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르비란 「성녀 루치아」1635-40,104×77cm,
캔버스에 유채,워싱턴,내셔널 갤러리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떠올라(...)산타 루치아,산타 루치아~"
이 아름다운 나폴리 칸소네 덕에 산타 루치아는 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눈이 잘 안 보이면 산타 루치아를 연발한다. 그녀가 눈의 수호성인이기 때문인데 루치아가 눈의 수호성인이 된 것은 "빛(Lux)"이라는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위의 표지에 소개된 성녀 루치아의 모습은 바로크 시대 스페인의 거장 주르바란의 그림으로 한 손에는 순교의 상징인 종려나무가지를 다른 손에는 접시를 들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접시에 눈알이 담겨 있다. 화가는 성녀의 상징인 빛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 배경을 검게 처리하였고 팔마가지와 눈 그리고 성녀의 얼굴.등 꼭 필요한 곳에는 빛을 강조하여 표현하였다.
성녀 루치아는 4세기에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악명 높은 박해자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 시대 때 순교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성인이므로 그녀의 생애 역시 『황금전설』에 의존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성녀는 4년간 출혈이 멈추지 않은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와 함께 시칠리아 출신의 성녀인 아가다의 무덤을 찾아가 미사를 드리던 중 "루치아의 어머니와 같은 병을 앓았던 여인이 치료되었다."라는 사제의 말을 듣고 아가다의 무덤에서 기도한 후 어머니의 병이 치유되는 기적을 경험하였다. 이후 루치아는 결혼을 하지 않고 예수님께 자신을 바칠 결심을 했으며 어머니께는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자고 제안했다. 어머니가 자신이 죽고 난 후에는 재산을 희사해도 좋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답하자 루치아는 "주님을 기쁘게 하시려거든 그것을 우리가 필요로 할 때 베푸십시오"라고 간청했다. 그리하여 이들 모녀는 재산을 팔아 과부,고아,방랑자,가난한 이들과 수도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로렌초 로토,<재판관과 논쟁하는 성녀 루치아>,1532,
243×237cm,캔버스에 유채,제시,시립미술관.
당시 루치아는 약혼한 상태였는데 욕심이 많았던 약혼자는 재산을 전부 기부했다는 소식을 듣자 루치아를 로마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죄명으로 고발했다. 재판관앞에 끌려간 루치아는 재판관과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데 그 내용이 신앙의 핵심을 보여 주어 흥미롭다.
"너는 재산을 부패한 자들에게 다 써버렸다. 그러니 네 말은 창녀의 말과 다르지 않다."
"내 재산은 안전한 곳에 잘 두었습니다. 저는 육체와 정신을 부패하게 하는 자들과는 늘 거리를 두고 살아왔습니다."
"누가 몸과 마음을 부패하게 하는가?"
"영원한 기쁨보다 물질을 택한 자들입니다."
루치아는 계속했다.
"너희는 왕이나 제후의 앞에 서더라도 걱정하지 말라. 너희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이 말씀하시기 때문이다."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재판관은 루치아를 매음굴로 보내려고 건장한 남자들 여럿이 그녀를 끌어내려 했으나 꼼짝고도하지 않았다. 사람의 힘으로 안 되자 소떼를 이용하려 했으나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화가 난 재판관은 그녀를 태워 죽이겠다고 주위에 송진과 끓는 기름을 뿌린 후 불을 붙였으나 루치아가 불에 타지 않자 마침내 긴칼로 목을 찔러 죽였다고 한다. 루치아의 이야기는 초기 순교 성인들의 공통된 기적 일화를 담고 있으나 대화 내용이 신앙의 핵심을 찌르고 있어 놀랍다.
로렌초 로토<재판관 앞에 선 성녀 루치아와 소에 묶인 성녀>,1532.
패널에 유화,각자 32×69cm,재시,시립미술관
위의 그림은 후기 르네상스의 거장 로렌초 로토의 작품으로 소떼가 루치아를 끌고 가려고 힘을 쓰고 있으나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재판관과 논쟁을 벌이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건축물의 사실적 묘사를 비롯하여 성화라기보다는 마치 한 편의 풍속화를 보는 듯하다.
-고종희 마리아/한양대 교수,미술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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