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 성지/수채화
안성찬 바오로.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 요한복음. 15,1-8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잘린 가지처럼 밖에 던져져 말라 버린다. 그러면 사람들이 그런 가지들을 모아 불에 던져 태워 버린다.
너희는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
<말씀의 향기>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정준호 베드로 관평동 보좌
한국 천주교회는 1995년부터 매년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정해 생명 문화를 이 땅에 구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011년 '생명의 날'은 '생명 주일'로 바뀌고 날짜도 5월 첫 주로 변경하였습니다. 더욱 구체적인 생명 수호 활동을 펼치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선포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어둠의 문화에 맞서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의 다양한 종파, 단체에서도 행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단체들과 달리, 교회는 생명의 근원을 하느님께 두고 있습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주어진 생명을 물질적 가치와 세속의 쾌락으로 타락시키고 변질시키는 이 세상의 세태는 분명 인간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존엄에 대한 경각심은 줄어만 가고 생명의 수호에 대해 가벼이 생각하는 경향은 더욱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생명의 근원은 기억하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복음 말씀은 생명이 유지되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누구와 함께 있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유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나무에 붙어 있어 양분을 받아 누려야 가지가 건강해지고 열매를 맺으며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붙어 있지 않으면 잘려 나가고, 또한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쳐내어집니다. '숨이 붙어 있다.'는 말을 들으셨을 것입니다. 아직 생명이 살아 있으니 생명의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숨이 붙어 있지 않으면 생명은 죽습니다. 붙어 있다 하더라도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생명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해, 붙어 있지 않은 가지와 같은 꼴이 됩니다.
결국 인간 생명의 근원은 하느님께 그 뿌리를 두어야만 살아갈 수 있으며,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도록 충실히 생명의 계명을 지켜야 생명의 관리자로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살아내고 선포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생명, 온 인류의 생명을 다시금 하느님께 온전히 도로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진리입니다.
5월은 모든 생명의 어머니요 보호자이신 성모님의 달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이 기쁨을 교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에 전하며 인간이 부여받은 생명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도록 특별히 성모님의 전구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생명 주일 특집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회칙「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반포 20주년을 맞아
-2015년 생명 주일에, 대전교구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 한생 명운동 본부
13년 외국계 아주 유명한 콘돔 회사(듀렉스-옥시크린 만드는 회사)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콘돔 광고 두 편을 내보냈습니다. 많은 신자 분들이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우리 교회 장상들 안에서 크게 문제를 삼고, 항의하여 광고를 철회하도록 한 바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두 광고에서 콘돔 광고에 묵주 반지와 대림초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자료, 포털사이트 인터넷 검색어 '듀렉스 광고, 천주교')
생명 주일인 오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20년 전에 회칙 "생명의 복음"을 반포하셨습니다. 교황님은 제목에서부터 "복음"(Evangeliu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며 회칙의 절대적이고 긍정적인 성격과 영적인 권위를 드러내셨습니다. 교황님은 현실적으로 부딪히고 있는, 과거에는 전혀 볼 수도 없었던 생명에 대한 위협과 이 세상에 폭넓게 만연되어 있는 '죽음의 문화'(12항 참조)에 반해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간 생명에 대한 숭고한 가치와 존엄성을 담고 있는 복음을 이 세상에서 선포하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자고 초대하셨습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바라봅시다. 여전히 무죄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죽음, 아직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해서 행하는 낙태, 자기 존재의 존엄성을 잊고 목숨을 끊는 자살, 쓸모가 없다며 점점 버림받는 노년의 삶 등 회칙이 이야기하는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협들이 '죽음의 문화'속에 만연해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칙은 "생명이 약하고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곳에서, 유례없이 증가하고 심각해지는 개인과 민족들과 생명에 대한 위협들, 빈곤, 기아, 풍토병, 폭력과 전쟁 같은 종래의 재앙에 덧붙여 새로운 위협들이 위험스러울 만큼 방대한 규모로 생겨나고 있는"(3항)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위협들에 대해 염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을 바라보시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생전에 "인간은 교회가 걸어가야 할 가장 첫 번째이며 기본적인 길"(「인간의 구원자」 14항 참조)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생명의 복음」에서는 보다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곧 개별 인간은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 강생의 신비에 의해서 교회가 지닌 어머니와 같은 염려와 사랑의 보호에 맡겨진 존재이기 때문에 "교회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모든 위협을 그 가슴 깊이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위협은 구원을 위한 하느님 아들의 강생에 대한 교회 신앙의 핵심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교회가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에 힘쓰도록 한다"(3항)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교회는 인간 생명의 위협들에 대한 실제적 상황에서의 도전에 응답합니다. 회칙「생명의 복음」에 따라 '생명 문화의 쇄신'(95항 이하 참조)을 우리도 교회 공동체 내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현대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한 열쇠는 참다운 문화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단언하십니다. 즉, 진리와 생명, 사랑의 힘이 합해짐으로써 인간 자유가 그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될 "생명의 문화"를 증진시켜 나가야 합니다.(96항)이 문화적 변모는 모든 개인, 특히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성의 가치를 인간 발전의 측면에서 인식하며, 고통과 죽음의 신비적 의미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98항)
이미 이러한 회칙의 (평단협)는 교구 생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평신도인 우리들이 전개하기에 그 시작은 미미하지만, 지구 차원의 '조혈모세포, 장기기증 운동', '헌혈운동', '카리타스 생명 대축제-생명대행진'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교구에는 사회사목국의 '미혼모자시설(자모원)', 대전성모병원의 '호스피스'센터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형제자매님들의 기도와 자선, 봉사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생명의 문화'를 건설해 가는 다양한 생명운동에 교구 평신도 형제자매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생명을 선택합시다.'(신명 30,19)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59)>
이상한 나라의 어른들
심장을 깨우면 어린이가 된다
아르바이를 끝낸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한 고등학생이 업체 대표를 만나러 갔습니다.
대표: 월급? 왜?
학생: 그게... 혹시 언제쯤 가능할까 해서요.
대표: 일 끝난 지 얼마 됐다고 돈 얘기야!
학생: 일 끝나면 바로 주신다고 해서...
대표: 어린 사람이 벌써부터 돈이나 밝히고... 다음에 와!
학생이 나가자 업체 대표는 사무실에 있던 젊은 직원에게 명령하듯 짧게 한 마디 합니다.
대표: 저녁에 회식이나 하자!
직원: 오늘은 좀...
대표: 뭐야? 곤란하다는 거야?
직원: 그게 아니고... 지금 갑자기 말씀하시니...
대표: 회식을 뭐 한 달 전에라도 광고해야 돼?
직원: 죄송합니다.
대표: 참 말세다 말세야. 요즘 애들 자기만 알고 돈이나 밝히니...
세상이 말세라면 그게 돈 이야기를 꺼낸 어린 학생 때문은 아닐 겁니다. 미리 약속이 있어서 곤란해하는 젊은 직원 때문도 아닐 겁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런 어른들이 세상에 너무나도 많기 때문일 겁니다.
본인이 필요할 때는 서슴없이 약속을 남발하다가, 아쉬운 것이 없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이 바뀌는 어른들.. 어떤 일의 잘못된 원인을 내가 제공하고 있음에도 무조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어른들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위한 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른들이 어린이로 돌아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미사를 시작하며 '내 탓이오'를 외치며 가슴을 두드리는 건, 식어가는 심장을 일깨워 우리가 천사 같은 어린아이로 거듭 태어나기 위함은 아닐까요?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
한 사람 또 한 사람...
그렇게 오월이면
찔레꽃 하얗게
그립던
민주(民主)가 오는 날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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