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개종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성 베드로[3]

모든 2 2019. 5. 26. 21:30




마사초 「개종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베드로」

1424~25년,카르미네 성당 내 브랑카치 경당,피렌체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맞은 오순절에 열 두 사도들은 성령강림을 받았다. 베드로는 이후 더 이상 연약한 인간이 아니라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고,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도들의 대표가 되었다.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는데 신자가 3천 명 가량이나 늘었다고 한다(사도2,37~41).

  마사초가 그린 이 그림은 성 베드로가 개종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몸짱이라 불릴 만한 단단한 몸매의 젊은이가 물 속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세례를 받고 있다. 고대 이래 천년 동안 사라졌던 사실적인 인간의 육체가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시 등장하는 순간이다. 세례를 받고 있는 청년의 뒤에는 오돌오돌 떨면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이제 막 상의를 벗으며 또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젊은이도 보인다. 이들은 없어도 그만인 엑스트라이지만 그림에 생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의 중세 회화는 성경에서 언급한 주요 인물만을 그렸지만 마사초는 이 같은 관례를 깨고 한 점의 성화 속에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찍듯이 많은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사실적인 그림을 탄생시켰다. 바로 르네상스 회화가 탄생하는 순간으로서 서양미술사는 그에게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라는 영예를 안겼다. 이 그림을 그렸을 때 화가의 나이는 겨우 23세였으며 그로부터 5년 후인 1428년 마사초는 28세의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떴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진정한 스승은 마사초라고 증언함으로써 이 요절한 천재에게 경의를 표했다.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혀 순교하는 베드로」



카라바조「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혀 순교하는 베드로」

1600~1601년,230×175cm,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로마



  십자가에 못박힌 베드로가 거꾸로 매달려 처형되기 위해 지금 막 거꾸로 들어 올려지고 있다.인부 중 한 사람은 십자가의 끝 쪽을,다른 한 사람은 밧줄로 십자가를 끌어당기고 있다. 베드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당당하게 십자가형을 받고 있다. 화가는 이 처참한 순간을 실감나게 그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했다.

  사실주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이 그림을 로마의 포폴로 성당에서 직접 보았을 때 엉덩이만 보이는 앞쪽 인부의 발바닥에서 새까만 흙이 묻은 것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이 그림 이후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비롯하여 바로크 시대의 미술가들은 유독 발바닥을 그리는 것에 집착했음을 알게 되었는데 모두 이 작품의 영향이다. 화가들은 이처럼 사소한 디테일을 통해 자신의 솜씨를 과시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그림은 또한 카라바조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명암법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 시키기 위해 배경은 어둡게 처리했고, 등장인물은 마치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배우들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러나 이 작품에 동원된 모든 사실적인 표현과 명암법은 오직 하나의 목적,다시 말해 성경 속 베드로의 순교가 마치 관객의 눈앞에서 펼쳐지듯이 생생하게 보여 주고자 함이다.



 -고종희 마리아/한양대여대 교수,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