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8년 주보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한국 103위 순교 성인 시성일)2018년5월6일(나해)

모든 2 2018. 5. 6. 22:30

 

배나드리 성지

배나드리는 예산군 삽교읍 북쪽 배나다리안길 7 삽교천 가에 섬처럼 생긴 마을이다. 1817년 박해로 신자들을 모두 체포해 갔고,민 첨지 베드로와 형수 아나,송첨지 요셉,손연욱 요셉,민숙난 등이 혹독한 형벌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지키다가 옥사로 순교하였다. 용동리는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순교자의 고향으로,"순교자께 영광"이란 글귀를 새긴 돌과 복자 인언민 마르티노 기념비가 설치되어 있다.

문의: (041)338-1924 삽교성당 사무실

 

 

  +  요한 복음 15,9-17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말씀의 향기>

 

  사랑의 의무  -송우진 가시미로 성환 주임-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원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원합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볼 때 생각나는 사람,좋은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떠오르는 사람,생활의 힘겨움에 지쳐 어깨의 무게가 무거워지더라도 그 사람이 떠올라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하루의 생활이 아무리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더라도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힘차게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당신 사랑 안에 머물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 머뭄으로써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사랑 안에 머뭄으로써 우리의 삶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 주겠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사랑 안에는 우리가 성실하기 때문에, 기도를 잘하기 때문에,이웃을 위해 봉사하기 때문에 등등의 조건이 없습니다. 또한 우리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인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 각자를 사랑하시며 설령 우리가 죄 중에 빠져 있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런데,신앙 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의무적인 규정에 얽매여 생활 할 때가 있습니다. 주일마다 미사에 참여하며,판공기간이 되면 고해성사를 하고,레지오나 각종 단체 모임에 참석합니다. 또, 연말이 되면 미처 납부하지 못한 교무금을 내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본당신부로서 이런 교우들의 모습을 보면 기쁜 마음도 들지만 마음 한켠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신학생으로 방학 중에 본당 생활을 하고 있을때였습니다. 주일학교 후배 중에 수녀님이 되신 분이 휴가를 와 본당 신학생들과 함께 바다 구경을 가려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노숙자로 보이는 분이 구걸하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오면 동전이나 드려야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그분이 휘청거리며 우리 쪽으로 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놀란 신학생들은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수녀님은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넘어지려는 그분을 붙잡고 부축하며 그분을 도와주셨습니다. 그 광경을 본 신학생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부끄워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앙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의 삶 안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계명으로 주신 "내가 너희를 사랑한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사랑의 의무를 다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은 생각이나 말로써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의 실천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매일의 위로와 희망을 받으며 그 사랑으로 우리와 만나지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감으로써 우리의 기쁨이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via의 시선(과정을 걷다)  -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한주간의 글-

 

  마음이 푸른 모든이의 달인 오월 푸른 달에 가을 하늘을 만나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경험합니다. 다이어리를 펼쳐들고 5월을 찾습니다. 푸른 달이 적혀 있는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을 적어 나갑니다. 왜 이리 할 일이 많은지...긴 숨을 내쉽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빠르게 지났습니다.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빈칸이 없습니다.

 

  참 많은 일들을 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많은 일을 했는데,제가 했던 일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는데 그리고 해야 할 일에 성실하려고 노력하며 지냈던 것은 분명한데,그 일의 결과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만났던 사람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일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때와 그 시간의 아름다움과 아픔 그리고 환희와 절망은 오늘을 사는 나에게 자원이 되었습니다. 그때 함께 성실했고 결과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과정으로 삼아 다시 오늘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만남 속에서 서로의 필요를 채워갑니다. 어느 때,누군가 자신 안에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제가 필요했다는 것은, 그때,저도 그가 필요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필요가 채워졌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릴 이유가 없습니다.

 

  가끔 거처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갑니다. 길을 가다 보면 익숙한 지형과 때로는 집을 보게 됩니다. 반가움에 그곳으로 가려고 하다가 이내 마음을 돌립니다. 왜냐하면 시간 속에서 맺고 있는 관계의 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월의 하늘을 봅니다. 해야 할 일을 적습니다. 그리고 오늘,그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일을 했으니,제가 할 일은 다 한것이고,저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빛,길이 되다

 

 

  꽃이 지니 꽃에 가렸던 풀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엔 꽃만 보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젠 풀잎에 눈길이 더 오래 머뭅니다.

 

  풀잎 중에도 나무나 땅 위에 핀 것보다 콘크리트 길이나 보도블록 사이로 고개를 내민 풀들이 유독 사랑스럽습니다.

 

  머리카락보다 조금 굵어 보이는 풀 한 줄기가 도대체 어떻게 여기가지 왔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그 어떤 것도 뚫고 나올 수 없을 견고함을 이기고,작은 틈새로 들어온 빛을 따라 얼굴을 내민 그 초록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그 풀잎들을 보고 있자면 한줄기 빛이 곧 생명의 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희미한 빛일지라도,그 빛을 느낄 수만 있다면 생명은 결코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토록 대지의 모든 생명을 한줄기 빛에도 섬세하게 응답하는데,나는 왜 쏟아지는 빛 속에 서 있으면서도 종종 그 빛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지 돌아봅니다.

 

  주님께서 조금씩 깨닫고 성장하라고 내려 주신 그 생명의 빛을 외면하고,어둠 속에서 홀로 자신만의 평온함을 누리며 그게 곧 행복이라고 착각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돌아왔습니다. 5월은 어쩌면 빛의 여왕인 달인지도 모릅니다. 닫히고 막혔던 어둠의 길을 빛으로 열어 주시는 주님의 은총이 가득한 달..

 

  빛이 길이 되고,그 길에서 우리 서로 행복한 미소로 만나는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

 

 

 

어제는 어제라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오늘이라서

감사합니다.

내일은 내일이어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삶은

감사함입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