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진의 맛있는 시읽기

문학시간 / 김은숙

모든 2 2018. 5. 12. 10:53




문학시간 / 김은숙

 
며칠 후로 2 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공부는 하지 않겠다던 일민이까지
'선생님 규장전이 뭐예요?' 하며 질문을 해오는 문학 시간
곧이어 장난처럼 해온 질문
'선생님 문학이 뭐예요?'
아 문학이 뭐냐고 물었구나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
문학을 배우는 시간
갑자기 나는 그 질문이 날카롭구나
예리하게 파고들어 내 말문을 막는구나
그래 너희들과 나 이렇게 함께
우리네 삶의 모습 담긴 작품들 기웃거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
내 살아가고 있는 모습도 한 번 되짚어 보는 것
다양한 사람살이 속 담긴 빛과 어두움, 설움과 즐거움
온갖 감정의 양면의 언저리나마 함께 느끼며 따라가보고
내게 드는 느낌과 생각들 마음 한 귀퉁이에 갈무리해 보는 것
여러 모습의 사람살이 모두
진지하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세상 바라보는 것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내 안의 강한 울림 들으려 하는 것
다른 이들의 삶의 애환 들여다보며
내 살아온 길 제대로 짚어보고
내 살아갈 길 마음 속 깊이 새겨보는 것
혹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아니 흡족하지 못한 내 대답이 부끄럽구나
문학이 무엇인가 다시 내게 되묻는 시간
고등학교 2학년의 문학(文學) 시간


 

 우리 시대 우리 삶에 문학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물음은 고등학교 2학년생이 아니고 인생의 3학년 7반이거나 4학년 8반 쯤에 있는 사람에게 더욱 유용하지 않을까. 그런 물음에 비교적 성실한 답변을 하였음에도 스스로 대답이 흡족하지 못해 부끄럽다는 김은숙 시인. 그래 문학이란 그렇게 설명하고도 모자라는 그 무엇이 있긴 있겠지

 
 사람이 본능의 욕구체계 안에서만 들여다 보면 세상에 쓸모로 남을 일이 얼마나 있겠어? 그 쓸모없는 가운데서 지성과 감성이 부화뇌동하여 조작한 결과물 치고는 꽤 즐길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은 해보는데, 제발 문학이 밥 먹여주나 소리는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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