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만나는 성인 이야기

음악의 주보 성녀 체칠리아[13]

모든 2 2019. 8. 4. 21:00





마데르노의 복제작「관을 열었을 당시의 성녀 체칠리아」

로마, 칼리스토, 카타콤베



  체칠리아는 음악의 주보 성인이다.

  <황금 전설>에 의하면 성녀 체칠리아는 3세기 경 로마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성경>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하루 중 기도를 드리지 않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고,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겠노라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부모는 그녀를 약혼시켰고,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결혼식 중에 오르간이 울려 퍼지자 체칠리아는 몸과 마음의 순결을 지켜달라고 기도 드렸다. 체칠리아를 음악의 주보성인으로 모시게 된 것은 이 순간 오르간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녀가 음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결혼식 날 체칠리아는 금사로 장식된 아름다운 예복 속에 거친 삼베옷을 입었다. 첫날밤 신랑 발레리오와 단둘이 남게 되었다.

  "나에게는 내 몸을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있어요. 만일 내 몸에 손을 댄다면 당신은 목숨을 잃을 거예요. 그러나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천사가 당신을 돌볼 것이며 영광을 드러낼 것입니다."

  남편은 세례를 받을 터이니 자신도 천사를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과연 그는 아내가 시키는 대로 세례를 받고 돌아오면서 아내와 이야기하는 천사를 보게 되었다. 천사는 한 손에는 장미로 만든 화관을, 다른 손에는 백합으로 만든 화관을 들고 있었다.

  한편 우상숭배를 거절하자 체칠리아에게는 목욕탕에서 쪄 죽이라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체칠리아가 펄펄 끓는 목욕탕 속에서도 땀을 한방울 흘리지 않자 이번에는 참수형이 내려졌다. 사형 집행자가 체칠리아의 목을 세 번 내리쳤으나 죽지 않았다. 성녀는 그로부터 3일을  더 살며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의 집터에 교회를 세워 주기를 세례를 준 우르바노 주교에게 청한 후 마침내 순교했다.


  <순교 당한 성녀 체칠리아>

  성녀의 유언에 따라 그녀의 집터에 세워진 교회가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이다. 1599년 이 성당을 재건축하기 위해 9세기 초 카타콤베에서 옮겨 온 성녀의 무덤을 열었는데 순교 당시의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채 온전히 보전되어 있었다고 한다. 1599년 마데르노라는 조각가는 당시 무덤에서 열린 성녀의 시신을 보고 실물크기로 조각을 만들었다. 사망한 지 1300년이 지나도록 시신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음을 이 조각은 증명하고 있다.


라파엘로「성녀 체칠리아와 성인들

1514, 220×136cm,볼로냐,국립미술관



  <음악의 주보 성녀 체칠리아와 성녀들>

  라파엘로의 제단화는 성녀 체칠리아를 그린 가장 아름다운 그림에 속한다. 앞쪽에 셋 뒤쪽에 둘, 모두 다섯 명의 성인이 등장하는데 왼쪽부터 바오로,요한,체칠리아,아우구스티누스와 마리아 막달레나다. 어떻게 이들 성인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성인마다 특징이 있으므로 성인을 알면 그림도 알 수 있다.

  오르간을 들고 있는 체칠리아는 천상에서 합창을 하고 있는 천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귀족 출신답게 아름다운 옷을 입고 하늘을 바라보는 성녀의 이 모습은 후대의 화가들에게 모델이 되어 수없이 반복되었다. 바닥에는 음악의 수호성인임을 알리는 각종 악기가 놓여 있다. 볼로냐 국립미술관에서 이 작품 앞에 섰을 때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미술작품에서 절제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한다면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