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예수님이 사랑한 사도 요한[8]

모든 2 2019. 6. 30. 18:52




마사초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1426년,83×63cm,

목판에 템페라, 카포디몬테 미술관,나폴리



  예수님이 사랑한 사도 요한


  사도 요한은 요한복음과 요한 묵시록의 저자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가장 어렸으며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94까지 장수하였다고 전해진다.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그리스도>

  요한 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셨을 때 십자가 곁에 성모님과 마리아 막달레나,그리고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 등이 있었다. 저자 요한은 스스로를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부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마사초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과 성모님,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요한을 그렸다. 푸른 옷을 입고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우뚝 서 있는 여인이 성모님이고, 십자가 아래서 두 팔을 벌려 절규하는 금발의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이며, 약간 뒤쪽에서 슬퍼하는 젊은이가 사도 요한이다.

  자세히 보면 성모님은 연약한 여인임에도 불구하고 장엄해 보이는데 요한은 왠지 연약해 보인다. 뒷모습으로 그려진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려 절규하고 있는데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하면 오른팔이 왼팔보다 길게 그려진 것도 알수 있다.

  그림의 디테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 화가는 당시 막 발명된 수학적 원근법을 이 그림에 적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화가는 십자가 아래 세 사람 중 성모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성모님을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요한에 비해 머리 하나 정도가 더 크게 그렸다. 하지만 방법은 원근법이라는수학적 법칙에 근거하였다. 즉 성모님을 그림 앞쪽에 배치하여 크게 보이게 하고, 요한은 뒤쪽에 위치시켜 작게 그린 것이다. 미세한 차이지만 이 같은 시도는 향후 르네상스 회회를 수학적 원근법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그동안 이 그림을 수없이 많이 봐 왔으나 이 미소한 차이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을 열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조반니 벨리니 「죽은 그리스도를 부축하고 있는 성모님과 사도 요한」

1460년, 86×107cm,브레라 미술관,밀라노



  <죽은 그리스도를 부축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 요한>

  베니스의 화가 조반니 벨리니는 성모님과 요한이 예수님의 시신을 부축하며 슬퍼하는 모습을 그렸다. 요한이 성모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최후를 지켰다는 요한복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성모님은 아들의 뺨에 자신의 뺨을 대고 있으며 한 손으로는 못자국이 선명한 손을 잡고 있다. 반면 요한은 약간 물러서서 화면 밖을 바라보고 있다. 요한이 아무리 예수님을 사랑하였고  스스로를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라고 칭하였어도 성모님의 슬픔에 비할 수는 없음을 화가는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실제로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니 예수님의 몸은 핏기가 하나도 없는 변색된 시신이었다. 그런데 성모님의 얼굴색이 예수님의 시신과 동일했다. 반면 요한의 얼굴은 발그스레하게 혈색이 살아있었다.

  화가는 예수님이 죽었을 때 성모님도 죽었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성령이 인도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같은 모습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화가 벨리니는 이 그림을 통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이 그림이 걸려 있는 미술관의 벽에는 이 작품 한 점만 걸려 있다. 수많은 걸작들로 빼곡한 이 미술관에서 이런 영예를 누리는 그림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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