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도우미

말씀과의 친교[4] 말씀은 사귐의 대상

모든 2 2018. 2. 10. 09:09




말씀은 사귐의 대상

-총대리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주교님-



  앞에서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 음식 먹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강론 때에 자주 드리는 말씀입니다. 정말 말씀의 은혜를 받는 데에 성경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잘 먹기 위해서 앞에 놓인 음식의 영양에 대한 지식이 필요 없습니다. 그냥 '감사한 마음'으로 '꼭꼭 씹어'먹으면 됩니다. 말씀도 '나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내 안에 받아들인다는 믿음으로 읽고 쓰는 그 시간에 집중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데려온 중풍환자를 향해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하시자 그가 즉시 일어나 집으로 갔고(마태 9,1-7),죽어서 무덤에 묻힌 라자로에게 "라자로야,이리 나와라."하시자 그 말씀을 듣고 그가 무덤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요한 11,43-44),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이렇게 우리를 치유하시고,새 생명을 주십니다. 우리에게 이런 단순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과 깊은 친교를 이루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그가 자주 생각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라고 그를 기쁘게 해 주고 싶고 그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마치 그 사람이 내 안에 사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과 이런 인격적인 친교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듯이 그분께 시간을 내드려야 합니다. 묵주기도는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시어 하느님 나라를 알려주시고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시어 영원한 생명의 은총을 주신 신비에 잠기는 기도입니다. 성체조배는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실체 앞에 그분과 함께 머무는 시간입니다. 성경을 자주 읽고 써보는 것은 그분의 행적을 내 마음에 새기는 일입니다. 미사는 이 모든 것을 교회의 전례 안에서 구원받은 백성 공동체가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를 돕고 위로해 주려고 나선다면 그것은 그분이 주신 단 하나의 계명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소중한 일들이 모두 주님께 시간을 내어 드리며 그분께 가까이 가는 길이 됩니다. 우리 각자 돌아봅시다. 나는 예수님께 얼마나 시간을 내어 드리고 있는가? 그리고 마치 음식을 먹고 영양을 섭취하여 육신의 생명을 살듯이,그분께 내어 드리는 이러한 시간들은 얼마나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지.


  주님은 나를 사랑하시기에 항상 나를 기다리십니다. 주님께서 지극한 사랑으로 당신 목숨까지 내어 놓으시고 우리를 위해 이루신 구원업적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결코 헛되지 않은 것보다 그분이 더 원하시는 것이 있겠습니까? 주님께 시간을 내어 드립시다. 한 주간을 돌아보면서,내 취미를 위해 쓰는 시간 적어도 그만큼은 예수님께 내어 드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