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요「성 안드레아의 순교」
1675~80,123×162cm,마드리드,프라도 미술관
안드레아는 베드로의 동생으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분이다. 이들은 갈릴레아 호숫가의 벳사이다에서 태어났으며 열두 제자 중 가장 먼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예수께서 갈릴래아 호숫가를 지나다가 어부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가 물고기 잡는 것을 보고 "나를 따라 오너라,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제자다.
안드레아는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도 등장한다.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예수께서 필립보에게 물으시자 "적어도 200데나리온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며 "여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이가 바로 안드레아이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해변가에 아말피라는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 이탈리아 남부 최고의 관광도시로 꼽히는 이곳은 중세시대에는 베네치아, 제노바,피사와 더불어 이탈리아 4대 공화국에 꼽힐 정도로 부흥을 누린 도시국가였다. 아말피 시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가에 주차를 해놓고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은 바위산을 깎아 만든 산중턱에 있어 길 아래는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고 위로는 험한 바위산이 모습을 드러내며 장관을 빚어낸다. 그런데 그 바위산이 곳곳은 시민들이 사는 마을이기도 하다. 집들이 가파른 산중턱에 위치하다 보니 주민들은 길가에 차를 주차해 놓고 높고 좁은 계단을 날마다 오르내려야 한다. 집이 높은 곳에 위치할수록 더 높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니 나날의 수고가 보통이 아닐 것이다.
아말피 사람들은 왜 넓은 곳을 놔두고 굳이 이런 악조건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을까? 신기한 것은 바로 이곳에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어서 도시는 늘 북적북적하며 활기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다.
아말피라는 지중해의 작은 도시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며 오늘날까지 부흥을 누리게 된 데에는 신앙의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단한 삶의 터전이었기에 이곳 사람들은 하느님께 의지하는 마음도 늘 간절했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아말피에는 건축사에서 매우 중요한 성 안드레아 대성당이 있다. 안드레아성인의 유해를 모신 바로 그 성당이다. 성인의 유해는 원래는 이스탄불의 성 사도 성당에 모셔져 있었는데 십자군 전쟁 때인 1204년 이곳으로 모셔왔다고 한다.
아말피 대성당 정면,12세기,아말피
아말피 대성당은 987년에 첫 삽을 떴으며 1200년 경에 건축된 정면은 흰색과 검은색의 얼룩무늬 모양이 교차한 아슬람과 유럽의 독특한 고딕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아말피 대성당은 다른 대도시의 대성당들이 도심 중앙의 넓은 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것과 달리 주택가 한가운데 콕 박힌듯 끼여 있어서 소박하고 정겹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X자형 십자가에 묶여 순교하는 안드레아 성인의 조각상이 있어서 이 성당이 성 안드레아에게 봉헌되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가하면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청동문 입구 위에도 X자형 십자가와 함께 있는 안드레아 성인의 모습을 제작한 금빛 모자이크를 볼 수 있다. 안드레아는 이 교차된 X형 십자가에 묶인 채 이틀 동안 기도하다가 순교했다고 전해지며, 이로 인해 X자형 십자가는 안드레아 성인의 상징이 되었다.
<성 안드레아의 순교>는 바로크 시대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무리요의 작품으로 안드레아의 순교 장면을 X자형 십자가에 매달자 성인은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리고 있고, 그 순간 주님의 천사들이 성인과 함께하고 있다. 주변에는 형 집행을 바라보는 구경꾼들과 군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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