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 순종하고 말씀과 함께 사신 성모님
-총대리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
창세가 2-3장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은 아담과 하와가 생명나무가 있는 동산에서 쫓겨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고,이 죽음의 운명을 부활의 새 생명으로 재창조해 주신 분이 말씀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죽음과 생명의 이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으므로 부활도 한 사람을 통하여 온 것입니다.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살아날 것입니다." (로마 15,21-22)
교회의 교부들은 이 선언을 하와와 성모님에게도 적용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아닌 뱀의 유혹을 따랐던 하와의 불순종으로 시작된 죽음의 역사가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라고 응답한 마리아의 순명으로 인해 새생명의 역사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와 관련하여 그리스도를 '새 아담',마리아를 '새 하와'라고도 부릅니다.
처녀 마리아의 응답으로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으로 오셨다는 것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합리적인 정신에 뿌리를 두면 둘수록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현대의 여러 신학자들이 처녀 마리아의 잉태를 부정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오직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믿음 곧 성령의 인도를 통해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할 준비도,말씀을 받아들여 잉태할 준비도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서도 성모님의 이러한 모습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에 목자들이 찾아와 전해주는 말에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그리고 잠시 잃었던 어린 예수를 예루살렘에서 찾았을 때 아들이 하는 뜻밖의 말에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고 합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잘 알고 살아갈 줄 알았던 성모님은 자신의 인식과 기대와는 다른 일을 그대로 마음에 담아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로 계시가 완성될 때,성모님 안에 담아놓으신 모든 것이 손상 없이 말할 때를 기다리신 것입니다. 말씀을 생명으로 잉태하여 세상에 내어 놓으신 성모님은 곧 교회가 살아가야 할 길을 먼저 걸으신 모범이십니다. 십자가의 예수님은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7)하신 말씀으로 성모님을 우리 모두 그리고 교회의 어머니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사도 1,14)는 데에서 보는 것처럼,성모님은 사도들과 함께 예수님의 지시대로 예루살렘에서 기도에 전념하며 기다리셨고,결국 성령강림과 교회 창립의 현장에 함께 하셨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말씀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르신 그분께 일어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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