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쓰여진 신앙 이야기

남방제 성지(2)-[4]

모든 2 2020. 6. 28. 21:42

▲남방제 성지 내에 조성된 십자가의 길에는 한국 순교자들이 순교한 방법도 각처에

함께 표현함으로써 십자가의 길을 더욱 깊이 묵상하도록 이끌어준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십자가의 길과 그 아래로 한국

순교자들이 십자가를 함께 받치고 있다. 뒤에 핀 장미꽃은

예수님과 순교자들의 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성 조윤호 요셉은 조화서 베드로의 아들로 충청도 신창에서 태어났고, 부친을 따라 1864년부터 전주 성지동으로 이사하였으며,박해가 일어났을 때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부인과 함께 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었다. 그의 깊은 신심과 세심하리만큼 성실한 수계생활은 주위의 모든 사람의 칭찬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1866년 12월 5일 포졸들이 아버지 조 베드로를 잡아 집 안에서 심문하고 있을 때,부인에게 소식을 듣고 집으로 달려갔다. 아버지 조 베드로가 아들에게 멀리 피하라고 당부하자 조 요셉은 "아버지,저더러 이제 어디로 가란 말씀입니까? 저도 같이 묶여 가기가 소원입니다. 이제껏 믿어온 믿음이 결코 헛되지 아니하게 저도 잡혀가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되는 날을 그 얼마나 기다렸는지요."하며 아버지와 함께 잡혀 압송되었다. 전라 감사 앞에 불려 나간 조 요셉은 먼저 문초을 받은 아버지가 배교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배교하라는 감사의 말에 "아버지의 일은 아버지가 처리하실 줄 압니다. 저로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저는 배교할 생각이 없으니 통촉하십시오."라고 말하였다. 포졸들은 사형장으로 향하는 긴 여행 중에도 배교하면 잃어버린 재산을 모두 다시 찾아주겠다며 회유하였지만 이에 '나의 생사를 결정짓는 것은 당신들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런 말은 그만 두십시오."하며 거절했다. 형장에 도착하여 곤장을 수없이 맞아 얼마를 맞았는지 친 사람도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기진맥진하여 고개가 숙여진 성 조 요셉을 보고 죽은 줄 알았지만 뒤늦게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안 포졸은 장터로 모여든 거지 때를 시켜 밧줄로 목을 매고 양쪽에서 당기니 숨을 거두었다. 성 조 요셉의 장한 순교로 그의 집안은 3대의 순교자 가문이 되었다.

 

  남방제 성지는한눈에 성지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성지에 속한다. 하지만 성지에 조성된 조형물과 십자가의 길을 바라보면 결코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성지이다.성지 중앙에는 두 성인과 순교자들을 기려 만든 원형 조형물이 제작되어 있다. 이는 성령을 향한 순수하고도 추상적인 상승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전체적으로 원뿔 형상으로 제작되었고, 정면 하단은 계단으로 시작되어 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정밀하게 표현하였다. 상부는 십자가 형상의 소나무와 함께 성 조화서 베드로와 성 윤호 요셉이 서 있는 모습으로 형상화하였다. 조형물 기단부에는 "눈부신 순교자들의 무리가 하느님 아버지를 높이 기려 받드나이다."라고 새겨 놓았는데, 이는 성 암브로시오의 사은 찬미다(Te Deum)의 한 부분이다. 성지를 둘러 조성된 십자가의 길 역시 한국 순교역사를 함께 표현하여 기도하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순교 영성을 묵상하고 예수님과의 일치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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