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바오로의 회심[4]

모든 2 2019. 6. 2. 22:30




미켈란젤로 「바오로의 회심」1542~45년,

프레스코,625×661cm,바오로 3세 경당,바티칸


  바오로는 베드로와 함께 교회를 받치는 양대 기둥이다. 신약성경 중 4대 복음서를 제외한 대부분이 바오로의 서간이라는 사실에서 이 성인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신자들의 악랄한 박해자였던 바오로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을 모두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오겠다며 다마스커스로 떠난 여행에서 예수님이 나타나신 것이다.

  "사울아,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 이제 성 안으로 들어가 네가 할 일을 일러 줄 것이다."

  땅에 쓰러졌던 사울이 일어나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함께 동행했던 무리들도 소리는 들었으나 예수님을 보지는 못했다. 모두들 혼비백산했을 것이다. 사울이 회심하는 순간이다.

  회심 후 사울은 바오로로 불리는데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45세부터 58세까지 그리스,터키,로마,소아시아 등으로 선교 여행을 하였고, 가는 곳마다 교회를 만들었으며,이교도들을 개종시켰다. 예수님은 당신을 박해했던 사람을 당신을 알리는 도구로 쓰신 것이다.

  미켈란젤로에게 <바오로의 회심>을 의뢰한 주문자는 교황 바오로 3세다. 그는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최후의 심판>을 그린 1537년부터 1541년 사이에 자신의 경당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며, <최후의 심판>이 끝나자마자 미켈란젤로에게 베드로와 바오로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당에 그려줄 것을 명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오늘날 교황청의 교황 바오로 3세 경당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회화 작품인 <베드로의 순교>와 <바오로의 회심>이다.

  <바오로의 회심>은 크게 하늘과 땅으로 나뉘어 있다. 하늘에는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사울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과 천사의 무리가,땅에는 강한 빛으로 인해 눈이 먼 사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울을 동행한 병사들은 예수님이 발산한 빛으로 인해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거나 나뒹굴고 있다. 얼굴이 그려진 사람은 사울과 그를 부축하는 시종뿐이고 말을 비롯하여 도망치는 무리들 대부분이 뒷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로 인해 관객은 눈이 먼 사울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던 중 회심하는 사울의 모습이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상 구조가 그동안 미켈란젤로가 그리거나 조각했던 자화상들과 너무나 흡사했던 것이다. 성화제작은 살아계신 성령이 함께하시는 작업이기에 교황청의 심장부인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천지 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통해 인류의 시작과 끝을 그렸고,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또 다시 교황 바오로 3세의 경당에 <베드로의 순교>와 <바오로의 회심>을 그림으로써 교회의 양대 기둥을 찬미한 미켈란젤로에게 회심의 은총을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바오로가 받은 회심의 은총을 주님께서 이 글을 읽는 신자들께도 내려주시기를 청한다.


  -고종희 마리아 /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