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부르심을 받은 성 마태오」
1599~1600,322×340cm,
성 루이지 프란체시 성당,로마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마태,9,9)
한 마디 토도 달지 않고 지체 없이 따른 세리 마태오를 예수님이 제자로 삼는 순간이다.
로마 시내에 성 루이지 프란체시라는 성당이 있다. 이곳은 카라바조의 그림들을 구경하기 위해 찾는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카라바조는 위의 마태오 복음을 <부르심을 받은 성 마태오>라는 그림으로 그려서 이 성당의 벽에 설치했다.
그림을 보면 어두컴컴한 실내에 다섯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 둘레에 앉아 있다. 두 사람은 돈을 세느라 정신이 없고, 나머지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지금 막 들어온 방문자들을 향하고 있다. 이들 중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마태오다. 예수님이 세리들이 일한는 곳에 들어와 "마티오야,나를 따라라."라고 부르시자 마태오가 '저요?"라며 확인하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벽에는 한줄기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있는데 예수님이 있는 쪽에서 들어와 마태오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어둠의 세계에서 살았던 마태오가 빛의 새계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로마의 성당에서 이 그림을 직접 보고 있노라면 그림 옆의 벽에 창이 뚫려 있어서 실제의 빛이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카라바조는 빛의 중요성을 깨달은 화가다. 그는 빛과 어둠의 효과를 극대화한 명암법을 창안하였으며,그의 명암법은 17세기 바로크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이 되어서 바로크 거장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신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도 카라바조 명암법의 결과다.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후 마태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집으로 초청하여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이것을 본 바리사이들이 "당신네 스승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라고 묻자 예수님이 대답하였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라고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너무나 위로가 된다. 죄 짓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응답이 아닐까? 마태오는 예수님이 부르자 한 마디 토도 달지 않고 지체없이 따랐다.
카라바조 「집필하는 성 마태오」
1602,298×189cm,성 루이지 프란체시 성당,로마
이 성당에는 카라바조의 또 다른 대표작 <집필하는 성 마태오>도 있다. 복음사가 마태오는 펜을 잡고는 있으나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른다는 듯 공중에 떠 있는 천사에게 도움의 눈길을 청하고 있다. 마태오 성인의 상징인 천사는 이탈리아인 특유의 손짓으로 열심히 뭔가를 가르치고 있다.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마태오 복음이 한 인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서 쓰여졌음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대화할 때 잠시도 손을 가만두지 않는 이탈리아인의 습관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위트를 발휘하였다.
-고종희 마리아 /한양여대 교수, 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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