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1년 주보

연중 제7주일 2011년 2월 20일(가해)

모든 2 2021. 4. 3. 22:40

 

「뉘우침」(2010),황영준 신부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5,44)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뉘우쳐 봅니다.

 

 

 

+ 마태오 복음.5,38-48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 '눈은 눈으로,이는 이로,'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빰을 치거든 다른 빰마져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너희는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씀의 향기>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복수가 아닌 기도"   -이한영 마르코 .천안두정동 주임

 

  깡패 폭력배들이 좋아할 수 있는 성경구절이다. 당한 만큼이 아니라 그보다 몇 배 더 갚아줘도 된다고 했으면 더 좋았을 걸!! 그러나 "눈은 눈으로,이는 이로"(신명 20,21)라는 소위 구약 탈리오 법(동태북수법)은 마음껏 복수하라는 법이라기보다는 꼭 복수하려면 그만큼만 할 것이며, 그 이상은 안된다는 복수 제한법으로 원수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알아들어야 한다.

 

 지난 해 우리가 넋 놓고 있는 사이에 당한 천안함,연평도사건은 국민들에게 원통하고 분한 마음,복수심을 한껏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규모 서해 훈련을 강행하면서 마음 속으로 제발 한 방 때려주기를,그랬다면 시원하게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안타깝게도 북한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조용해서 더 약이 올랐던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분이 가시지 않아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는 세상!! 우리 모두 마음을 절제하며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 안에도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운전할 때 남이 한번 끼어들면 순순히 양보하기보다는 도저히 기분이 나쁘고 견딜 수 없어 기어코 그 차를 추월하고 그보다 몇 대 더 앞질러야 속이 후련하다. 끼어들기로 주행를 방해하는 자가 있을 때 역시 참을 수 없어 "운전도 못하는 저런 XX"라고 욕이라도 실컷 해줘야 속이 시원하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요즘 애들은 부모님들이 하시는 꾸중소리조차도 참지 못해 분노하고,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들도 서로 원한을 사는 일 없도록 조심해야 하는데 "당신,이 다음에 보자!"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단다.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은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라는 주님 말씀 때문이 아니라 힘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꼼짝 못하고 침묵으로 지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능력만 있다면 당한 것만큼이 아니라 몇 배로 갚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응징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분하고 원통해서 치가 떨리고 밤잠이 안 오는 그 원수를 뜨겁게 사랑할 수는 없겠지만 복수심을 품지 않게 해 달라고 주님께 기도해야 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의 삶이어야 할 것이다.

 

 

<시복 시성을 준비하며>

 

현대 순교자들의 시복 ①

 

  지난 2009년부터 한국 교회에서 새롭게 시작된 시복 추진은 '근.현대 신앙의 증인에 대한 시복'이다. 기존의 시복 추진은 조선시대의 순교자들과 증거자들이 그 대상이었고, 이번의 추진은 조선시대가 끝난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신앙의 증인이 될 만한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상시기는 광범위하지만 실제로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6.25전쟁을 전후하여 신앙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현대 순교자들에 초점이 있다.

 

  6.25전쟁은 종교적 이유로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박해시대와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수많은 평신도,수도자,성직자들이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자들에게 핍박을 받거나 죽임을 당하였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북한에서,전쟁 이후에는 남한과 한반도 전역에서 죽임을 당한 신자들의 숫자나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중에서 신앙이나 교회의 직무상의 이유로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가 피살된 이들의 수는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다. 전쟁이 마무리된 1953년에 한국 교회는 1945년 남북분단 이후부터 전쟁이 끝날 때가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피살된 성직자와 수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후 각 교구별로 평신도들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재는 거의 윤곽이 드러나 있다.

 

  처음 조사 단체에서 이들에게 붙여진 명칭은 6.25전쟁 '희생자'였으나 일각에서는 '순교자'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순교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희생자라는 말에는 아무런 가치평가가 들어있지 않고,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순교자른 말에는 두 용어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는 피살된 이들의 '의지'의 문제이다. 여기서 대상으로 삼는 이들이 전쟁의 와중에 아무런 의지 없이 혹은 피난을 가다가 우연히 총탄에 맞아 죽었다면 '희생자'혹은 '사망자'라는 말로 불러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피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들과 운명을 함께하기 위해 혹은 신앙의 유산들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다가 피살된 이들이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현대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 추진은 가까운 시대의 것이어서 현장 조사도 용이하고 증인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다. 조사를 하다보면 피살의 원인,과정,신앙의 증거 등이 과거 어느 순교자에 못지않은 분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어 분별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은 시복 대상자로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서기도 하지만 그분들의 섦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

 

  -내포교회사 연구소장 김정환 신부-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

 

사랑은 자석

 

밀고 당긴다고

그게 다 사랑일까?

 

 

  어릴 적 자석을 처음 보았을 때가 혹시 기억 나시는지요? 막대자석,말굽자석,그리고 동저처럼 동그란 자석.. 흩어진 쇳가루를 한 군데로 모으기도 하고, 또 쇠못 여러 개를 거뜬하게 매달기도 하던 자석의 신기한 묘기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던 때가 우리 누구에게나 있었을 겁니다.

 

  생긴 모습은 정말 단순하게 생겼지만,그 단순함 속에서 드러나는 자석으 원리는 언제 봐도 사랑에 대해 많은 걸 생각나게 하곤 합니다. 결코 떨어질 수 없는 흡인력으로 서로를 잡아 당기는 N과 S극...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양극들이 서로를 끌어 당기며 겨울 거리를 걷고 있을 걸 생각하면 괜히 얼굴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자석이 사랑을 닮은 진짜 이유는 단지 그 흡인력 때문이 아니라,자석안에서 N과 S극이 영원히 함께하기 때문이라는 걸.. 전기(電氣)에도 서로 정반대의 성질을 지닌 플러스전하와 마이너스전하가 있지만,이들은 따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자석의 경우는 다릅니다. N극과 S극은 절대로 떨어져 홀로 있을 수 없죠. 자석 한개를 쪼개면,그것을 아무리 잘게 잘라도, 양끝이 다시 N극과 S극으로 남게 되던 어린 시절의 그 실험을 기억하시나요?

 

  참된 사랑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 되어도 서로 함께하니까요. 요즘 종종 쉽게 만나 헤어지는 연인들을 봅니다. 좋을 땐 함께하지만,조금이라도 힘들면 쉽게 떠나 다시 홀로 되는 사람들,좋을 땐 자석처럼 꼭 달라붙어 있다가,힘들면 등부터 돌리는 연인들..오랜만에 문방구에서 자석을 사서 예쁘게 포장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 보세요. 그럼,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내가 있음을 확인하는 황홀한 밀고 당김을 맛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서로의 끈

가로의 끈

잘 엮어 만든

오늘 하루...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