연구소장 김정환 신부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명절 합동위령미사 때마다

 

설 명절을 잘 쇠셨는지요. 명절 끝이니,명절 관련 얘기 하나 해보겠습니다.

  해마다 세 번씩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두 번의 명절과 11월 '위령의 달'에 하는 일이지요. 명절을 맞으며 맨 먼저 하는 일이 합동위령미사 예물봉투를 챙겨 일찌감치 성당 사무실에 맡기는 일입니다. 예물봉투를 꼭곡 세개씩 마련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한 개씩 마련했지만,꽤 오래 전부터(혼인 이후로) 세 개씩 마련했지 싶습니다. 하나에는 내 선친과 친족들 중에서 최근 별세한 이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내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또 하나의 봉투에는 외조부모의 함자와 최근에 별세한 외족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모친의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다른 또 하나의 봉투에는 고인이 되신 장모님과 최근 별세한 처족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아내의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그러니까 내 쪽의 조상들뿐만 아니라 외가와 처가의 조상들까지 다 아울러서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지요. 명절 때마다 성당에 가서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하는데,달랑 내 쪽의 조상들만을 생각한다는 게 부당하게 느껴지고 아내에게 미안해서 처가 쪽 조상들도 생각하다 보니 외가 쪽 조상들도 챙기게 된 것이랍니다. 외가쪽으로는 천주교 신자들이 있지만 처가 쪽으로는 조상들을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아내로서는 더더욱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내 친족 쪽도 처음에는 조상들을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해 줄 사람이 나 하나였지만,몇 년전부터 사촌형제들 다수가 천주교 신자가 된 덕에 예물봉투에 이름 쓸 자리가 넉넉하게 되었습니다.예물은 현재 3만원씩을 넣고 있는데, 처가쪽 조상들을 위한 예물은 당연히 내 단독부담이고, 친가 쪽 조상들과 외가 쪽 조상들을 위한 예물은 3형제가 균등분담을 합니다.

 명절을 맞으면서 노친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세 장의 합동미사 예물봉투에 내 친족,외족,처족,삼족의 최근 별세한 이들과 모든 조상들을 아로새기는 일은 특별한 질감을 갖게 합니다. 세 장의 예물봉투에 정성스럽게 새겨지는 아내의 글씨가 더욱 예쁘게 보이고...,

 

-지요하(소설가,태안성당)-

 

 

 

이치로 통하는

문을 열면

 

하늘고 땅과

사람과 사람이

 

참 아름다워라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