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토레토「성인의 시신을 빼돌리다」
1562~66,398×315cm,
캔버스에 유채,아카데미 미술관 베네치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성인들의 이야기는 1200년대 말 야코부스 바라지네(Jacobus da Varagine)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가 쓴 『황금전설』이라는 성인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제노바의 대주교를 지냈으며 1816년 시복되었으니 이 책이 교회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짐작할 수 있다.
<황금전설>은 성 마르코 이야기도 전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마르코는 베드로에 의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파견되어 전교활동을 했으며 베드로에 의해 알렉산드리아의 주교로 임명되었다고 한다.
어느 부활절 마르코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을 때 이교도들이 습격하여 그의 목에 새끼줄을 매어 이틀 동안이나 시내 한복판을 끌고 다녔다. 이로 인해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거리에 피가 낭자했으며 성인은 마침내 순교했다. 이교도들이 장작을 쌓아 놓고 마르코의 시신을 태우려할 때 갑자기 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쳤으며 우박이 떨어졌다. 성인을 박해한 이도교들은 도망치기에 급급했으며, 그 사이 신자들은 성인의 시신을 수습하여 교회에서 장례를 치렀다.
467년 레오 황제 시절,베네치아의 상인들이 알렉산드리아의 한 교회에 모셔졌던 성 마르코의 유해를 베네치아로 옮겼고, 이후 성 마르코는 베네치아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성인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베네치아의 대성당과 광장 이름이 성 마르코인 이유다.
<성인의 시신을 모시다>
16세기에 활동한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 틴토레토는 성 마르코의 생애를 여러 점의 연작으로 그렸는데 그 중 이 작품은 순교한 마르코의 시신을 신자들이 교회로 모시기 위해 옮기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광장 중앙에 성인의 시신을 태우기 위해 장작더미를 수북이 쌓아 놨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시신을 태우려던 이교도들은 일제히 건물 안으로 줄행랑을 치고 있고 그 사이 신자들은 버려진 성인의 시신을 교회로 옮기는 중이다. 화면 앞쪽 알몸으로 그려진 남성이 성 마르코다. 틴토레토는 이 그림에서도 조화롭고 아름다운 고전주의 회화에는 매력을 못 느꼈는지 과장과 다이내믹한 표현으로 건축물과 인물들을 그렸다.
틴토레토「성 마르코의 기적」
1562~66,396×400cm,캔버스에 유채,브레라 미술관,밀라노
<성 마르코의 기적>
주보 표지에 소개된 그림은<성 마르코의 기적>으로 어두침침한 실내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다. 강렬한 빛의 대비,각자 뭔가를 하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이 다소 산만해 보이는 이 그림 역시 틴토레토의 대표작이다.
화면 오른쪽 벽에 쭉 이어진 상사 모양은 관이다. 그중 사람들이 한 시신을 거꾸로 끌어내고 있는데 이는 마르코 성인이 죽은 이를 소생시켰다는 기적을 그린 것으로 화면 왼쪽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지금 막 기적을 행하고 있는 성 마르코다.
이 그림에는 장님의 눈을 뜨게 했다는 성인의 두번째 기적과,화면 앞쪽에 알몸으로 누워 있는 악령 들린 사람을 고친 일화 등도 드려져 있다. 건축물이나 인물등은 과장되었고, 분위기는 어수선한데 이는 화가가 의도한 것으로써 조화와 균형의 고전미를 거부하고 실험적인 방식을 택한 틴토레토 특유의 매너리즘 양식에 기인한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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