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토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치스코」
1295~1300,프레스코 벽화,아시시,성 프란치스코 지상층
성녀 글라라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씨를 뿌린 나무의 열매라 할 수 있다. 귀족 출신인 글라라가 수도회에 입회하게 된 것은 프란치스코의 영향이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생전에 1회,2회,3회라 불리는 세 수도회를 설립했다. 남자 수도자들을 위한 작은형제회,여자 수도자들을 위한 글라라회,그리고 세속인을 위한 3회가 그것이다. 글라라는 그중 여성 수도자를 위한 수도회의 공동설립자다.
글라라가 살던 시대의 여성들은 15세기를 전후로 결혼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글라라는 프란치스코의 영향으로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수녀가 되기로 마음 먹었고,1212년 3월 18일 성 프란치스코는 천사들의 성마리아 대성당에서 수녀가 되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온 글라라의 머리카락을 잘라 주었다.
글라라는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했다. 프란치스코는 글라라와 그녀의 여동생을 아시시 근방의 성 다미아노 성당에 머물게 했고 1215년 그녀를 수녀원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그녀의 어머니도 이 수녀원에서 지냈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글라라 수녀원의 모태로서 이후 800년에 걸쳐 유럽 곳곳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글라라 수녀원이 세워졌다.
귀족 신분으로 잘 살 수 있었던 글라라와 그녀의 어머니,그리고 동생들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면서 비천한 삶을 살았다. 맨발로 다녔고,맨땅에서 잤으며,말로 짓는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하여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침묵했으며,사순시기에는 빵과 물로 연명했다고 한다. 이 같은 극단적 참회 생활은 건강 악화로 이어져서 당시 주교는 매트 위에서 잘 것과 날마다 소량이라도 빵을 먹을 것을 의무화했다고 할 정도다. 혹독한 고행으로 인해 글라라는 생애 마지막 27년을 누워 지냈다.
글라라는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규칙을 바탕으로 글라라 수녀회의 규칙을 만들었다. 이들은 "성 다미아노의 가난한 자매들"이라고 불리었다. 그녀는 피곤에 지친 수녀들의 발에 입을 맞추었고 병자를 치료했다. 평소 하느님의 최고 작품인 자연을 사랑했으며 산책을 즐겼다. 그녀가 지낸 성 다미아노 수도원은 아시시 대성당과 멀지 않은 곳으로 나지막한 산자락에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하느님을 만나기에는 참 좋은 장소였을 것이다.
글라라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하는 일이었으며 기도를 마친 그녀의 얼굴은 빛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몸이 아파 밖에 나가지 못할 때가 많았으며 그럴 때는 수도원 안에서 옷감을 짜는 일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당대는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시시에서 만들어진 식탁보를 비롯한 섬유 상품은 이탈리아 최고의 특산품으로 꼽히고 있다.
글라라는 자신이 규칙을 만든 수도회에서 41년 동안 고행의 수도생활을 했으며 1253년 59세에 선종했다. 선종 이틀 전 교황 인노첸초 4세로부터 수도회 규칙을 극적으로 승인받았다. 사망 후 불과 2년 만인 1255년 교황 알렉산드로 4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으니 당시 그녀에 대한 존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유해는 1260년부터 아시시의 성녀 글라라 성당에 모셔져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모네 마르티니「성녀 글라라」 1317,프레스코 벽화,아시시,성프란치스코 대성당 지하층
위의 그림은 14세기 대표화가 시모네 마르티니가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지하층에 있는 성 마르티노 경당에 그린 벽화로 글라라 성녀가 프란치스코회 수도복을 입고 순결의 상징인 백합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위의 본문 그림은 조토가 아시시 대성당 벽면에 성프란치스코의 전기를 28개의 장면으로 그린 벽화 중 하나로 성 프란치스코가 새들에게 설교하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성인 옆에 글라라 성녀를 그려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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