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5년 주보

부활 제3주일 2015년 4월19일(나해)

모든 2 2015. 4. 19. 22:12

원머리(한정리) 순교자 묘/펜

안종찬 바오로.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 루카 복음 24,35-48

 

<성경에 기록된 대로,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 무렵 예수님의 제자들은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가지 의혹이 있느냐? 내 손과 내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그들에게 손과 발을 보여 주셨다.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구운 물고기 한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전에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말한 것처럼,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 이어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말씀의 향기>

 

주님과 함께하는 삶, 주님을 증거 하는 삶 -박지순 치릴로 전민동 보좌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고 인사하던 교우라면 누구나 반사적으로 "또한 사제와 함께"하고 인사를 하십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습관적이고 반사적으로 내뱉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2000년 전으로 돌아가 제자들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이 인사말은 참으로 감동적인 인사말입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모든 것을 걸었고,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지낸 스승과의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이별', '단절'은 사람에게 슬픔과 불안감을 줍니다.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불안에 떨듯이, 누군가가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로 슬퍼하듯이 제자들도 예수님과의 이별로 슬픔에 젖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걱정에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제자들과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인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제자들은 너무나 놀랍고 무서워 유령이 나타난 줄로 착각합니다. 십자가 사건이 그들의 머릿속에 아직도 깊이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십자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지만, 제자들은 아직도 십자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부활''제자들 가운데 나타나심',그리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아직도 십자가에 머물러 있는 제자들을 부활의 삶으로 인도합니다. 무덤에 묻힌 것처럼 골방 안에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은 이제 주님과 함께 골방에서 나가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증거 하는 증인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2000년 전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것과 같이 주님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날마다 우리에게 오십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증인의 삶을 살도록 부르십니다. 증거 하는 일은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내 안에 모셨으니 내 안에 함께 계신 예수님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예수님의 눈빛으로 이웃을 바라보며, 예수님처럼 이웃에게 희망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증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갑시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수도회 소개(6) -'봉헌생활의 해' 맞아 교구 내 수도회를 소개합니다.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도회

 

 

   프란츠스코 전교 봉사 수도회는 한국에서 시작된 방인 수도회로서 선교사로 한국에 입국했던 하이디브라우크만(Heide G. Braukmann; 1943~) 수녀에 의해서 1995년 4월 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아씨시 Carceri(은둔소)에서 첫 형제 양영길(토마스)과 임주현(도밍고) 형제들의 입회식과 더불어 창설되었다.

 

   그리고 1996년 8월 10일 당시 대전교구장 경갑룡주교로부터 양영길(토마스) 형제가 수련을 허락 받음으로써 대전교구에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1999년 9월9일에 수도회의 회칙과 회헌을 대전교구장으로부터 인준받게 되었다. 이듬해인 2000년 9월 18일, 첫 형제인 양영길(토마스)의 종신서원이 있었으며 같은 해, 전의 수도원이 축성되었고, 2002년 1월 29일에 양영길(토마스) 형제가 사제서품을 받음으로써 초기 공동체의 꼴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중앙아프리카 잠비아의 Mufilira에서는 형제들의 지원소가 자매화인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의 관리 아래 설치되어 매년 많은 지원자들의 수도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일부는 이탈리아와 한국에서 사제직을 준비하고 있고 서품을 받은 형제들은 잠비아 등지의 각 미션에서 수녀들과 함께 본당과 병원, 고아원에서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본 수도회의 정신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성 프란치스코의 정신에 입각하여, 교회법에 명시된 바대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최고의 회칙으로 하며, 모든 회원들의 특히 루카복음 4,18-19의 말씀을 본회에 부여된 소명으로 받아들이고 깊이 묵상하면서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데 있다.

 

   본 수도회의 목적은 본회의 주보인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수도 3회 회칙을 따르며 무엇보다도 성 프란치스코의 불타는 인간애와 봉사 정신, 그리고 깊은 신앙을 따라 살아가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며, 동시에 전교 사업에 능동적으로 협력하여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과 직접, 간접 선교에 사랑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인 9명,잠비아인 15명, 도합 24명의 사제 형제들이 한국과 잠비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15명의 유기서원 형제들, 그리고 3명의 수련자들이 한국과 이탈리아의 신학교에서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신학공부와 소임을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충무의 행복나침반(57)>

 

막장드라마 좋아하세요?

  http://www.designerspics.comphotographs/stack-books-red-apple/

과정 그 자체가 결과인 것을...

 

  민지 엄마는 세탁소에 옷을 맡기고 나오다 앞집 903호 윤호 엄마를 만났습니다. 윤호 엄마는 민지 엄마를 보자마자 어제 본 TV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윤호엄마: 민지 엄마? 어제 그 드라마 봤어?

   민지엄마: 어떤 드라마?

   윤호엄마: 아,왜 거 있잖아? 수목 드라마 그거?

   민지엄마: 수목 드라마가 한 두 개여야지?

   윤호엄마: 알고 보니 시어머니가 친엄마였는데...

   민지엄마: 아. 그거! 나 그거 잘 안 봐.

   윤호엄마: 그걸 왜 안 봐? 엄청 재밌는데...

   민지엄마: 재밌긴?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

   윤호엄마: 억지면 어때? 흥미진진하잖아!

 

   여러분은 어떠세요? 막장 드라마 즐겨 보시는 편인가요?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지 엄마처럼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정작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시청률은 늘 하늘을 찌를 듯 높다는 겁니다.

 

   입으로는 비난하면서도 눈은 여전히 뗄 수 없게 만드는 막장 드라마의 매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죽도록 미워하다 뜬금없이 사랑하는가 하면, 사정없이 뺨을 때리다 느닷없이 핏줄임을 알게 되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과정이야 어떻게 되든 결과만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고 섬세한 설명이 필요한'과정'보다 이것인지 저것인지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는 대중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막장 드라마의 희생자이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 말씀보다, 빵을 주실 건지 마실 건지 그 결과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왜 용서해야 하고, 왜 감사해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주실 수 있는지만 기대하면서 예수님을 판단했습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저 자신도 말씀보다 빵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예수님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 달라고 보채고 있는 건 아닌지 묵상 속에서 반성해 봅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내 손과 발을 보라'

 

가득차 오르는

새 생명이여

하늘을 땅을

아름답게 연결하는

꽃길이어라.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함께하는 이야기마당>

 

순례 길 위에 놓인 나의 부활체험2

 

  우리는 지난해 교황님의 방한으로 아시아한국청년대회와 시복미사를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추억은 늘 그때를 기억하게 만들고, 말씀하시고 보여 주신 교황님의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며 새로운 마음과 열정을 가져다줍니다. 아울러 지난 3월 9일부터 3월 17일까지 대전교구 로마순례 역시 또 하나의 새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3월 11일 수요일, 베드로 광장의 일반 알현에서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해 봅니다. 교황님은 친히 세계에서 온 수많은 순례객들을 일일이 불러 환영해 주셨고, 이날은 노년의 가치와 명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느덧 '할아버지'라 불리기 시작하고 삶의 마지막을 향해가는 저이기에, 교황님은 "저도 노인에 속하는데, 사회는 우리를 버리려 해도 주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 교회는 젊은이와 노인의 상호 포용과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오늘날의 일횡용 문화에 대응하기 바랍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메온과 한나가 지켜보고 감사드린 일(루카 2,25-39)과 당신이 사제품을 받을 때, 친할머니가 격려의 인사말을 써준 일을 언급하시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도는 가정과 교회에 큰 은총이고 선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3월 12일 목요일, 이날은 베드로 대성전에서 124위 시복 감사 미사가 있었고, 교황님과의 아주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는 교황님을 기다리며 주님께서 마련하신 시간 속에서 또다시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교황님은 우리를 찾아오셨고, 작년 방한을 통해 아름답고 고귀한 만남의 기쁨과 더불어 우리의 신앙 열정을 잊지 못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두 가지 부탁을 건네셨습니다.

 

  첫 번째는 "한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었고 순교자들의 피와 땀으로 건설되었습니다.", "평신도들이 보여준 신앙과 열정이 한국교회를 이끌어 온 절대적인 힘이었습니다." 이어 평신도들이 더욱 자부심을 갖고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가기를 당부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한국교회가 순교자들이 흘린 피로써 이루어졌다며 "종교적인 평안함(well-being)을 조심하고 항상 깨어있으라"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악마는 교활하기 때문에 우리를 늘 편안한 신앙으로 유혹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과 '성모송'을 함께 바치시고, 끝으로 "부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해와, 지난 며칠의 시간은 분명 제게 너무나 커다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그 은총은 아직도 귓가에서 교황님의 말씀을 떠올려 줍니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제는 교회와 함께 나누어야 할 때가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것이 교황님의 말씀 속에 다가온 부활 체험입니다.

 

-이명수 아벨/전(前) 22대 대전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부활절의 기쁨    - 이해인 수녀 -

 

당신이 안 계신 빈 무덤 앞에서

죽음 같은 절망과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던 저에게

다시 살아오신 주님

 

이제 저도

당신과 함께 다시 살게 된

기쁨을 감사드립니다.

 

시들지 않는 이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가꾸겠습니다.

혼자서만 지니지 않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누겠습니다.

 

빈 무덤에 갇혀 있던

오래된 그리움을 꺼내

꽃다발로 엮어 들고

당신을 뵈오러 뛰어가겠습니다.

 

이토록 설레는 반가움으로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저에게서

지난날의 불안과 두려움의 돌덩이는

멀리 치워주십시오

 

죽음의 어둠을 넘어서

빛으로 살아오신 주님

산도 언덕도 나무도 풀포기도

당신을 반기며

알렐루야를 외치는 이날

 

다시 살아오신 당신께

살아 있는 저를 다시 바치오니

사랑으로 받아주소서

기쁨의 향유를 온 세상에 부으며

저도 큰소리로

알렐루야 알렐루야를 외치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