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부활하는 라자로[28]

모든 2 2019. 11. 24. 22:00






작자미상「라자로의 부활」

12세기,모자이크,몬레알레,몬레알레 대성당



  라자로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 곳은 요한복음이다. 복음에 따르면 라자로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오빠다. 예수님은 이들삼남매를 퍽이나 사랑하신 것 같다. 신약성경에서 베드로와 안드레아 등 형제가 소개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언니,동생,오빠 삼남매가 출현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들 삼남매가 살던 곳은 예루살렘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타니아라는 마을이었다. 예수님께 값비싼 나르드 향유를 부은 바로 그 마리아의 오빠 라자로가 심한 병이 들자 이들 자매는 예수님께 사람을 보내어 오빠의 병환 소식을 전하였다.

  "그 병은 죽을병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다. 그 병으로 말리암아 하느님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라자로가 장차 어떻게 될지를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는 이틀이나 그곳에 더 머무셨다.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는 오빠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즉시 오시지 않는 예수님이 엄청 야속했을 것이다. 이틀 후에야 예수님은 이들 삼남매가 살고 있는 베티니아로 가셨다. 예수님께서 가서 보시니 무덤에 묻힌 지 사흘이나 지난 후였다. 예수님께서는 마중 나온 마르타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예수님은 라자로의 무덤으로 가셨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예수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그를 다시 살려 내실 것을 아시면서도 슬퍼하시는 예수님은 너무나 인간적이시다. 예수님께서는 무덤이 있는 동굴 입구의 돌을 치우게 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라자로야 이리 나오너라!"

  그러자 온몸이 천으로 감긴 시신이 살아서 걸어서 나왔다. 죽은 라자로를 살리신 예수님 역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라자로의 부활은 우리가 믿음이 약해질 때마다 기억해야 할 너무나 아름답고 거룩한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미술사에서 중세 모자이크활로 가장 유명한 성당 중에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몬레알레 대성당이 있다. 이 성당의 벽은 신약과 구약의 주요 일화들이 모자이크 그림으로 가득 메워져 있어서 교회 전체가 그림으로 읽는 성경처럼 보인다.

 



렘브란트「라자로의 부활」1632,36.6×25.8cm,동판화,런던,브리티시 뮤지엄


  렘브란트의 <라자로의 부활>은 그 중의 한 장면이다. "라자로야 나오너라"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시자 관 뚜껑이 열리면서 죽은 지 나흘이나 된 썩은 시신이 살아서 걸어 나오고 있다. 라자로의 온몸은 천으로 칭칭 감겨져 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하자 코를 막고 있는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의 모습은 비록 표현은 미숙하지만 핵심을 잘 표현한 중세 미술의 진가를 볼 수 있으며 유머스러움에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바로크 시대 빛의 거장인 렘브란트의 <라자로의 부활>이다. 렘브란트는 예수님과 등장인물들이 동굴 입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동굴 안으로 들어간 모습으로 그렸다. 예수님이 한쪽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라자로야 나오너라"라고 명하시자 땅바닥에 놓인 관에서 라자로가 깨어나고 있다. 빛의 거장답게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통해 이 극적인 순간을 한층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부활한 라자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고 이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도 그림의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