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20년 주보

주님 공현 대축일 2020.1월 5일(가해)

모든 2 2020. 1. 5. 21:50

 

라파엘로 산지오 「시스티나의 성모」1512~13, 265×196cm, 캔버스에 유채,드레스덴,회화 미술관

 

 

 

  +  마태오 복음 2,1-12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 통치자가 나와,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과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보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러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말씀의 향기>

 

  "별"을 따라가는 구원 여정     -김민수 야고보 판암동 주임-

 

  오늘은 구세주 아기 예수님께서 온 세상에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제 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들 통하여 세상 모든 민족들이 주님의 빛을 향하여 오리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2독서에서는 성령을 통하여 다른 모든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구원의 상속을 받으리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화답송 역시 세상 모든 민족들이 주님을 경배하는 노래를 담고 있습니다.

  독서와 화답송의 말씀에 따라,오는 세상 모든 민족을 대표하는 세 명의 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내용이 복음에 나오고 있습니다.

 

  세 명의 동방 박사가 세상 모든 민족들의 임금이신 구세주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러 가는 여정.. 참으로 험난하고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지도나 나침반도 없던 시대에,그리고 오늘날과 같이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대에,그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데까지 이끌어 준 건 단 하나.. 바로 "별"이었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 안에도 이런 "별"이 있습니다. 때론 관계 안에서 나를 힘들고 지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사람만 없으면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데.. ' 하지만 어는 순간 십다가를 지는 것과 같았던 그 여정 안에서,불편한 관계로 말미암아 오히려 기도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는 순간 관계 안에서 미움과 언망으로 지냈던 사람이 "별"이 되어 내 자신을 주님께로 인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 삶에 많은 도우을주며,주님께로 인도해 주는 "별"도 있습니다. 서로에게 기도해 주고 희망이 되어 주며,힘과 위로를 주고 주님께로 인도해 주는 "별"도 있습니다. 이런 "별"들 덕분에 우리는 또 빛이신 주님의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싫든 좋든 우리주위에는 모든 주님을 만나게끔 해 주는 '별"들이 있는 것입니다.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예수님께서 오늘 이 세상에 공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신 것도,모든 사람들을 "별"들과 같이 여기시고 나타나신 것입니다.

  우리 주위의 "별"들을 생각하며,그들을 통해 빛이신 주님께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오늘 찾아보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회 편찬-

 

50. 하느님을 '천주님'으로 부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발전하는 교회 공동체들은 복음 정신에 따라 점진적으로 그들의 그리스도교 체험을 신앙의 객관적요구에 부합하며 고유한 문화 전통에 맞는 독창적인 방식과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교회의 선교사명」53항)

 

  천주교를 동양에 전하는 과정에서 예수회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예수회의 창립회원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506`1552)는 인도를 거쳐 1549년 일본 선교를 시작하였으나,중국 선교는 하지 못하고 선종하였습니다. 1583년 중국에 도착한 마테오 리치(1552-1610년) 예수회 회원으로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꿈을 실혀하여 중국의 문화를 이용,그리스도교 선교 활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천주실의(天主實義)을 저술하였습니다. 조선에 전래된 이 책은 사대부 계층이 읽었고, 한국 천주교를 태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본디 유교에서 천(天)은 상제로 불리며 인격적 절대자로 흠숭되었으나,16세기 말 중국에서는 신유학(新儒學)으로부리는 성리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성리학은 춘주 전국 시대이전(기원전8세기 이전)의 고전 유학와 달리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아 무신론적경향으로 당시 사람들을 천을 비인격적 자연법칙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마테오 리치는 그리스도교의 인격적 하느님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려고,그들이 경외하는 '천'(天)에 그 주인 또는 지배자(주)로 설정하면서 천지 만물의 주관자를 뜻하는 '천주'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유교의 경전에 나타나는 천과 상제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인 천주와 같은 존재임을 역설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천주님'으로 표기하는 것과 가톨릭 교회를 천주교로 표기하는 것은 조선에 전해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천주님'이라는 표현은 유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돌고 돌아야 하는 세상

 

  오랜만에 내가 농사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는 김용산 선생님 댁에 고구마를 사러 갔다. '뭘 가지고 갈까?','그댁에 없는 게 뭘까?'를 생각하니 '오리알'이었다. 집에서 기르는 오리가 선물해 준 오리알 몇 개를 챙겨 가서 사모님께 드리고 고구마를 들고 나오는데, 선생님께서 우기농 고춧가를 한 봉다리,오리와 닭에게주라고 청치(덜익어 푸른 쌀)도 한 보따리를 덤으로 안겨 주신다. 고춧가루는 어머니께 상납했고, 청치는 모이로 주고 나니 돌고 도는 것을 보게 된다. 오리알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드리니 고춧가루와 청치로 따뜻한 마음이 되돌아 왔고, 알을 낳아준 오리가 청치를 먹고 또 알을 낳고 있으니,한 마디로 '순환'이다.

  지금 지구가 '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많이 아프다,편리하기는 하지만 오래도록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 '순환'이 되지 않고 바닷가에 겹겹이 쌓이고 있으며,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 크기의 플라스틱 섬이 바다 생물을 죽이고 있다. 한편,사람들이 매일 싸고 있는 똥이 예전에는 귀한 자원이었으나 이제는 퇴비로 '순환'되지 못하고 화학적으로 처리를 해서 버려야 하는 오염물질이 되어버렸다. 사람 혈관의 어는 곳이 막히고 '순환'이 되지 않으면 그 몸의 지체가 썩게 되고 건강을 잃어 목숨을 위협받게 되듯이 지구도 '순환'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똥 ,핵물질 등의 물제로 인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유기농의 유기(有機)라는 말의 뜻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분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유기(有機)라는 말음 파란치스코 교황회칙『찬미받으소서』의 핵심 내용인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3-6항]라는 말씀과 그맥이 닿아 있다.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고 그리하여 서로 통하고 '순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인데,사람들이 이 사실을 간과하여 지구가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다.

  지구 위에 존재하는 생물과 위기에 망라한 모든 존재들이 서로 통하지 못하고 한 부분이 막히거나 순환이 되지 못하여 지구가 위기에 봉착하에 되었으나,가톨릭농민회원들은 유기농사를 지으면서 단순히 먹거리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지구를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강승수 요셉 신부 대전가톨릭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주님의 영광이

우리 위에 있나이다.

 

이 해에는

어둡고 습한 곳에

빛이 되어 주시고

이치에 적합하지 않은

억측이나 고집을

녹여내어

온 누리

평화롭게 하소서.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