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4년 주보

대림 제 1주일 2014년 11월 30일(나해)

모든 2 2014. 11. 30. 22:00

"그분께서는 또한 여러분을 끝까지 굳세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날에 흠잡을 데가 없게 해 주실 것입니다."(1 코린 1,8)

「바오로 사도가 쇠사슬에 묶여서도 복음을 전한 이유」

강진영 신부(2014, San Paolo alla Regola, Roma)

 

+ 마르코 복음. 13,33-37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먼길을 떠나는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분부한다.

 

 그러나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 일지, 한밤중 일지, 닭이 울 때일지, 새벽 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말씀의 향기>

 

깨어 기다리십시오.  "하느님, 저희를 다시 일으켜주십시오." -윤용식 요한 보스코 사회사목국 차장-

 

  어렸을 적,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마침 일이 있어 외할머니가 외출하신 틈을 타 저와 형은 재밌는 일이 없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여름이라 더운 탓에 물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그땐 수영장이라는 곳은 구경도 해 보지 못했던 때라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생각 끝에 저희 형제는 거실 바닥에 물을 퍼다 붓기 시작했습니다. 엉뚱하지만 수영장을 만들 생각이었지요. 물론 물이 채워질 리가 없었습니다만, 장판 위에 물기가 있으니 미끌미끌하고 시원했습니다. 저희는 옆 동에 살던 사촌까지 불러들여 일을 저질렀습니다. 옷을 다 벗고 물바다가 된 거실 바닥 위에서 신나게 놀았지요.

 

  이런 발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외출하신 할머니가 그리 빨리 돌아오시지는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할머니는 갑작스레 돌아오셨고, 당황한 저희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결국 물에 흠뻑 젖은 채 먼지 나게(?) 맞았지요.

 

  오늘 우리는 늘 깨어 준비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대림 시기,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이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가 오늘 일도 내일 일도 알 수 없기 때문이며,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으로 오실 분이시나, 언제나 공정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수확할 때가 오면 그분은 낫을 들어 각자가 맺은 열매를 거두실 것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어지러움과 온갖 부정한 유혹으로부터, 가난과 소외로 고통받는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으로부터, 온갖 부정과 구속, 억압으로부터 참된 자유와 평화를 선포하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복음적인 삶, 그것은 살아계신 그분의 말씀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주시도록 우리의 손과 발을 내어드릴 수 있을 때에 가능한 삶일 것입니다.

 

  서로에게 사랑을 내어주면서 참사랑을 기다립시다. 그분께서 아버지로부터 오셨듯이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며, 하느님은 참사랑이십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며, 사랑받아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이란 얼마나 어두운지요. 세상은 너무도 어지럽고, 우리는 파도에 휩쓸리는 작은 배처럼 크고 작은 위험 속에 떠 있습니다. 그러니 그분이 우리를 외면하시고 버려두지 않으시도록 깨어 기도합시다.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 모두 당신 손의 작품입니다.

 

 

2015년 사목교서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해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

 

  지난 2008년 교구 설정 60주년이라는 은혜로운 시기를 지내면서 우리는 신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소공동체를 활성화하며 하느님 말씀을 삶으로 증거하고 선포하는 교회가 되려는 지향으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말씀을 증거 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을 주제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인 발전 논리 안에서 자칫 소외 되기 쉬운 노인들이 편안하고 봉사할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우리 교구의 자랑인 도보 성지순례를 지속적으로 함께하면서 순교자들의 신앙을 돌아보는 일이 이제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아가게 된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이러한 교구의 사목 목표와 그 실전에 함께 해 주신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봉사자들과 모든 신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 권고인 '복음의 기쁨'을 통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을 제시하시면서,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복음 안에서 참된 기쁨을 발견하고 그 힘으로 세상에 나아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하시어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시며 청년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함께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자고, 오늘날 교회가 회복하여야 할 본연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울여 온 위와 같은 노력들이 교황님이 남겨주신 복음적 감동과 더불어 앞으로 계속 우리 교구 안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2018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바라봅니다. 교구 설정 70주년이 우리에게 또 하나의 큰 은총의 시기가 되도록 교구민들과 함께 계획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복음의 기쁨으로 세상에 나아가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준비로 신앙의 가장 기본적인 바탕인 '말씀'을 보다 깊이 내면화하고,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전례'를 보다 품위 있고 은혜롭게 행하도록 모색하는 한편, 2014년 세계 주교회의 주제인 '가정'문제도 중대한 과재이기에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이에 다음의 세 가지 주제를 2015-2017년의 사목 목표로 제시합니다.

 

2015년: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신앙

2016년 : 전례와 성사

2017년 : 가정

2016-2017년의 보다 구체적인 사목 목표와 실천 과제는 당해 연도에 맞추어 발표하겠습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는 해(2015년)

  태초에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며 우리를 구원하셨습니다. 우리가 믿는 이 구원의 신비에서 말씀이 단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사귐의 대상 곧 우리가 인격적인 친교를 맺어야 할 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말씀을 잘 받아들이기 위한 성경공부는 아주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 교구 내에서도 여러 형태의 성경공부 모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경공부의 진정한 목적은 성경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과 인격적인 관계를 이루는 데에 있습니다.

 

  성경공부는 신자들로 하여금 성경 말씀의 뜻을 잘 알아듣고 친숙하게 안내해 주면서 차츰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며 주님과의 친교를 성숙시켜 가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말씀을 읽거나 들을 때 우리를 창조하시고 구원하신 주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는 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우리 교구 사목 기획국에서 '예루살렘 성경 공부'(마태오복음)를 펴내고, 봉사자들을 교육해서 본당에서 신부님의 지도와 함께 신자들이 쉽게 성경말씀을 가까이 대할 수 있도록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요한복음'과 '루카복음'안내서도 펴낼 계획입니다.

 

  이미 시작한 본당도 있지만, 2015년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신부님과 신자들이 함께 마태오복음과 친숙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태오복음에 관한 안내를 해 주시고 함께 공부하면서 사제, 수도자, 신자들 모두 마태오복음을 직접 필사하는 일도 합시다. 인쇄기술이 발전되기 전까지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느님의 말씀은 손으로 써서 전해졌습니다. 주님 말씀을 직접 손으로 써 보는 것은 말씀의 어느 한 구석도 소홀히 하지 않고 대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성경을 정성껏 필사를 하면서 말씀이 아주 새롭게 다가오는 체험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같은 방법으로 2016년에는 요한복음을, 2017년에는 루카복음을 그리고 2018년에는 마르코 복음을 함께 공부하고 필사하면서 말씀을 우리 모두 함께 마음에 새길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삶이 한 시기에 구원의 복음 말씀을 그렇게 가까이하고 손으로 직접 써 보는 일은 분명 우리 마음을 주님께서 내려 주시는 은총을 풍성히 받는 좋은 밭으로 준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어떤 일이든 우리가 하느님 앞에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마태 18,19-20)

 

  우리가 함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말씀대로 살기를 원하고 그 지향으로 주님 말씀을 함께 공부하고 써 간다면, 그리고 이 일을 우리 교구민 모두가 함께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그것이 2018년 교구 설정 70주년을 주님께서 마련해 주시는 은총의 해로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주님께 활짝 열어드리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최근 신천지 등 이단들이 세력을 넓히며 교회 안에 침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말할 것도 없이 성경을 아주 왜곡되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신앙생활의 중심은 성사(聖事)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올바로 받아들인다면, 성사가 주님의 말씀에 얼마나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제시한 복음 말씀의 공부와 필사가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더 큰 활력과 확신을 주리라고 믿습니다. 본당에서 신부님들께서 사목 계획을 세우실 때에 그 안에 이러한 성경공부와 필사를 결합시켜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천주 강생 2014년 11월 30일 대림 첫 주일에

+ 유 자라로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대림절의 기도  - 이해인 수녀 -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구세주를 약속하신 야훼여,

오늘 또다시 부르짖는 우리를 굽어보아 주소서.

 

나를 구해 주실 분은 오지 한 분뿐

구세주를 맞이하기 위해 합당한 자 되게 하소서.

 

당신의 빛을 받았으나 번번이 외면하고, 거절하고,

무시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다 생생히 보게 해 주십시오.

 

무디어진 양심에 날을 세우게 하시고

굳게 닫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소서.

 

야훼여! 내 말씀을 들으십니까?

나 자신이 갇히어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것도 못 듣습니다.

나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하기에 아무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기쁨과 빛이 가득한 길을 열어 주십시오.

기쁨은 어디에나 있고, 희망도 언제나 있지만

그것은 타인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내가 나를 열지 않기에 아무도 나를 아는 이가 없습니다.

때문에 나에게 오는 무수한 아픔도 혼자서 겪습니다.

 

야훼여! 내가 갇힌 이 감옥 문을 부숴 주십시오.

기쁨과 빛이 가득한 길을 열어 주십시오.