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11]

모든 2 2019. 7. 21. 22:00




도나텔로「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1453,188cm,나무,피렌체 대성당 부속박물관,피렌체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

  마리아 막달레나는 화가들 사이에서 각별한 인기를 누렸다. 화가들은 그녀를 금발의 미인에다 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매혹적인 여자로 즐겨 그렸는데 이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성경에 나오는 간음하다 걸린 여인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성경에서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간음하다 걸린 여인과 동일인이라는 구절을 찾아 볼 수 없으니 마리아를 이렇게 그린 것은 화가들 사이에서의 관례였던 것 같다.

  유럽 대도시의 대성당에는 원작들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대성당부속박물관이라는 것이 있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피렌체 대성당  부속박물관(Museo dell'opera delduomo)은 그중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귀한 작품들로 감동이 몰려오는데 그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주보 표지에 소개한 도나텔로의 <회개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다.

  도나텔로의 이 조각은 나무로 깎아 만들었다. 넋이 나간 듯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처절하다. 당시 대부분의 화가들이 막달레나를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으로 그렸으나 도나텔로는 이 성녀를 아름답기는 커녕 눈은 퀭하고, 얼굴은 피골이 상접한 추녀로 만들었다. 팔다리도 너무 말라서 마른 나무토막이 따로 없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금발머리는 온데간데없고, 방치한 긴 머리카락은 몸에 걸친 동물털과 하나가 되어 무엇이 머리카락이고 무엇이 짐승털인지 알 수 없게 했다.

  루카 복음에는 죄 많은 여인을 용서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비싼 향유를 발에 바르는 것을 못마땅해하며 "저걸 팔면 가난한 이들을 더 많이 도울 수 있을 텐데"하고 말한 이도 있었지만 예수님은 울며 회개하는 이 여인의 죄를 용서해 주셨다. 죄인이 용서를 받다니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있을까? 마리아 막달레나는 그래서 모든 죄인의 희망의 상징이다.

  이런 마리아 막달레나를 도나텔로는 기도하는 참회자의 모습으로 조각한 것이다. 이 조각가가 활동한 당시 조각이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마리아 막달레나는 미인의 상징이었으나 도나텔로는 그녀의 외모가 아닌 내면에 눈을 돌려 '추의 미학'을 탄생시켰다.





코레조「나를 붙잡지 말라」1518,프라도 미술관,마드리드



  <나를 붙잡지 말라>

  예수님이 부활한 주일 아침 빈 무덤을 발견한 마리아 막달레나가 슬피 울고 있는데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나타나셨다.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막달레나는 처음에는 그를 정원지기로 생각했으나 예수님께서 "마리아"라고 부르시자 그분이 예수님인 것을 알고 붙들려 하였다.

  "나를 더 이상 붙잡지 말라(Noli me tangere)"

  화가들은 이 구절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는데 성경 전체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파르마의 화가 코레조는 당시의 관례대로 마리아 막달레나를 금발에 값비싼 옷을 입은 귀부인으로 묘사하였다. 예수님도 마리아도, 풍경도 아름답고 평화롭다. 르네상스 고전미의 절정이다.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 미술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