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성 토마스 아퀴나스」
아퀴노, 성 토마스 아퀴나스 대성당
토마스 아퀴나스(1225/6~1274)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라는 이름은 아퀴노 출신의 토마스라는 뜻이다. 필자는 이 위대한 철학자의 고향 아퀴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는데 그에게 헌정된 대성당을 비롯하여 마을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백작의 아들이라고 알려진 그의 생가도 궁금했는데 1000년 이후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었으며 지역 최고의 귀족 가문임을 알 수 있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5살 때 고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모테카시노의 베네딕토회 수도원에서 열세 살까지 교육을 받았고, 이후 나폴리 대학에서 5년간 수학했다. 당시 나폴리 대학은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세운 대학으로 아랍의 학자들과 그리스도교 학자들이 모여서 교류한 학문의 중심지였다. 특히 중세 동안 잊혀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가 서방 세계로 전판된 중심지가 바로 나폴리였다.
사람은 어느 도시 혹은 어느 나라에서 공부를 했는가에 따라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위대한 인물인 경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토마스의 경우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이 활발하게 연구되었던 나폴리에서 공부를 한 인연은 그 자신은 물론 이후 서방 사회의 철학,신학,예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나폴리에는 탁발 수도회인 도미니코회가 있었는데 토마스는 이들의 생활에 감명을 받아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도미니코 수도회의 수사가 되었다. 아퀴노의 백작이었던 토마스의 부친 란돌포로는 아들이 유서 깊은 베네딕토회의 몬테카시노 수도원의 수도원장이 될 수도 있는데 도미니코회의 평수도사가 되겠다고 하니,입회를 방해하기 위해 그를 1년 넘게 성안에 감금하였는가 하면 여자를 들여보내 수도사의 길을 방해하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스무 살이 되던 1245년 감금되었던 성에서 탈출한 토마스는 1248년까지 파리에 머물며 위대한 학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1206~1280)와 사제의 연을 맺었다. 마그누스는 위대한 이라는 뜻으로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스콜라 철학의 대가이자 주교였으며 교회학자라는 칭호와 함께 성인품에 오른 위대한 인물이다. 스승은 외모가 못생긴 제자 토마스를 빗대어 "언젠가 이 못난 소가 우는 소리를 전 세계가 듣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는데 80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에서 토마스 아퀴나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의 예언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1252년부터 토마스는 파리대학과 이탈리아 교황청 소속 대학을 오가며 교수 생활을 하였고, 대표적인 저서『이교도 반박대전』과『신학대전』등을 집필했다.
파리대학 교수 시절 그는 프랑스의 왕 루이 9세의 궁정에도 자주 초대받았다. 한번은 토마스가 왕의 식사에 초대받아 식사를 하던 중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며 "이것이 바로 이단 마니교의 열쇠였다."라며 흥분하여 소리쳤다고 한다. 그의 상관은 왕이 노했을 것을 염려하여 노심초사했으나 왕은 오히려 사람을 시켜 그가 방금한 말을 메모하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1274년 교황 그레고리오 9세로부터 리옹 공의회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받고 길을 떠나던 중 1274년 3월 7일 포사노에서 선종했다.1323년 교황요한 22세에 의해 시성되었으며 1567년 교항 비오 5세에 의해 교회학자로 선포되었다. 토마스아퀴나스의 철학은 중세 후기 유럽사회의 자연주의 탄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술과 문학에서 작가들이 자연현상에 주목하고 이를 연구 관찰하였으며, 작품에서 사실주의를 묘사하게 된 것은 아리스토 철학에 영향을 받은 그이 덕분이다. 문학의 단테,미술의 조토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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