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세례자 요한[9]

모든 2 2019. 7. 7. 20:30



폰토르모「마리아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1528년 경,202×156cm, 패널에 유채, 카르미냐노,성 미카엘 수도원



 

  <마리아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세례자 요한의 부모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늙도록 자식이 없었다. 어느 날, 즈카리아가 주님의 성소에 들어가 재단에 분향하고 있을 때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났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말씀이 이루어져 엘리사벳이 임신 여섯 달에 접어들었을 때 대천사 가브리엘이 이번에는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아기를 잉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리아는 150리쯤 떨어진 유다 지방에 사는 언니 엘리사벳을 찾아갔다. 전승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촌 간이라고 한다. 엘리사벳이 자신을 찾아온 마리아를 보자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찾아간 사건은 화가들에 의해 <방문>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졌다. 주보 표지에 소개된 그림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장면을 그린 최고의 걸작에 속한다. 그림 속에는 네 여인이 등장하는데 사실은 엘리사벳과 마리아를 각각 옆면과 정면으로 그린 것이다. 이들 중 젊은 여인이 마리아이고 늙은 여인이 엘리사벳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여인들의 표정이 왠지 기이하다. 인체 비례는 당시 유행하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8등신이 아니라 9등신이나 10등신쯤 돼 보인다. 색채 역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강렬한 형광색이다. 너무나 파격적이어서 20세기 초에 유행한 초현실주의 그림을 미리 보는 듯하다.

  이 그림은 1528년 경 제작되었다. 작가인 폰토르모는 이 작품에서 전통적인 르네상스 회화 방식을 따르지 않고 매너리즘이라는 새로운 화풍을 개척했다. 미술은 이렇듯 도전과 파괴의 연속이며,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중에는 이처럼 새로운 길을 연 위대한 미술가들이 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세례받는 그리스도」1440년경, 167×116 cm,

목판 위에 템페라와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세례받는 예수님>

  "회개하여라,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 부근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이렇게 회개를 촉구하며 세례를 주었다. 예수님도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다. 요한은 낙타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다고 한다. 두손은 공손히 모으고 세례를 받고 있는 예수님의 머리 위로 비둘기가 내려오고 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비둘기는 하늘에서 들려온 하느님의 소리를 전한 성령의 상정이다.

  왼쪽의 세 인물은 예수님의 젖은 몸을 닦아 주기 위해서 있는 천사들이다. 이들이 발을 담그고 있는 요르단 강은 청명한 대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물 속에 풍덩 빠진 것처럼 맑고 투명하게 그려졌다. 작가 피에르 델라 프란체스카는 15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서 원근법과 자연 묘사에 있어서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 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